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은 어른이 돼서 봤을 때 불쌍한 캐릭터의 대명사다. 어린이 입장에선 귀여운 우리 친구 둘리를 구박하고 괴롭히는 나쁜 아저씨지만, 알고 보면 그는 둘리 일행으로 인해 수많은 인적/재산 피해를 입은 피해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말썽꾸러기들을 유기하거나 내쫒지 않고 키우는 한없이 선한 인물이다.
게임에도 이런 이들이 있다. 플레이 할 때는 그저 나쁜 놈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곰곰이 되짚어 보니 그리 나쁘진 않았던, 오히려 착하기까지 한 악역 캐릭터들 말이다. 누명을 써서, 사회적 위치 때문에, 외모나 이미지 때문에 나쁜 놈 취급을 받아왔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게임 속 악역 캐릭터들을 뽑아봤다.
TOP 5. 메이플 세계의 진정한 리더, 검은 마법사(메이플스토리)
악의 조직이라 불리는 곳들을 보면, 의외로 탄탄한 고용보장과 충분한 복지, 능력 있고 자애로운 리더가 있는 꿈의 직장인 경우가 많다. 메이플스토리의 검은 마법사 세력이 바로 그렇다. 에피소드 1부 최종보스로 등장해 십 년 넘게 최장자로 군림하며 강렬한 인상을 새긴 검은 마법사는 세계관적으로 만악의 근원 취급을 받아 왔고, 실제로 메이플 연합 측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명실공히 악의 대마왕이다. 그러나 그의 실체가 재조명되며 많은 이들이 검은 마법사를 찬양하고 있다.
플레이어를 거의 무보수에 가깝게 부려먹는 메이플 연합에 비해 검은 마법사는 부하가 되는 이들에게 영생과 힘 등 보상을 충분히 준다. 또한 휘하 군단장들이 무수한 실책을 범하고, 배신까지 해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등 부하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여기에 드래곤이나 마족 등 인간에게 배척받는 종족들도 편견 없이 품어, 차별 또한 없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그의 목적은 세계를 소멸시킨 후 신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메이플 연합에 이해 사실이 조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TOP 4.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 한스 타이드먼(데드 스페이스 2)
데드 스페이스 2에 등장하는 한스 타이드먼은 주인공 아이작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악역이다. 그는 타이탄 정거장(스프로울)의 책임자로서, 12구역 마커를 인류의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든 이를 지키려 한다. 이에 네크로모프 사태를 멈추기 위해 마커를 파괴하려 하는 아이작과 계속해서 충돌하며, 그를 방해하기 위해 갖가지 공작을 펼친다. 게임 내에서 아이작이 하는 고생 대부분은 타이드먼 때문에 벌어진 짓들이다.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 한 발 벗어나 보면 타이드먼은 미래를 바라보는 지도자다. 그는 날이 갈수록 황폐해지는 타이탄 정거장을 구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마커를 연구해 왔는데, 피폐한 삶에 지쳐 가는 시민들 입장에선 차라리 리스크를 짊어지더라도 새 에너지원을 마련하는 편에 기대를 걸어 보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마커로 인해 사태가 심각해지자 주민과 연구원, 경비대원들을 나름대로 최대한 대피시키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그 휘하의 경비대들에게는 네크로모프보다 아이작 클라크가 더 큰 재앙이 아니었을까 싶다.
TOP 3. 이름은 악마지만 실제론 그냥 전사, 고우키(스트리트 파이터)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는 악역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큰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이는 단연 고우키다.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X에 갑자기 튀어나와 베가를 순식간에 해치우는 충격적인 등장, 악마를 연상시키는 빨간 눈과 헤어스타일(실제로 수출판 이름도 ‘아쿠마’다),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뜨고 스승을 죽였다는 괴이한 설정 등은 고우키를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제일 가는 악역으로 올려놓는 데 한 몫 했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고우키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애초에 가장 나쁜 사람은 살의의 파동에 휩쓸릴 수 있는 위험한 무술을 안전장치 없이 전수해준 스승 고우테츠고, 심지어 스승이 먼저 고우키를 죽이기 위해 살수를 펼쳤다. 고우키로서는 정당방위였던 셈이다. 이후 수라의 길을 걸으면서도 딱히 민간인을 학살한다거나 세계 멸망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강자와의 결투만을 목적으로 세상을 떠도는 야인일 뿐이다. 강조하는데, 눈이 빨갛고 무섭게 생겼다고 다 악역은 아니다.
TOP 2. 학교 지킴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가장, 수위(화이트데이)
손노리 공포게임 화이트데이는 악령을 소재로 하지만, 사실 화이트데이를 무섭게 만드는 알파이자 오메가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둠 속에서 플레이어를 쫒아와 후드려 패는 수위 아저씨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화이트데이를 ‘수위 피하는 게임’으로 기억하는 등, 수위야말로 플레이어의 가장 큰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이들 수위 아저씨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 보안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착한 가장들이다. 물론 플레이어를 죽도록 팬다는 점은 무섭지만, 이 역시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악령에 씌여 조금 과격하게 벌인 행동일 뿐이다. 사실 가장 잘못한 이는 한밤 중에 공적 공간인 학교에 무단 침입한 주인공이 아니겠는가. 생업에 임하고 계신 수위 아저씨들을 욕하지 말자.
TOP 1. 악질 사채업자라는 누명, 너굴 사장(동물의 숲)
최근 모여봐요 동물의 숲 발매로 인해 너굴 사장의 악행(?)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플레이어에게 고액의 대출을 알선하고, 이를 빌미로 빚의 늪에 빠뜨리는 사채업자로서의 이미지는 이미 공식화 되어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너굴 사장의 빚을 갚기 위해 나무를 베고, 곤충을 잡고, 낚시를 하면서 그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는 판이다.
그러나, 자세히 알아보면 너굴 사장에게 씌여진 악덕 사채꾼이라는 타이틀은 순전 누명이다. 악덕 사채업이 인정되려면 최소한 고액의 이자와 이를 받아내기 위한 악질 독촉이 곁들여져야 하건만, 너굴 사장은 이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가 빌려주는 돈은 이자가 무려 0%로, 빌릴수록 채무자에게 득이 되는 구조다. 갚는 날짜도 정해진 바가 없고, 심지어 돈을 갚지 않고 몇 년간 모른체 해도 독촉 하나 없다. 현실에 있다면 서민을 위한 성자 정도로 추앙받을 분이시다. 그러니까, 다시는 너굴 사장님을 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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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봐요 동물의 숲
2020년 3월 20일
- 플랫폼
- 비디오
- 장르
- 경영시뮬
- 제작사
- 닌텐도
- 게임소개
- ‘동물의 숲’은 여러 동물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 낚시, 곤충 채집 등을 즐기고 집과 마을을 꾸며 다른 플레이어를 초대하는 등 평화롭게 즐기는 ‘치유 게임’이다. 물고기와 곤충, 화석 등 다양한 수집 요소가 존재... 자세히
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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