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으레 늘어나는 것이 나이 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술자리다. 회사 송년회다, 종무식, 시무식이다, 어디 모임 송년회다 해서 수많은 술자리가 쌓이고 쌓인다. 술자리로 가득 차 있는 스케쥴을 보고 있으면 내가 올 한 해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았었나 하고 한 번쯤은 감개무량할 때도 있다. 물론, 감개무량도 정도껏 이지 2차를 넘어 3차까지 가는 술자리가 매일 계속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고역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 걱정도 되고 다음 날 숙취 때문에 고생하는 것도 있어서 이런 술자리를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술자리에서나 빠지지 않고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주당'들에게 연말연시는 천국이 따로 없을 터. 게임 속에도 주당으로 소문 난 캐릭터들이 있다. 오늘은 술자리에 절대 안 빠질 것 같은 주당 캐릭터 TOP 5를 골라봤다.
TOP 5. 술을 마셔야 제대로 싸울 수 있다고! 아랑전설 '화 자이'
▲ 제일 오른쪽에 있는 게 '화 자이'다. 그 유명한 친 겐사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주당이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위키피디아)
'화 자이'는 '아랑전설' 1편에서 중간보스로 등장한 캐릭터인데, 사실 팬들에게 존재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무렇지 않게 깨고 나서 한참 뒤에 봤더니 보스급 캐릭터였다는 걸 알게 된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하고 기억도 못 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 다 했다. 과거도 굉장히 불쌍한데, 나름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이었음에도 아랑전설 주역 캐릭터인 죠 히가시한테 패배한 뒤 술에 빠져 지내다가 무에타이계에서 추방당한 전력이 있다. 그렇게 전공 살려서 술값도 벌고 겸사겸사 복수도 할 겸 악의 길로 빠지게 된 파랑만장한 삶을 살게 됐다고.
이 캐릭터가 이래뵈도 진성 주당인 것이, 취권을 배운 것도 아니면서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잘 싸운다. '아랑전설'에서 '화 자이'는 게임 속에서 일정량 대미지를 입으면 부하가 던져준 독주를 마시게 되는데, 마신 뒤엔 술에 취해 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이 상태에선 파워도 스피드도 평상시보다 눈에 띄게 빨라져 상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후에 이 '술 마시기'란 기술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lll'에 정식으로 참전했을 때 정식 필살기로 인정받게 된다. 이젠 굳이 상대방한테 처맞지 않고도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술 마시기' 덕분에 강캐로 등극하게 된 것은 덤이다.
TOP 4. 언제까지 술만 마시고 있어야 하는 거야? 포가튼 사가 '아오리'
▲ 분명히 저기 다른 게임에서 본 얼굴인데... (사진출처: 게임 코드 프리)
손노리 고전 RPG '포가튼 사가'에서 레이벌 마을 주점을 가보면 항상 술을 마시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이름이랑 생긴 것만 봐선 저기 일본에서 푸른 불꽃을 다루는 빨간 머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뭐 본인이 다른 사람이라니 넘어가자. 게임 초반에 말을 걸면 "어제 있었던 '큐(?!)'와의 대결에서 완벽하게 이겼다"며 축배를 들고 있는데, 명성을 확보한 뒤 가면 큐와의 대결 이후로 '폭주'를 했더니 속이 다 뒤집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당연히 여기서의 폭주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이오리 피의 폭주(爆走)가 아니라 그냥 진탕 술을 퍼마셨다는 뜻이다. 한 술 더 떠서 '큐'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이 했다는 대결은 주먹다짐 같은 게 아니라 남자들의 뻔한 술 마시기 대결이었던 듯하다. 그러니까 그냥 술 자랑하다가 숙취로 실려 간 셈이다. 어디 가서 술 잘 마신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참고로 명성이 낮은 상태에서 아오리를 찾아가면 "대체 언제까지 여기서 술만 먹고 있어야 하는 거야?"라는 위험한 발언을 내뱉는다.
