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ying'. 사전에 따르면 '불사의, 끝없는, 영원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지난 해 10월 출시된 동명의 게임을 처음 만났을 때는 이 게임이 단어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라지지 않을 가족애, 죽지 못하는 좀비, 끝없는 고통과 같은 게임 내 중요 요소들을 한번에 묶은 단어였으니 말이다. 게임 또한 앞으로 혼자 살아남아야 할 아들에게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는 엄마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플레이어의 감정을 이끌어오며 게임의 생존에 더욱 집중하게끔 만든 디자인은 인상 깊었다. 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게임의 몰입력을 떨어트리는 미숙한 번역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다잉’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와 함께 재한국어화를 진행했다. 게임의 몰입감을 살릴 수 있도록 게임 내 모든 스크립트를 전면 수정한 것이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곧 만나볼 수 있게 될 ‘언다잉’은 과연 어떤 게임일까? 게임메카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다국적 인디게임 제작사 배니멀스(Vanimal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진 찬염와이(JIN Chan Yum Wai)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좀비가 되어버린 엄마 ‘안링’과 엄마를 떠나보내야 할 아들 ‘코디’
배니멀스가 2년 넘게 개발 중인 언다잉은 좀비에 물려 머지 않은 시간 내 좀비로 변하게 될 엄마와 곧 혼자 남게 될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는 앞으로 홀로 살아야 할 아들을 보호하고, 죽기 전까지 생존에 필요한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이 과정이 바로 게임의 주 골자가 된다.
플레이어는 엄마인 안링(Anling)과 아들 코디(Cody)를 함께 조종하며 생존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으로 ‘배고픔, 목마름, 피곤함’이라는 세 요소를 관리해야 하기에 난이도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템을 제작하려면 부품만 필요한 것 아니라 안전가옥 내부 시설을 어느 정도 정비해야만 해 ‘존버’만을 선택할 수도 없다. 장비 제작과 시설 정비에 필요한 ‘모든’ 재료는 아이템 파밍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 코디는 엄마의 행동을 보고 경험치 획득, 스킬 획득이 가능하며, 아이템 파밍이나 제한적인 전투 정도는 엄마가 했던 행동을 배워 따라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안링이 혼자 빠르게 파밍을 진행한다면 생존은 쉬워지지만, 코디가 적절한 생존법을 배우지 못한다. 따라서 두 캐릭터 모두를 조화롭게 사용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무조건 희생하는 방식의 생존은 언다잉에서 효율적인 성장이 아니다. 안링이 좀비로 변해가는 몸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이유는 아들을 살리고 싶다는 ‘모성애’에서 비롯한 의지 때문이다.
‘우리만의 무언가’를 담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사실 배니멀스의 전작은 굉장히 캐주얼한 게임이었기에 이들은 테마를 가지고, 스토리텔링이 있는 게임을 만들며 더 성장하기를 원했다. ‘좀비’라는 주제는 이 목적에 딱 들어맞았다. 다만 세상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좀비 게임이 있었다. 배니멀스는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우리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고민 끝에 배니멀스는 감염된 엄마와 그녀가 반드시 돌봐줘야 할 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요소로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가족애를 담아 마음에 감정적인 파문을 줄 수 있는 이야기 말이다. 어린 아이를 지키면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언다잉’은 실제로 그 모든 요소를 잡았다. 이런 획기적인 요소는 게이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MWU 베스트 인디게임 어워드, 골든티 베스트 인디게임 어워드 등 다양한 인디게임 시상식에서 호평을 받았다.
진 디렉터는 이런 호평과 인기에 힘입어 유저들의 피드백을 꾸준히 수용했다. 전투와 조작감을 개선하고 여러 편의 기능과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는 소소한 기능들도 추가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유저들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다. 좋든 나쁘든, 피드백은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에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배니멀스는 다음보다 현재에 집중할 생각이다
진 디렉터는 한국 게이머들과 ‘언다잉’을 통해 다시 만날 날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감사도 표하며 게임의 감동을 잘 전하고 싶다 밝혔다. 현재는 앞서 해보기 버전에 그쳤지만, 조만간 정식 출시도 계획 중이다.
다음에는 어떤 게임을 만들겠냐는 질문에, 진 디렉터는 “지금 당장은 언다잉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게 뭐가 됐든, 언다잉을 마무리한 후에 만들기 시작하려 한다”고 답했다. 현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이 계속해서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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