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시어리는 서양권 중소 규모 개발사 중 최근 가장 도드라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DmC: 데빌 메이 크라이', '헬블레이드' 등 뛰어난 그래픽과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게임을 꾸준히 만들어 왔으며,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어 MS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닌자 시어리가 'E3 2019'에서 다소 독특한 신작을 내놨다. 전작에 비해 그래픽 측면의 힘을 뺀 대신 치열한 PvP 팀전 대결에 초점을 맞춘 4 대 4 액션 게임 '블리딩 엣지'가 그 주인공이다. 펑크 느낌 세계관과 B급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캐릭터들, 흡사 '오버워치'를 연상시키는 게임성까지. 왠지 그 동안의 닌자 시어리 게임과는 이질적인 느낌이다.
게임메카는 'E3 2019'를 앞두고 MS 씨어터에서 펼쳐진 시연회를 통해, 6월 말 테크니컬 테스트를 앞둔 '블리딩 엣지'를 플레이 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인칭 AOS 액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함에 특유의 색깔을 담아 전혀 다르게 재탄생시킨 닌자 시어리 다운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4 대 4 PvP 액션 게임인만큼, 시연은 4명씩 2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각 팀에는 닌자 시어리에서 나온 숙련된 조교가 한 명씩 끼어 있어, 헤드폰을 통해 명령을 내리거나 팁을 알려주는 등 게임의 재미를 돋구는 역할을 했다.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게임인데다 컨트롤이 중요한 PvP 액션 장르다 보니, 게임을 익히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본 조작만 해도 이동과 공격, 스킬과 각종 기능 사용법에서부터, 조준 시스템 배우기, 버프/너프 스킬 사용하기, 범위과 타겟형, 논타겟팅 스킬 조절하기 등 다양한 조작이 요구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넉넉잡아 5분이면 충분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캐릭터 별 다양한 스킬 특성을 익히고, 이에 따른 공격법/방어법을 파악하는 큰 산이 남아 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게임 내 캐릭터는 기본 공격(근/원거리)과 더불어 일반 스킬 3개, 궁극기 1개씩을 지닌다. 궁극기의 경우 2개의 선택지가 있어, 캐릭터를 정할 때 함께 고르게 된다. 대충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로 대표되는 AOS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AOS가 모르면 맞고 삽질해 가며 배우듯, 이 게임도 익숙해지기 전에는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
사실 이런 종류 게임의 첫 번째 흥행 가능성은 여기서 갈린다.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 몇 판의 게임에서 맥없이 죽거나 당했을 때, 게임을 때려치고 싶어지는지, 아니면 계속 하고 싶어지는지가 판가름난다. '블리딩 엣지'는 후자. 그것도 꽤나 모범적인 사례다. 처음 보는 스킬과 어찌 파훼해야 할 지 모를 공격에 맞아 죽으면, 짜증에 앞서 나도 그 캐릭터로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것이 튜토리얼 포함 20여 분의 시연 시간 동안 느낀 첫 번째 감정이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총 10명의 캐릭터를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캐릭터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어쌔신, 서포트, 그리고 헤비다. 어쌔신은 대체적으로 강력하고 빠른 근거리 공격을 바탕으로 원거리 스킬, 함정, 덫, 은신, 이동기 등을 고루 사용한다. 흔히 말하는 손을 많이 타지만 그만큼 위력적인 캐릭터다. 헤비는 쉽게 말하면 딜탱형인데, 몸놀림은 살짝 느리지만 위력적이고 밀어붙이는 공격이 많다. 서포트는 치유나 버프, 디버프, 장벽 등 다양한 스킬을 통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끄는 역할을 한다.
어쌔신에 속한 닌자 캐릭터 '다에몬'의 경우 범위가 넓고 재빠른 근거리 검 공격과 수리검 투척, 은신, 이동 공격기 등을 사용하는 캐릭터로, '오버워치'로 따지면 겐지 같은 포지션인 듯 했다. 두 개의 궁극기를 가지는데, 하나는 가까이 있는 적에게 다가가 최대 체력에 비례한 피해를 주는 필살기고, 하나는 타겟 하나를 지정해 피해량을 늘리고 그 적을 죽이면 재사용 시간이 리셋되는 기술이다. 멋진 캐릭터성과 스킬 효과 덕에 두 번 정도 플레이 해 봤으나, 손을 많이 타는 어쌔신 캐릭터인지라 큰 활약 없이 죽고 말았다. 왠지 '오버워치'의 겐지, '리그 오브 레전드' '야스오' 같은 포지션인 듯 하다.
마찬가지로 어쌔신 캐릭터인 '기즈모'는 원거리 공격을 쓴다. 초보 플레이어를 멀리서 톡톡 때려서 어시스트를 먹기도 쉽고, 가까이 올 경우 근접 공격을 하는 터렛을 통해 적을 섬멸시킬 수도 있다. 여기에 궁극기 중 하나는 'E3 2019' 트레일러 영상에서도 나온 거대 로봇(워머신 같은) 변신이다.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고 나면 불을 뿜어대며 위력적인 공격이 가능한데, 위력보다는 그 위용에서 나오는 쾌감이 꽤나 좋았다.
그 외에도 힐링형 서포트 캐릭터 '미코', 왠지 '오버워치' 루시우를 연상시키는 범위형 버프 캐릭터 '제로쿨' 등 서포트 캐릭터들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뽐냈다. 시간 부족으로 '헤비' 스타일 영웅은 해보지 못했지만, 적으로 만나 죽긴 많이 죽어봤다. 내 원거리 공격을 뚫고 들어와 무지막지한 연타로 돌진하며 두들겨 패는 모습이 꽤나 상대하기 벅찼던 기억이다.
캐릭터를 떠나, 기본적인 게임성도 꽤나 신경 쓴 티가 난다. 일단 기자가 플레이 한 맵은 지역 점령전 방식이다. 게임 내 존재하는 세 지역(A, B, C)을 점령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시간이 다 지났을 때 많은 포인트를 얻은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단순 데스매치 모드도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모드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AOS 처럼 거점 함락만을 강요하기 보다는, 다양한 매칭 모드로 유저에게 선택폭을 주는 방식을 택한 듯 싶다.
맵의 경우 적당히 넓으면서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잘 설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불안하다면 캐릭터 별로 마련된 탈 것 모드를 이용하면 빠른 속도로 맵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탈 것을 타고 다닐 때의 질주감도 상당한 편이다. 일부 맵에는 전철이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전철 위에 올라타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열차에 치여 죽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짧은 시연 시간이었지만, '블리딩 엣지'에 대한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어느 정도냐면, 시연이 끝나자 마자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6월 27일 PC에서 시작되는 테크니컬 알파 테스트 참여 신청까지 했으니까. 마음 같아선 그 자리에서 두어 번 더 시연해 보고 싶었지만 플레이 대기줄이 1시간 이상 늘어서 있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캐릭터성이 다소 뻔하다는 것이다. 샤먼 같이 생긴 여성 주술사가 힐을 넣고, 닌자처럼 생긴 캐릭터가 검을 휘두른다. 헤비 영웅들도 전형적인 힘캐 스타일이다. 루시우 같이 생긴 DJ가 광역 버프를 거는 장면에서는 '얘네 고민 안 하고 캐릭터 만들었구나'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직 첫 발표 단계인 만큼 캐릭터성이나 특성 역시 조금 더 독특하게 변화시킬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으니, 좀 더 매력적인 게임으로 거듭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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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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