※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덕질이란 게 참 무서운 건 나도 모르는 새 내 일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브랜드만 봐도 몸이 먼저 물건을 구매해버린다거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론 아쉬워서 직접 만들고 있는 자신을 보게되는 것. 이런 증세는 실제로 높은 덕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덕질도 극에 달하면 득도한다고, 여기 상상을 초월하는 덕질의 결정체가 있다. 바로 팬들이 직접 제작한 게임 영상이다. 직접 연기도 하고 코스튬과 각본도 새롭게 제작해서 팬이 제작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높은 퀄리티의 영상들이다. 오늘은 평범한 영화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엄청난 수준의 팬 메이드 게임 영상을 준비해봤다.
5위. 포트나이트
▲ "배그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마!" (영상출처: 'Nigahiga' 유튜브 채널)
배틀로얄 게임은 은근히 2차 창작물이 많은 편이다. 따로 정해진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원하는 대로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으며, 복장이나 무기가 현실과 비슷해 소품을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트나이트'는 다르다. 도통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각종 무기나 설정, 코스튬이 등장하기 때문에 말만 배틀로얄이지 실상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정의 덕심 하나로 이를 극복한 용자가 있다. 2,000만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니가히가(Nigahiga)가 제작한 포트나이트 페이크 무비 트레일러는 '포트나이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밌는 상황을 실사로 재치있게 잘 표현했다. 4명이서 함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다른 짓 하느라 가만히 서있다가 사망해버리는 친구나, 열심히 짓고 있던 천국의 계단이 적의 공격으로 인해 사라져 추락하는 공포를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포나는 잘하는데 왜 배그는 못하냐?"는 질문에 "광고 따야 하니까 그 게임 이야기 꺼내지 마"라고 답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4위. 록맨
▲ 코스튬만 봐선 옛 것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록맨' 팬 필름 (영상출처: 'Blue Core Studios' 유튜브 채널)
'록맨' 시리즈를 너무 사랑하는 한 열성 팬이 8년 전에 제작한 이 영화는 무려 90분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과 쓸데없다고 느껴질 만큼 진지한 스토리로 무장했다. 사실 스토리의 경우 '록맨 1'의 단순한 줄거리를 똑같이 따라가고 있으나 인물들 표정과 연기가 사뭇 진지하기 때문에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다른 영화였으면 쉽게 용납되지 않았을 허접한 코스튬과 CG마저 납득될 만큼(?!) 훌륭한 몰입감을 자랑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묘미는 역시 원작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다. 솔직히 처음 영화를 봤을 땐 배우들의 밋밋하고 평범한 분장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초반의 충격을 다잡고 영화를 보다 보니 의외로 각 캐릭터의 특징만 쏙 골라서 은은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 특촬물의 과장된 표현보다는 북미 특유의 독특한 변주가 맘에 든다면 이 작품 생각보다는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담으로 영화 관련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개봉 소식이 올라왔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개봉했을 리는....
3위. 포탈
▲ '포탈'의 주인공이 부르는 일종의 캐롤이랄까? (영상출처: 'Harry101UK' 유튜브 채널)
'포탈' 시리즈는 게임의 인기만큼 정말 많은 팬 메이드 무비가 제작됐다. 실제 할리우드 감독과 배우가 출연한 '노 이스케이프'란 실사 영화도 있고, '하프라이프 2'와 포탈의 주인공이 결전을 벌이는 영상도 있다. 하지만, '포탈' 팬 무비를 대표하는 영상은 역시 'Harry101UK'의 'This is Aperture'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OST를 패러디한 이 영상은 단 한 명의 포탈 덕후가 직접 녹음하고 편집해 만든 영상으로 어지간한 3D 애니메이션보다 뛰어난 고품질 팬 메이드 무비로 유명하다.
사실, 'Harry101UK'가 제작한 영상 하나하나가 다 순위에 넣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소름 돋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포탈 2'에 등장하는 코어 로봇 '휘틀리'를 소재로 한 'Going Home'이란 영상은 원작을 초월하는 연기력과 스토리로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영상에서 나오는 '휘틀리'의 목소리가 제작자 본인이 직접 녹음한 것이란 걸 깨달았을 땐 몸에서 전율이 흘렀을 정도. 실제로 'Harry101UK'는 이와 같은 덕력을 인정받아 밸브 코퍼레이션에 초청받으며 성공한 덕후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했다는 후문.
2위. 언차티드
▲ 뭘 해도 억울해 보이는 네이선의 표정이 백미 (영상출처: Allon Ungar' 유튜브 채널)
'언차티드' 시리즈는 워낙에 스토리가 출중하고 내용도 비교적 현실적(?)이다 보니 영화화 소식을 기대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 공개된 단편 영화감독 앨런 엉거의 팬 메이드 무비는 시리즈 영화화를 꿈꾸는 팬들에게 단비가 되어줬다. 평소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와 흡사한 외모 덕에 실사 영화의 주인공 역으로 자주 거론되는 네이선 필리언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15분 남짓한 짧은 분량에도 원작 특유의 액션과 '프란시스의 반지', 주인공의 여유 넘치는 말투까지 똑같이 재현돼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순간순간 발휘되는 네이선의 기지나 실제 게임플레이의 시점을 효과적으로 재현한 카메라 워크는 배우와 감독이 얼마나 게임에 푹 빠져있는 덕후인지를 여실히 나타내준다. 물론 해당 영화는 소니나 너티독에 의해 따로 허가받거나 승인받은 작품이 아니며, 감독도 이 영상으로 어떤 영리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야말로 나 좋고 너 좋으라고 만든 영상이라는 뜻. 그걸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1위 GTA 5
▲ 광기에 쩔어있는 트레버의 표정을 보라 (영상출처: 'Corridor' 유튜브 채널)
"GTA 세계에 들어가서 살면 어떨까?" 'GTA' 시리즈를 플레이 해봤다면 한 번쯤은 꼭 스스로 건네봤을 질문이다. 각종 실사 게임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Corridor'라는 유튜버가 제작한 'GTA VR' 영상은 어떻게 보면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답이다. 어찌나 현실적인지, 게임에서 '트레버 필립스'를 연기했던 성우가 직접 등장해 자기가 트레버라고 하질 않나, 평소 게임을 플레이할 때처럼 집 주변에서 각종 차량 절도와 폭발, 총기사고가 발생하는 건 기본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레버는 플레이어를 억지로 차에 태운 뒤 육두문자를 퍼부으며 경찰에게 점착 폭탄을 던지고, 덕분에 플레이어 머리 위에 떠 있는 별 개수만 점점 늘어나 어느새 흉악한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전투기와 탱크가 즐비한 이 동네에 탈출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맘대로 안되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건 게임이라서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점 정도랄까. 영상 말미의 꺼림칙한 엔딩까지 보고 나면 이 나라와 이 세계에 법이 있고 질서가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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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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