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만평
게임 전문지 외 언론에서 '게임’을 보도할 때 좋은 주제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중독, 폭력성 유발, 살인사건, 아이 방치, 학습 방해… 각종 사회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근거는 없지만 정부와 언론들은 일단 게임을 원인으로 꼽곤 했습니다. 얼마 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도 게임을 꼽는 기사가 여럿 나왔었죠. 그러다 보니 이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게임업계는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새해 벽두부터 또 ‘게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게이머들은 순간 '움찔' 했습니다. 이번에는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병역거부자’와 얽혔습니다. 지난 10일, 제주지법이 밝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기피 판단에 FPS 게임 가입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보도가 그것이었습니다.
역시나, 게임 관련 커뮤니티들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네티즌들은 “병역거부가 꼴보기 싫긴 하지만, 게임이랑 실총 잡는 건 별개로 봐야 되지 않나?”, “현실과 창작물은 전혀 다른 건데, 구분 좀”, “게임을 범죄의 한 잣대로 보는 건가” 같은 의견을 냈습니다. 과거 사례와 같이 검찰이 게임과 현실을 혼동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온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사법부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이걸로 양심(없는) 병역거부자 싹 다 잡아넣을 수 있겠네”, “FPS뿐 아니라 액션게임 플레이 한 사람은 전부 잡아넣자”, “(방안 낸) 제주지법에 상 줘야 한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사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서 ‘양심적’이라는 단어를 빼라고 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 게임이건 뭐건 무조건 환영이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실제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집총과 입영을 인정하지 않는 교리를 기반으로 징병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 교리를 보면 순수하고 올바른 행위가 아닌 것은 하지 말라는 성경 문구를 토대로 폭력적이거나 부도덕한 게임을 멀리하라고 합니다. 즉 교리를 삶의 일부로 여겨 병역을 거부할 정도인데, 비록 가상세계긴 하지만 적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슈팅 게임을 즐겨 했다면 말 그대로 ‘유리한 것만 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조회한 곳은 국내 업체 뿐입니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를 즐길 경우 스팀은 걸리지 않고 카카오 유저만 걸리게 됩니다. 여기에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포트나이트’ 등 외산 게임들도 전혀 확인이 불가능하기에 국내 게임을 즐긴 사람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군인권위원회 측은 게임 가입여부 조사가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제기도 했습니다.
게임 전문매제로서, 게임이라는 단어가 이제 그만 좋은 연관어와 엮였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병역거부’라는 단어는 그리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비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걸러내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이번 조사를 계기로 ‘역시 게임은 폭력성 유발 매체’라는 얼토당토 않는 결론이 나올까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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