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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는 전설이다. 한 눈에 보는 AMD CPU의 역사와 세대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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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AM486

AMD는 1969년 5월 1일 페어차일드 반도체 출신들이 주축이 되어 세워졌다. 창립자는 제리 샌더스며 7명의 동료들과 함께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임시 거처에서 시작했던 AMD는 1969년 9월 캘리포니아 주 서니베일로 이전했다. 이후 페어차일드와 내셔널 세미컨덕터가 설계한 마이크로칩의 2차 공급원이 됐다. 


이어 AMD는 1969년 11월 4비트 MSI 시프트 레지스터인 Am9300, 1970년 9월 AM2501 논리 계산기, 1971년 64비트 양극 램 AM3101을 선보였다. 1979년 10월에는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됐다.


1982년 1월 AMD는 IBM의 요청에 의해 인텔과 8086 CPU 라이센싱을 체결하며 IBM의 2차 공급자가 됐다. 1986년 2월에는 CMOS 공정으로 제조한 업계 최초 100만 비트 EPROM Am27C1024를 선보였다.


1991년 5월에는 Am386 마이크로프로세서 제품군을 선보여 80386 호환 32비트 CPU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이 때 인텔이 AMD와의 CPU 라이센스 계약을 취소했다. 이 시기부터 AMD와 인텔의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8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1993년 1월에는 Am486을 선보여 같은 가격 대비 20% 향상된 성능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1996년이 됐다.



K5

1996년, AMD는 독자 설계한 소켓호환 x86 마이크로프로세서 K5를 선보였다. 이는 AMD가 메인스트림 데스크톱 컴퓨터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참고로 해당 프로세서는 인텔 펜티엄과 호환되던 프로세서였다. 펜티엄 프로에 가깝게 설계됐지만 실 성능은 펜티엄에 가까웠다. 



K6

AMD는 K5 프로세서의 후속으로 K6를 선보였다. 미국 넥스젠을 인수해 해당 기업이 개발 중이던 Nx686을 소켓 7 규격에 맞게 수정한 뒤 MMX를 추가해 출시한 제품이다. 해당 프로세서 덕분에 처음으로 PC 가격이 1,000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K6의 특징은 RISC86 코어다. x86(CISC)의 복잡한 명령을 RISC86의 더 작은 작업으로 해독해 정수 연산 성능을 향상시켰다. 출시 당시 166MHz, 200MHz 제품군을 선보여 펜티엄 MMX와 경쟁했다. 


이후 펜티엄 2가 출시되자 1998년 5월 K6-2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3D나우! 명령어 셋을 추가했다. 이는 기존 부동소수점 연산에 집중하는 멀티미디어 응용 프로그램의 병목 현상을 해결해 실성능을 높이는 명령어였다. 간단히 요약하면 게임에 특화된 명령어가 추가됐다.


마지막으로 1999년 2월 K6-III가 출시됐다. 기존 K6-2에 L2 캐시 256KB가 내장된 제품이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L2 캐시를 128KB로 줄여 K6-2+ 시리즈로 출시됐다.


제품군은 K6, K6-2, K6-III로 나뉜다. K6은 166~300MHz, K6-2는 200~550MHz, K6-III는 333~550MHz에 해당된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K6-III-P가 350~475MHz, K6-2+가 450~550MHz, K6-III+가 400~500MHz이다.






AMD (구)전성기의 시작, K7 애슬론 

애슬론 프로세서는 당시 가장 빠른 x86 프로세서였다. 또한 구리 배선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프로세서이기도 하다. 당시 반도체 배선은 공정기술상 이유로 알루미늄이 주 재료였는데, 알루미늄은 구리 대비 전기저항이 높고 전자이동 특성이 좋지 않았다. 


그렇기에 반도체 배선에 구리를 사용했던 애슬론은 전력 소비량이 낮아졌고, 그만 AMD는 클럭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후발 주자였던 AMD가 처음으로 인텔의 클럭 속도를 추월했다. 2000년 5월 6일 애슬론 1000을 선보이며 데스크톱 CPU 중 최초로 1GHz를 돌파해낸 것이다. 당시 인텔의 플래그십 펜티엄 III는 속도가 600MHz에 불과했다.