TOP 3. 그러니까 셋 중에 제일 술꾼이 누구라고? 소녀전선 'M16A1, AK47, TMP'
▲ 왼쪽부터 'M16A1', 'AK 47', 'TMP'. 그야말로 '소녀전선'을 대표하는 주당들이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카페)
술과는 영 거리가 있어 보이는 '소녀전선'의 전술인형들 중에서도 '주당'이 있다. 그것도 세 명이나 말이다. 'M16A1'과 'AK47', 'TMP'가 그 주인공이다. 셋 다 좋아하는 주종이 다른데, 'M16A1'은 미국 출신 답게 잭 다니엘스 브랜드 위스키와 맥주를 즐겨 마시며, AK47은 러시아제 총기임을 드러내듯이 보드카를 좋아하는 식이다. 'AK 47'의 본 무기 설계사가 보드카 사업을 했던걸 설정에 반영한 것이라고. 참고로 오스트리아 출신인 TMP는 가리지 않고 뭐든 마시는 편이다.
이 캐릭터들의 주당 정신은 단순히 설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인게임 대사를 통해서도 충실히 구현돼 있다. 'M16A1'은 "치킨은 술안주로 제격이지!"라고 떠들며, 'AK 47'은 아예 술에 취해 "지휘관이 저녁에 날 업고 가줄 거야"라는 대사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개중에서도 제일 주당은 TMP다. 술이 세기로 유명한 'AK 47'을 상대로 술 대결에서 승리한 전력이 있을 정도. 대사 내용이 상당히 비범한데, 해석하자면 "어떻게 된 거냐? 같이 마시자고 한 건 너잖아!? 이 정도로 벌써 끝이냐?"이다. 평소 'TMP가 이래되 되나 싶을 만큼 소심하고 얌전한 성격을 보여주는 걸 생각하면 의외다.
TOP 2. 와인 애호가? 알콜 중독자? 신데마스 '히이라기 시노'
▲ 어떤 아이돌이 이렇게 술병 위에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는 30대에 접어든 아이돌이 몇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돌인 '히이라기 시노'는 와인 생산지 순회하는 것을 취미로 둘 만큼 와인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게 자세히 보면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알콜 중독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라는 게 문제다. 출시되는 카드마다 항상 눈이 풀려 있고, 일러스트의 절반이 손에 와인잔이나 술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대사의 대부분이 술과 관련된 내용이라 더더욱 의심이 간다. "이거 논알콜이야"라는 대사도 있지만 전혀 믿음이 안 간다.
이게 취미로만 끝나면 상관이 없는데 일하는 공연장에서도 술을 마시면서 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만취풍미' 공연에서는 관객들과 건배를 하면서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 제목부터 '나풀나풀 꽃놀이 음주 라이브'니까 말 다 했다. 팀원 중 한 명은 "어떻게 매달 술 마실 핑계를 찾냐며" 감탄하기도. 이렇게만 말하면 술에 쩔어사느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것 같지만, 딱히 일에 지장도 없고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우는 것도 아닌 데다가, 오히려 음주 때마다 프로듀서를 유혹하려 드니 딱히 그녀의 이런 취미가 싫지만은 않은 것이 함정이다.
TOP 1. 내 몸엔 피가 아니라 술이 흐르지, 팀 포트리스 2 '데모맨'
▲ 데모맨의 몸에는 피가 아니라 술이 흐르고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트레일러 갈무리)
늠름한 중년의 상징처럼 알려진 '팀 포트리스 2' 불굴의 폭탄병 '데모맨'은 사실 20대 후반이다. 대체 뭘 먹고 자랐길래 이런 훌륭한 노안을 지니게 됐냐고 물으면 역시나 술이다. 게임을 자세히 뒤져보면 '데모맨의 모든 것들이 술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테마곡 제목은 '술 취한 파이프 폭탄'이며, 소개 영상에서도 독주 한 병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그가 한쪽 눈을 잃은 이유는 아예 술병이 눈에 박혀서 그런 것이라고.
공식 코믹스로 넘어가면 더 가관이다. 10년 동안 미친 듯이 술을 마시다 보니 몸이 알콜에 완전히 절여져서 오히려 물과 음식물을 독성물질로 인식하는 수준으로 변한다. 결국 몸에 흐르는 피가 아예 술로 바뀌어 버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혈액에 섞여 있는 알콜 함유량도 엄청나서 데모맨의 피를 빨아먹은 거머리 로봇들이 급성 알콜중독으로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 사실상 술주정뱅이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한 진정한 술꾼, '주(酒)님'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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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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