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바야흐로 지스타 시즌입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지스타는 한 해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상징과도 같죠. 그러고 보니, 벌써 지스타가 부산에서 열린 지도 올해로 벌써 11회 째군요. 일산에서 개최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부산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 게임쇼가 된 것을 보니 세월 참 빠르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다만, 최근 들어 지스타에 참여하는 국내외 대형 업체가 많이 줄어들고 신작 출품도 잦아들면서 그 위상이 다소 바랜 느낌도 듭니다.
지스타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대로 과거로 돌아가 볼 순 있겠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지스타는 지난 2005년 일산 킨텍스에서 1회 행사가 개최된 후 2009년부터 부산에서 쭉 열리고 있는데요, 사실 그 전에도 전신이 되는 게임쇼가 있었습니다. 바로 카멕스(KAMEX, Korea Amuse World Game Expo)였죠.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나름 10년 동안 코엑스에서 매년 열린 국내 최초 전문 게임쇼였는데, 당시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이 게임쇼를 통해 소개되곤 했습니다. 이후 KAMEX를 필두로 수도권에서 간헐적으로 개최되던 군소 게임쇼를 한 데 모아 재탄생한 것이 지금의 지스타입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8월호에 실린 ‘한국게임기기 및 소프트웨어전 95’ 광고입니다. 영문명은 ‘월드 어뮤즈먼트 머신&소프트웨어 쇼’ 인데요, 이후 2000년도에 문화부 지원을 받으며 명칭이 변경돼 KAMEX가 됩니다. 일단 당시 약칭은 어뮤즈월드 게임쇼였습니다. 광고에서는 1995년 12월 16일부터 1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1회 행사를 소개했는데요, ‘국내최초개최!’ 라는 멘트가 크게 표기돼 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한국에 게임 관련 전시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전까지 게임 전시회들은 컴퓨터나 가전제품이 메인이고 그 안에 게임 부스가 몇 개 들어 있는 수준이었기에 게임쇼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죠. 1995년 들어 한국 게임산업의 기반이 점차 커짐에 따라 게임만 전문으로 다루는 행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때마침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어뮤즈월드 게임쇼입니다. 참고로 주최측인 한국영상오락물제작자협회는 당시 아케이드 관계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행사 자체는 아무래도 아케이드에 좀 더 치중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당시 국내 콘솔/PC 게임산업이 아직 새싹 단계였던 점도 있었지만요.
1회차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어뮤즈월드 게임쇼는, 이듬해인 1996년 제 2회차 행사를 열고 또 다시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96년 행사 역시 코엑스에서 열렸고, 날짜는 전년도에 비해 한 달 이상 앞당겨진 11월 9일부터 12일입니다. 대략 이때부터 11월 즈음 열리는 게임쇼로서 기준이 서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시품목의 경우 전년보다 조금 폭이 다양해졌습니다.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주변기기 뿐 아니라 테마파크 시설물,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특수영상, 오디오기, 실내 볼링/골프연습기, 서바이벌 게임기, 게임 잡지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한국어 명칭도 ‘국제게임기기 및 어트랙션전’으로 바뀌었는데, 국내 게임사 뿐 아니라 글로벌로 게임과 어트렉션 분야를 모두 다루겠다는 의지가 보여집니다.
참고로 이듬해인 1997년부터는 어뮤즈먼트 게임쇼 광고가 없습니다. 당시 어뮤즈먼트 게임쇼는IMF 여파로 부스 출전사가 크게 줄어드는 등 침체기를 겪었는데요, 이듬해부터 PC게임사 위주 참가가 늘어나고 2000년부터는 문화부 지원까지 받아 KAMEX로 발돋움했습니다. 다만 그때부터는 게임쇼 자체가 충분히 알려졌다고 판단됐는지 별도 광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쉬운 대로 당시 잡지에 실린 1회차 행사 현장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흐릿한 사진이지만, 나름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지는군요.
*덤으로 보는 광고
앞서 어뮤즈월드 게임쇼 이전에도 다양한 비전문 게임쇼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위에 소개할 코리아 게임즈 역시 이 같은 행사였습니다. 이 행사는 1992년 처음 열린 컴퓨터 영상축전을 모태로 하는 박람회인데요, 구석에 조그맣게 전시됐던 게임 관련 부스가 점점 커져 1996년에는 한국 컴퓨터 게임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전문화 됐습니다.
이듬해인 1997년에도 같은 행사를 열었는데요, 수~일에 걸쳐 5일 동안 개최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다만, 당시 IMF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지 못한 것인지 이 행사는 1997년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겼습니다. 어뮤즈월드 게임쇼가 카멕스를 거쳐 지스타로 탈바꿈하며 지금까지 이어진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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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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