빨라진 속도만큼 발열도 높기로 유명했다. 가장 유명한 게 썬더버드다. 썬더버드는 고발열에 잘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지녔다. 즉 CPU는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메인보드였다. 메인보드가 발열을 견디지 못하고 고장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애슬론은 CPU가 자동으로 ‘뚜따’된 상태였다. 소켓A로 출시되던 초창기 애슬론 프로세서는 IHS(Integrated Heat Spreader)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코어가 바깥으로 시원하게 드러난 구조였다. 이게 발열 해소에는 더 좋긴 한데, 문제는 쿨러 장착 시 코어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코어와 더불어 브릿지도 노출되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이 점을 파고드는 연필 신공이 유행했다. 상위 모델인 애슬론에서 레이저 커팅으로 L2 캐시 등을 막아 듀론으로 선보이곤 했는데, 연필로 슥슥 그어 이를 연결해 L2 캐시를 부활시키거나 배수락을 해제하는 사례가 많았다. 여러모로 성능도 뛰어나고 갖고 노는 재미도 있었던 좋은 프로세서다.


제품군은 아르곤, 썬더버드로 나뉜다. 아르곤은 애슬론 700~애슬론 500(700MHz~500MHz)이며 썬더버드는 애슬론 1400C~애슬론 600(1400MHz~600MHz) 구성이다.



국민 CPU 바톤 2500+, K7 애슬론 XP

애슬론 프로세서의 후속작이며 아키텍처는 K7로 애슬론과 동일한 프로세서다. XP는 익스트림 퍼포먼스를 뜻한다. 참고로 이 때부터 제품명 표기법이 조금 변했다. 기준을 애슬론 1GHz=1000이라 잡고, 이에 맞춰 숫자로 표기했다. 즉 2000은 애슬론 1GHz보다 두 배 빠른 셈이다. 단, 그게 꼭 클럭과 비례하지는 않았다.


2001년 등장한 팔노미노는 전작 썬더버드와 같은 180nm지만 전력 소비량은 상당히 줄었고 그만큼 성능도 좋아졌다. 덕분에 출시 초기 상당히 고전하던 윌라멧 펜티엄 4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이어 2002년 등장한 게 서러브레드다. 서러브레드는 공정을 130nm로 낮추고 FSB와 클럭을 높였다. 서러브레드-A와 서러브레드-B로 나뉘는데, 서러브레드-B가 FSB 속도를 증가시켰다. 덕분에 서러브레드-B는 1600부터 2800+ 모델까지 등장하게 된다. 이 중 가장 유명했던 건 서러브레드 1800+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오버클럭이 그럭저럭 잘되는 편이었다. 


2003년에는 바톤 프로세서가 출시된다. 바톤 2500+는 오버클럭이 워낙 잘되기에 인기가 아주 높았다. NF7 메인보드와 조합해 국민 오버클럭 조합으로 많이 사용했다. 2500+의 경우 기본 1.83GHz며 국민 오버가 2.16GHz였다. 오버클럭 시 바톤 3200+ 급이 된다고 보면 된다. 오버클럭 성공 시 실체감 성능은 노스우드 펜티엄4 2.8GHz에 달한다. 저렴한 가격에 큰 만족도를 제공한 좋은 CPU였다.



AMD의 (구)최고전성기 上, K8 애슬론 64

2003년 4월 22일 K8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의 64비트 프로세서 AMD 옵테론 프로세서가 출시됐다. 이어 5개월 후 AMD는 리테일 시장에 64비트를 지원하는 애슬론 64 제품군을 투입했다. 애슬론 64는 64비트 지원 외에도 새로운 특징이 있다. 히트 스프레더를 탑재하기 시작해 CPU 내구성이 좋아진 것이다. 


