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 콜라보레이션으로 시작했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 시리즈도 벌써 20년을 훌쩍 넘어 3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KOF 시리즈가 대전격투게임 주류에서 조금 밀려난 느낌이지만, 초기작인 KOF 94부터 KOF 98까지 전성기에는 세계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이런 드림매치 게임이 많지 않았고, 여러 명의 캐릭터를 골라 팀 단위로 싸운다는 개념도 흔치 않았기에 광고에는 브랜드보다는 게임 특징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후에는 2D 대전격투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 후에는 캐릭터나 로고 소개만으로도 충분했죠. 90년대 중반, KOF 잡지광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광고는 1995년 3월입니다. 당시 네오지오 게임의 국내 유통을 맡던 빅에이에서 광고를 냈죠. 아케이드 가동일이 1994년 가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광고 게재 시점이 다소 늦지 않았나 싶겠지만, 광고 대상이 네오지오 콘솔판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KOF 95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나름 최신작이었고 말이죠.
일단, 첫 광고니 만큼 KOF라는 게임이 생소한 이들을 위해 게임 콘셉트 소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SNK 초호화 스타들의 집결’, ‘충격적 시스템 TBS-팀 배틀 시스템’, ‘8개국 24명 총출연’ 같은 단어에서 KOF가 어떤 게임인지 확실히 전달해 줍니다. 한국 광고라서인지 한국 캐릭터 3명에 대한 강조와 함께 ‘신토불이 격투 게임’이라는 다소 무리수 문구까지 눈에 띄네요.
다음 달인 1995년 4월에도 같은 내용의 광고가 실렸습니다. 참고로 당시엔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국가 단위로 구분된 팀들이 출전했는데, 사실 당시에도 미국이나 일본, 한국, 중국 등은 나름대로 국가에 부합했지만, 아랑전설 팀이 이탈리아로 분류된다거나, 일본인인 유리와 마이가 속한 여성 격투가 팀이 영국을 대표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KOF 95부터는 이러한 국가제가 폐지되고 파이터 개인 선택이 가능해졌죠.
이와 함께 빅에이에서 게재한 불법유통 호소문이 아래쪽에 붙어 있습니다. 사무라이 스피리츠 관련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에 유저들이 힘을 보태달라는 내용과 함께, 성공적 단속이 이루어 질 경우 제보자에게 CD시계를 보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그와 함께 정품과 비품 구분법도 적혀 있는데, 당시 국내법에 의해 정품의 경우 피가 흰색이었다는 점이 강조돼 있습니다.
1995년 9월로 가면, 차기작인 KOF 95가 발매되며 광고도 교체됩니다. 쿄가 손에서 불을 뿜고 있는 신키로 일러스트가 전면 가득히 인쇄돼 있는데, KOF 94 당시엔 용호의 권과 아랑전설의 콜라보로 관심을 모았다면 KOF 95 부터는 KOF 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SNK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야가미 이오리가 본격적으로 출전한 작품이기도 했죠.
광고에서는 KOF 95와 함께 네오지오 게임경진대회 개최 소식도 함께 실려 있는데요, 참가 자격은 오지오 회원이어야 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당시 연회비는 3만원이었고 회원지와 게임 구매 시 할인 등의 혜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외에 장소가 서울 중구 ‘네오지오랜드’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 당시 SNK에서 직영하던 아케이드 게임센터였습니다. 저는 애석하게도 가본 적이 없네요.
2면에는 네오지오 노마진 퍼레이드라는 이벤트 판매가 소개돼 있는데, 문구보다는 배경에 그려져 있는 아랑전설 팀과 한국 팀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팀의 경우 김갑환을 제외한 두 명의 죄수가 비호감으로 생겨서 꺼려했던 기억이 있는데, KOF 97쯤 가니 성능 때문에라도 자주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한국팀에 대한 애정이 생겼네요. 지금은 장거한 최번개 매우 좋아합니다.
KOF 96을 건너뛰고, KOF 97 광고는 다소 늦은 1999년 5월호 제우미디어 PC챔프에 실렸습니다. 국내 유통사도 빅에이가 아닌 하인지와 엘리트전자로 표기돼 있는데요, 가정용 콘솔인 네오지오 기기가 1997년 생산 중단되고 불법복제 롬팩이 판을 치며 결국 국내 사업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락실에서는 이미 2년여 전 출시됐고, 후속작인 KOF 98까지 황혼기를 맞고 있을 무렵이니 꽤 많이 늦었네요. 참고로 쿄 이미지는 KOF 95 재탕입니다.
아무튼 광고에는 꽤나 자세한 팀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주인공 팀이 테크닉 면에서 강해졌으며, 싸이코 솔져 팀은 스타킹 신은 아테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외에 단독 출전한 이오리와 신고, 신규 팀인 뉴 캐릭터팀과 뉴 페이스팀, 전통적 주인공인 아랑전설팀과 용호의 권 팀에 대한 소개가 모두 나와 있는데, SNK 공식 문구라기 보다는 국내 유통사에서 따로 쓴 느낌이 납니다.
KOF 99로 가서는 게임파워 1999년 9월호 표지로 등장합니다. 새로운 주인공 K’의 모습이 전면에 등장했고, 부록으로 아케이드 버전 완벽공략본이 주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참고로 당시 KOF와 오락실 쌍벽을 이룬 게임이 바로 철권 태그 토너먼트였습니다. 이 표지에도 부록에 두 게임이 나란히 소개돼 있네요.
지금까지 전성기 시절 KOF 광고들을 살펴봤습니다. 간만에 보는 신키로 일러스트도 정겹고, KOF 94~95 당시 오락실을 다니며 느꼈던 감성도 되살아나는 듯 하네요. 신작인 KOF 15에서 과거 사망한 캐릭터들이 부활해 돌아온다면, 당시 인기를 되찾는 것도 꿈은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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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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