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1997년, 일본에서 유입된 가상 애완동물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가 국내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켰습니다. 그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다마고치에게 밥을 주다가 시험을 못 치르고, 운전 중 사고가 나는 등 별의별 사건사고가 다 일어났죠. 일각에서는 전자 생명체이긴 하지만 리셋을 반복하는 행위가 생명경시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야기까지 제기됐습니다. 그야말로 사회적 현상이었습니다.
다마고치 인기가 폭등하자, 너도 나도 다마고치 같은 게임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다마고치 자체가 기술적으로 월등한 것이 아닌 아이디어 상품이었기에, 이러한 열풍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번졌죠. 다마고치 붐이 절정에 이른 1997년 여름 무렵에는 게임잡지에서 다마고치류 게임 광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광고는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7년 8월호에 실린 ‘헬로마미’ 입니다. 헬로마미 시리즈는 동물이 아닌 아이를 키워 한 가족을 만드는 육아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당시 국내에서 다마고치에 버금갈 정도 인기를 얻으며 널리 보급됐었죠.
게임 설명을 보면 하루에 3개월씩 나이를 먹으며, 40여일 만에 한 세대 가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40일이면 120개월인데, 10살에 한 가정을 이루다니 꼬마신랑이네요.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다른 제품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형태로의 변형이나 죽음 등이 없어 교육적으로도 좋다’고 언급된 부분입니다. 실제로 다마고치류 게임은 밥을 제때 주지 않거나 병을 치료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거나 이상하게 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런 헬로마미의 특징이 인기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소리 ON/OFF와 시간조절 기능도 있다는데요, 개인적으로 시간조절은 과한 기능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 광고는 이름부터 왠지 짝퉁 냄새가 나는 ‘헬로고치’ 입니다. 이 역시 ‘다른 게임기’와 비교하는 광고 문구들이 보이는데요, 확실히 당시 다마고치류 게임들이 수십 개씩 쏟아지다 보니 차별화를 위한 갖은 노력들이 돋보입니다. 이 게임의 경우 10여가지의 아이콘, 4종류의 미니게임, 19가지의 성장모델, 2배속 기능 등이 특징인 듯 하네요. 참고로 아래 표에는 타 게임기들과 기능/품질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비교한 표까지 나와 있습니다. 오른쪽 밑을 보면 스포츠 스타 키우기나 연예인 스타 키우기 등 사람 키우기 게임도 9월 중 판매예정인 듯 합니다.
이 제품 역시 학교 갈 때는 Stop을 누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당시 교육계에서 문제가 됐던 수업 중 삑삑거리는 소리를 방지하기 위해서인 듯 합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일부 고등학생들의 삐삐를 제외하면 전자제품으로 수업에 지장이 되는 경우는 없었는데, 다마고치를 시작으로 삐삐가 중고등학생에까지 보급화되고, 피처폰을 거쳐 현재의 스마트폰까지 학교에서의 전자기기 사용 제한이 내려져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 광고는 ‘오리지날 네꼬차’ 라는 이름의 기기입니다.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 다마고치의 원조가 일본이라는 점을 강하게 의식해 중국산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함인 듯 합니다. 이 게임은 고양이 키우기 게임으로, 결혼해 새끼를 낳는 것까지 구현했네요. 게임에 대한 정보는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은 2만 원으로 당시 1만원 내외에 형성됐던 타 제품보다 조금 비쌉니다.
네 번째 광고는 ‘다마고치2 월드’ 라는 이름입니다. 일단 이름부터 다마고치인지라 얼핏 정품 게임처럼 보이는데요, 버튼 구성이나 디자인을 보면 정품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 외에도 펭귄, 공룡, 강아지, 고양이 등 다양한 제품들이 보이는데, 다른 게임기들과 비교하면 기기 품질이 조금 조악해 보이는 것은 느낌탓이겠죠?
이처럼 1997년 중반 인기를 끌던 다마고치 게임들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인기가 빠르게 식어갔습니다. 워낙 많은 짝퉁 게임이 나온 탓에 유저도 분산됐고, 대다수 짝퉁 게임들이 조악한 품질과 게임성으로 실망을 대거 안겨준 면도 큽니다. 결국 1997년 말부터는 다마고치류 광고 수도 확 줄었고, 1998년 중반쯤 되면 사회적으로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 들어 다마고치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데, 문득 이맘때 유행했던 짝퉁 다마고치들이 그립네요. 그러고 보니 '젝스키스 키우기'도 있었는데, 광고는 찾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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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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