애슬론 64는 초반에는 소켓 754(메모리 싱글 채널 지원)을 사용하다 이후 소켓 939(메모리 듀얼 채널 지원)도 출시됐다. 2005년 당시 소켓 939로는 베니스 3000+, 소켓 754로는 팔레르모 2800+ 제품군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또한 애슬론 64는 차후 DDR2 기반의 소켓 AM2로 변경되며 이에 대응하는 올리언즈 제품군도 출시됐다. 







AMD의 (구)최고전성기 下, K8 애슬론 64X2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출시 당시 기준)하이엔드 제품군인 애슬론 64 X2다. 2005년 5월 말 등장한 애슬론 64 X2는 듀얼코어를 탑재해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성능을 뽐냈다. 전력 소비는 높았지만 네이티브 듀얼코어이기에 같은 듀얼코어인 펜티엄 D 스미스필드, 프레슬러보다 성능이 더 뛰어났다. 특히 윈저 3800+ 등이 상당히 유명했다.


그런데 AMD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애슬론 64 FX라는 상위 제품군을 추가로 선보인 것이다. 최상위 제품군이라 소켓 940을 사용했고, 가격대도 플래그십 제품답게 아주 높았다.


즉 당시 AMD는 엔트리 라인업에는 샘프론(팔레르모), 메인스트림 라인업에는 애슬론 64(베니스), 하이엔드 라인업에는 애슬론 64 X2(윈저), 플래그십 라인업에는 애슬론 64 FX라는 라인업을 갖췄다. 어느 라인업을 뜯어보더라도 인텔 프로세서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인텔로 치면 셀러론급인 샘프론마저 노스우드 펜티엄 4와 겨룰 만한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AMD의 최전성기였다.


그러나 달콤한 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인텔은 불멸의 명작인 코어2듀오 시리즈를 선보였다. 처음 출시된 제품이 65nm 공정인 콘로였는데, 최하위 모델인 E6300이 펜티엄D 최상위 모델을 손쉽게 제압할 정도였다. 물론 AMD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았다. 플래그십 제품이었던 AMD 애슬론 64 FX-74 제품마저 콘로 앞에 처참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플래그십 라인업이 보급형 제품군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AMD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가성비에 집중하는 것 뿐이었다. 애슬론 64 X2의 가격을 크게 인하했고, 추후 65nm 브리즈번을 공급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보급형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



네이티브 쿼드코어, K10 페넘

반전이 필요했던 AMD가 선택한 것이 K10 아키텍처(K9는 개발 중 취소됨) 기반의 65nm 네이티브 쿼드코어 페넘이다. 


페넘 X4는 불멸의 쿼드코어 CPU 코어2쿼드 켄츠필드보다 1년 후에 나왔다. 후발 주자인 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아주 컸다. AMD 마니아들은 투 다이 쿼드코어였던 켄츠필드(콘로 듀얼코어를 두 개 합친 구조)를 네이티브 쿼드코어인 페넘 X4가 시원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꿈꿨다.


그러나 페넘 X4 아제나가 출시되고 보니 켄츠필드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클럭이 2.3GHz에 불과했다. 성능도 좋지 않았고 소모 전력이 너무 높으며 오버클럭 잠재력도 낮았다. 블랙 에디션을 구매하더라도 오버클럭 잠재력이 너무 낮아 별 의미가 없었다.


또한 데이터가 손실될 수 있는 TLB 버그까지 있었다. TLB 버그 픽스(바이오스와 마이크로코드 수정)가 있긴 했는데, L3 캐시의 일부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이라 오히려 성능이 하락하고 말았다. 추후 TLB 버그를 고친 B3 스테핑 제품군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클럭은 낮았다. 


오히려 이 시기에 주목을 받은건 CPU보다도 메인보드 칩셋이었다. AMD 780G 칩셋의 메인보드가 주목을 받았는데, 내장 그래픽 성능이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해당 내장 그래픽에 라데온 HD 3540 등을 조합해 하이브리드 크로스파이어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780G의 등장 덕분에 이후로 내장 그래픽을 그래픽 감속기 등으로 우습게 보던 시선이 사라졌다.


참고로 페넘 X4 아제나에서 불량 코어 하나를 비활성해 3코어로 선보인 제품도 있었다. 페넘 X3 톨리만이다. 해당 CPU는 가성비가 뛰어난 편이라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활약했다.



코어 부활로 대동단결. K10.5 페넘 II

K10.5 아키텍처인 페넘 II 데네브는 공정을 65nm에서 45nm로 낮췄고 클럭도 많이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페넘 II X4 940 블랙 에디션의 경우 클럭이 3.0GHz에 달했다. 그러면서 TDP는 125W로 줄어들었다. 비로소 요크필드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인텔이 새로운 코어 프로세서인 린필드 프로세서를 선보이게 되며 관심은 그 쪽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데네브의 성능이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AMD는 가격을 조정해 이에 대응했다. 덕분에 가성비가 좋아진 데네브는 린필드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었다. 


데네브가 맹활약했지만, 사실 페넘 II에서 하드웨어 마니아들의 흥미를 돋군 건 하위 제품군이었다. 3코어의 페넘 II X3 헤카, 2코어의 페넘 II X2 칼리스토, 4코어의 페넘 II X4 T 조스마 시리즈 이야기다. 추가로 애슬론 II X4 프로푸스, 애슬론 II X3 라나, 샘프론 사르가스 140도 이 범주에 든다. 해당 CPU들은 출생에 비밀이 있었다.


기존 데네브 제조(조스마 제외) 공정에서 수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불량품의 문제되는 부분을 비활성화하고 이름을 붙여 판매하게 된다. 코어를 하나 비활성화하면 3코어인 헤카, 두 개 비활성화하면 2코어인 칼리스토, 코어는 멀쩡한데 캐시 메모리에 문제가 생기면 4코어이지만 캐시가 줄어든 프로푸스, 캐시 메모리 문제 및 코어 하나를 비활성화하면 3코어인 라나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CPU를 공급할 때 만약 데네브의 불량률이 점점 감소한다면 어떨까? 불량이 나와야 그것을 하급 제품으로 팔 수 있는데, 불량이 안 생겨서 하급 제품을 팔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이럴 때는 멀쩡한 데네브의 기능을 비활성화시켜 파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CPU들을 구입한 뒤 비활성화된 부분을 활성화시킨다면? 아무런 문제 없는 상위 CPU로 변신해 버린다. 처음 시작은 헤카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헤카에 ACC(Advanced Clock Calibration, 클럭 조절 기능) 기능을 활성화했더니 코어 하나가 되살아나며 데네브로 변신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 해당 주차의 헤카는 일명 헤네브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런데 이건 헤카만이 아니었다. 헤카 아래의 하위 모델들도 ACC 기능 활성화 시 다양하게 변신했다. 칼리스토는 칼네브(4코어 활성화), 칼카(3코어 활성화)며 프로푸스는 프네브(L3 캐시 부활)로 변했다. 라나도 라네브(4코어 활성화, L3 캐시 활성화), 라카(L3 캐시 활성화), 라나푸스(4코어 활성화) 등으로 변했다. 심지어는 샘프론 라인업인 1코어 모델 사르가스도 ACC 기능 활성화를 통해 2코어 모델인 레고르로 변신했다. 해당 CPU는 사고르라 불린다. 


참고로 6코어 제품군인 페넘 II X6 T 시리즈 투반도 있었다. 클럭은 2.8GHz(1055T)부터 3.3GHz(1100T 블랙 에디션)에 달했다. 경쟁 제품인 린필드 대비 IPC는 낮았지만 코어 수가 많아서 나중에 멀티 코어를 적극 활용하게 된 환경에서 빛을 보게 됐다. 참고로 페넘 II X4 T 조스마 시리즈도 ACC 활성화 시 6코어인 투반으로 부활하는 경우가 있었다. 해당 CPU는 조반(6코어 활성화)이라 불린다. 같은 이유로 5코어가 활성화되면 오반이다.



최초의 APU, 라노

2006년, AMD는 라데온 시리즈로 유명한 그래픽카드 전문기업 ATI를 인수·합병했다. 당시 AMD는 자사의 CPU와 ATI의 라데온 코어를 하나의 다이에 통합하려는 ‘퓨전’ 프로세서 계획이 있었다. 


이후 AMD는 2011년 CPU와 GPU를 결합한 APU 라노를 새롭게 선보였다. 라노는 FM1 소켓을 사용하는 데스크톱 전용 프로세서로 그래픽 성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최대 4개의 x86 CPU 코어와 다이렉트X 11을 지원하는 GPU가 탑재됐다. 


다만 CPU 성능은 페넘 기반이었다. 그리고 당시 경쟁사인 인텔의 주력 제품은 샌디브릿지와 아이비브릿지다. 즉 라노는 CPU 성능만 놓고 봐서는 경쟁사 제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유일하게 믿을 것은 내장 그래픽이었다. 


라노의 플래그십 제품인 A8-3870K를 예로 들어보자. 코어 클럭 3.0GHz, 4코어 4스레드, L2 캐시 4MB, L3 캐시 없음, GPU HD6550D(코어 수 400, 동작 클럭 600MHz)다. GPU 성능만 두고 보면 라데온 HD 6450보다도 좀 더 나은 수준이었다. 덕분에 해상도, 옵션 타협 정도로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샌디브릿지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프레임을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 






불도저로 스스로를 밀어버렸다, 불도저

AMD의 가장 아픈 순간이다. AMD가 페넘 II의 정식 후속작으로 선택한 것은 하나의 모듈에 두 개의 코어가 들어가는 CMT 구조의 불도저다. CMT는 2개의 ALU(정수 연산 장치)가 1개의 FPU(부동소수점 실수 연산 장치)를 공유하는 구조였다. 


해당 구조는 멀티스레드에 최적화된 환경이 갖춰져야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문제는 불도저가 출시될 무렵의 윈도우 7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모듈 구조를 선택했기에 단일 작업에서는 SMT를 선택한 인텔의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낮았다.


또한 불도저는 클럭을 상승시키기 위해 파이프라인 스테이지를 18단계로 늘렸다. 참고로 전작 투반이 14단계였는데 더 깊어졌다. 그런 상태에서 분기 예측을 실패하면 어떨까? 해당 파이프라인은 다시 처음부터 계산을 시작해야 한다. 


참고로 인텔 제품군은 샌디브릿지부터 µop 캐시(파이프라인 단계를 줄여줌)가 생겨 해당 문제를 해결했는데, AMD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분기 예측에 실패할 때마다 18단계를 처음부터 다시 밟게 된다. 요약하자면 성능 저하가 심했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불도저는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얼마나 놀라운 성능이었냐면 샌디브릿지와 경쟁해야 할 잠베지 FX-8150 프로세서(4모듈 8코어, 3.6~4.2GHz, L3 8MB, 125W TDP)가 사실은 전작인 페넘 II X6 1100T보다도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낮은 성능 덕분에 불도저는 시장에서 외면받게 됐다. 게임 성능도 처참했다. FX 4100의 경우 샌디브릿지 펜티엄 G840에 질 정도였다. 추후 가성비를 강화한 FX 8120이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은 정도다.




불도저의 업그레이드판, 파일드라이버

불도저의 후속인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를 대표하는 CPU는 비쉐라다. 분기 예측 능력, L2 효율성, 정수 연산과 부동소수점 연산을 담당하는 유닛이 개선돼 연산 능력이 최대 15% 향상됐고, 전력 효율도 개선됐다.


당시 주력 제품군은 FX 8300이었다. 코어 클럭 3.3GHz, 터보 클럭 4.2GHz로 동작하는 CPU였는데, 수율이 높아 오버클럭이 잘 됐다. 4GHz로 오버클럭 후 사용하면 상위 제품인 FX-8350과 같은 성능으로 동작했다. 그러면서 가격대는 10만 원 초반이었다. 가성비는 훌륭했기에 그럭저럭 선택해 볼 만한 대안은 됐다.


이 FX 8300은 훗날 멀티 스레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임이 많아지며 재평가됐다. 8코어를 모두 다 활용할 수 있는 게임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출시 당시에는 코어 i5-3570의 상대가 될 수 없었는데, 추후 배틀필드1 등의 게임에서코어 i5-6600K에도 근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재미있는 제품도 있었다. 당시 AMD는 클럭 속도로 제품을 구분했고, 이에 맞춰 고클럭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업계 최초로 5GHz를 달성했다. FX-9590이다. 코어 클럭 4.7GHz에 터보 클럭 5.0GHz이며 TDP가 220W에 달하는 괴물이었다. 번들 쿨러로 쿨러마스터 Seidon 120XL이라는 1열 수랭 쿨러가 동봉될 정도다. 


추가로 비쉐라를 사용하는 PC방도 있었는데, 게임 성능을 높이기 위해 코어 파킹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1모듈 2코어에서 1코어를 꺼 1코어 1모듈로 동작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즉 4모듈 4코어로 동작하는 방식이다. 궁여지책이었지만 게임 시 그럭저럭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서 체감 차이가 컸다.


APU는 라노 이후 등장한 2세대 APU 트리니티가 꽤 인기를 끌었다. 라노의 CPU는 페넘 기반이었는데, 트리니티는 불도저 아키텍처를 개선한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가 탑재됐다. 그렇기에 아이비브릿지 코어 i3 시리즈와 비슷한 성능을 지녔다. 라노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발전한 APU, 스팀롤러&엑스카베이터

트리니티의 진정한 후속작은 스팀롤러 아키텍처가 적용된 카베리였다. 카베리 이전 APU는 CPU와 GPU를 물리적으로 합친 것에 불과했는데, 카베리는 CPU와 GPU의 경계를 허문 HSA(이기종 시스템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HSA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카베리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카베리의 대표 제품인 A10-7850K은 CPU 코어 4개, GPU 코어 8개로 동작했다. 기본 클럭 3.7GHz, 터보 클럭 4.0GHz며 GCN 기반 라데온 R7 시리즈 그래픽, 4K UHD 지원 등으로 상당히 쓸 만했다. 당시 피파 온라인 3,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필드 4나 디아블로 3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카베리 리프레시인 고다바리는 큰 차이는 없었다.


카베리의 후속작이라 불릴 만한 APU는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의 카리조였다. 카리조는 H.265 비디오 압축 기술과 전 세대 대비 2배로 증가한 비디오 압축 엔진이 탑재됐다. 4K UHD 해상도를 지원하며 배터리 사용시간도 늘렸다. 배터리 사용시간이라는 즉슨 모바일 CPU라는 이야기다.


사실 카리조는 스팀롤러 기반 APU보다 전력 소비가 낮고 단일 코어 성능이 높았다. 고클럭에서는 효율이 좋지 않았고, 주로 낮은 TDP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카리조가 노트북 프로세서에서 활약하게 된 이유다. 같은 이유로 데스크톱에서는 카리조 대신 고다바리가 등장하게 됐다. 그런데 카리조도 추후 데스크톱용 애슬론 X4 845로 등장하기도 했다. 구조는 APU인데, GPU를 제거한 신기한 제품이었다. 


카리조에 이어 등장한 것은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의 브리스톨 릿지다. 브리스톨 릿지는 2016 컴퓨텍스에서 7세대 APU로 공개됐다. 사실상 불도저의 계보를 마무리짓는 APU이기도 하다. 카베리, 카리조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AVX2 명령어가 탑재됐고 DDR4도 지원한다. 플루이드 모션도 사용할 수 있었다. 해당 APU의 역할은 징검다리였다. 라이젠 기반 APU인 레이븐 릿지가 등장할 때까지의 시간 벌기다. 그리고 브리스톨 릿지는 해당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소비자용 CPU에 8코어 16스레드를 가져왔다, 젠(ZEN, 서밋릿지 외)

2017년, 라이젠 서밋 릿지가 출시됐다. 엑스카베이터보다 IPC 52%를 향상시킨 엄청난 CPU로 사실상 AMD를 살린 구세주라 볼 수 있었다. 


1세대 라이젠은 코어와 스레드 수를 크게 늘렸다. 라이젠 7이 8코어 16스레드, 라이젠 5가 6코어 12스레드, 라이젠 3가 4코어 8스레드였는데, 이는 당시 인텔의 HEDT 라인업인 브로드웰-E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 


단, 게임을 구동했을 때 성능은 하스웰 시리즈와 비슷했다. 최저 프레임 방어도 인텔 코어 프로세서보다는 좋지 못했다. 그래도 이전 AMD 프로세서보다는 크게 향상된 셈이다. 1세대 라이젠의 등장은 AMD가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인텔이 한동안 독주하던 CPU 시장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경쟁 제품이 나타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성비로 끝장봤다. 젠+(ZEN+, 피나클 릿지 외)

두번째 라이젠, 피나클 릿지는 젠+ 아키텍처 기반 12nm CPU다. 피나클 릿지는 다섯 가지 장점을 갖췄다. 콘텐츠 제작 시 속도 향상, 게이밍 경험 향상, 소켓 AM4 지원, 강화된 쿨링 성능, 스토리지 가속 추가다.


우선, 피나클 릿지는 3D 모델링, 영상 편집 및 렌더링 등의 작업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CPU보다 대략 20% 빨랐다. 게임 성능은 1세대 서밋 릿지보다 상향됐다. 3DMARK 타임 스파이 테스트의 경우 CPU 점수는 라이젠 7 2700X이 비슷한 가격대의 CPU 중 가장 높게 측정됐다. 또한 소켓 AM4를 그대로 사용해 업그레이드가 쉬웠다. 쿨러는 라이젠 7 2700X 선택 시 화려한 RGB의 레이스 프리즘이 동봉됐다. StoreMI 스토리지 가속 기능도 포함됐다.


가장 중요한 건 메모리 레이턴시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덕분에 게이밍 체감 성능이 향상될 수 있었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가성비에서 늘 우위를 점하여 8세대 인텔 CPU와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젠2 (ZEN 2, 마티스 외)

컴퓨텍스 2019에서 젠2 아키텍처 기반 3세대 라이젠 마티스가 공개됐다. CEO 기조 연설에서 AMD CEO 리사 수 박사가 데스크톱 3세대 라이젠 CPU의 정보를 공개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12코어 24스레드 CPU인 라이젠 9 3900X와 16코어 32스레드인 라이젠 9 3950X가 등장했다. 또한 젠2 아키텍처는 기존 젠 아키텍처 대비 IPC가 15% 상승했다. 캐시 메모리 용량도 두 배로 늘어났고 부동 소수점 엔진도 개선됐다. 거기에 세계 최초의 PCIe 4.0을 지원한다.


비교 시연도 충격적이었다. 라이젠 7 3800X이 코어 i9-9900K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젠 9 3900X는 블렌더 테스트에서 코어 i9-9920X를 제압했다. 라이젠 7 3700X는 코어 i7-9700K보다 시네벤치 R20 테스트를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행사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오랫동안 당해왔던 AMD의 시원한 복수극이었다.


거기에 메인스트림 프로세서인 라이젠 5 3600는 인텔 코어 i7-8700 급의 성능을 갖췄다. 게이밍 체감 성능이 아주 뛰어났기에 라이젠 5 3600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베스트셀러 CPU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AM4 플랫폼 끝판대장, 젠3 (ZEN 3, 버미어 외)
2020년 11월, AM4 플랫폼 끝판대장격인 젠3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AMD의 발표 자료를 보면 젠3 기반 라이젠 버미어는 전 세대보다 IPC +19%의 엄청난 성능 향상을 이뤄냈으며, 게이밍 성능에서 최대 26% 개선되었다고 한다. 특히 라이젠 5900X가 인텔 코어 i9-10900K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좋은 성능을 보인다며 공언했기 때문에, 'AMD는 게임에 약하다'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세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쉬운 점은 가격으로, 성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된 만큼 라이젠 5900X, 5800X, 5600X 모두 기존 3900X 3800X 3600X보다 일괄 50달러씩 인상되었다. 


기획, 편집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김희철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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