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FPS 게임을 하러 앉다가 책상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찧었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고통에 말이 나오지 않고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눈물이 찔끔 나며 바닥에 웅크린 채 1분쯤 견디니 겨우 진정됐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작 새끼발가락 하나 찧은 아픔에도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는데, 팔다리에 총알을 몇 방 맞고도 마구 뛰어다니는 게임 속 캐릭터들은 대체 얼마나 강인한 걸까?
사실, 게임 속 총기류는 대부분 실제 위력에 비해 그 파괴력이 많이 하향(너프)돼 있다. 그래도 플레이어블 캐릭터인데 다리에 권총 한 방 맞고 게임 오버 되면 곤란하니까. 그러니까 대미지 낮은 권총은 서너 발 맞아도 괜찮고, 근거리에서 소총을 맞아도 두어 발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너프된 무기들이 있다. 단순히 대미지만 적어진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무기처럼 변한 것들 말이다. 현대전 기반 슈팅게임에서 게임 밸런스를 위해 가장 크게 너프당한 무기 TOP 5를 살펴보자.
TOP 5. 눈 감고 피하면 안전? 실제로 맞으면 그대로 고꾸라지는 '섬광탄'
비살상 투척무기의 대표 주자인 섬광탄. 보통은 직격당해도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으며,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2~5초 정도 시야가 보이지 않게 되는 효과를 준다. 삐~ 하는 고주파음으로 인해 사운드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미지는 아예 안 들어가거나 티끌만큼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철 없던 시절 아군이 모여 있는 곳에 섬광탄을 던져 팀 전체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플레이를 즐겼는데, 사실 지금도 철이 없긴 하다. 가끔 저러고 논다는 뜻.
이렇게 게임 속에선 섬광탄이란 것이 꽤나 가볍게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인류가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빛 중 하나라는 묘사와 같이, 섬광탄의 강렬한 빛은 시각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피격자로 하여금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도록 만든다. 여기에 폭발 시 발생하는 폭음은 단순히 멍한 상태를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며, 고막에 고통을 주고 그 내부의 반고리관과 전정 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쳐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만든다. 게임에서처럼 시야는 보이지 않지만 대응사격을 하며 머릿속 맵 구조를 토대로 뒤로 빠지는 등의 행위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 그대로 게임에 구현됐다면 섬광탄 파티가 열렸겠지만.
TOP 4. 무겁고 명중률 낮아 초보용 무기라고? 보병 추수용 무기 '기관총'
일반적으로 기관총이라고 하면 '머신건'이라 칭하는 장시간 지속 사격 중/경기관총을 의미한다. 조준 사격이나 점사 대신 어마어마한 연사를 퍼부으며, 조그마한 탄창 대신 커다란 상자형 탄창이나 탄약띠 등을 장착하기도 한다. 보통 게임에서는 무겁고(이동속도가 낮아짐), 반동이 크고(거치 시 안정적으로 변함), 일반 소총보다 대미지가 조금 센(1.3~1.5배 정도) 무기로 묘사된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보니, 민첩하고 세밀한 사격을 중시하는 고수 플레이어는 잘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 기관총은 '보병의 사신'이라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무기다. 엄폐만 하면 말 그대로 '학살'이 가능하기에, 일반 돌격소총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총 자체의 무게가 높아 반동도 적은데다, 장탄 수도 무지막지하고, 연사속도도 빠르고... 실제로 이 같은 위력이 백분 반영된 레드 오케스트라나 라이징 스톰 시리즈에서는 기관총병의 어마어마한 위력 탓에 100킬은 우습게 나오는 인간 추수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TOP 3. 살상반경 3~4미터 폭죽? 대지가 진동하는 병기 '수류탄'
수류탄 하면 단축키만으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슈팅게임의 대표적 투척무기다. 범위 공격이 가능하며 살상 범위 내 있다면 대부분 원킬이 가능하지만, 그 범위는 보통 반경 3~4미터 정도에 그친다. 이 역시 현실에 비하면 위력이 엄청나게 감소했다.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세열수류탄의 경우 살상반경이 15m로, 위험반경은 50m에 달한다. 터질 때 폭발음과 충격파 역시 땅을 울릴 정도다.
만약 저런 파괴력을 게임에 적용한다면, 대치 상황에서 수류탄 하나로 적팀과 아군까지 전원 몰살하는 엔딩이 수두룩하게 일어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게임 속 수류탄은 외형이나 설명은 세열수류탄이더라도, 실제로는 파편이 아니라 폭압만으로 좁은 범위에만 피해를 주는 고폭수류탄처럼 작동한다. 때로는 거의 연습용 수류탄에 가까운 폭발을 내기까지 하니,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서의 수류탄만 보고 얕잡아 보다가 입대 후 훈련소 등에서 진짜 수류탄 폭발을 보고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많다.
TOP 2. 로켓 점프? 실내에서 쏘면 집 무너지는 '로켓런처'
수류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투척형 폭발형 무기라면, 직선 형태로 날아가는 폭발형 무기로는 로켓 런처가 대표적이다. '알라의 요술봉'이라고도 불리는 RPG-7, 90년대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 바주카포 등으로 익히 친숙한 무기로, 게임 내에서도 직선으로 날아가 강렬한 폭발을 낸다. 그러나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벽을 뚫거나 건물을 무너뜨리진 못하며, 탱크나 차량에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정도에서 그친다. 대인전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땅을 맞춰 수류탄보다 조금 센 폭발을 일으키는 정도다.
그러나, 실제 로켓 런처가 겨우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 흉악한 무기라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구닥다리인 RPG-7만 해도 탄두에 따라 단독으로도 건물이나 벙커 등을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강렬한 후폭풍으로 인해 좁은 곳에서 사용 시 주변까지 초토화되는 경우가 많다. 실내전 등에서 이를 그대로 구현할 경우 건물 무너짐 몰살엔딩이 나올 수도 있어 게임에서는 철저히 너프된 무기이기도 하다. 너무 너프된 나머지 달리다 바닥에 포탄을 발사해 그 파괴력으로 높이 뛰어오르는 '로켓 점프'에 사용되기까지 할 정도니까.
TOP 1. 내가 대인지뢰처럼 보이니? 수백 미터 초토화되는 '클레이모어'
군대에서 클레이모어(크레모아) 시범을 본 군필자들은 잘 알 것이다. 보통은 산 중턱에서 격발되는데, 수백 미터에 달하는 범위가 초토화 되는 어마어마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몇 발만 잘 터뜨리면 대대 하나를 전멸시키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고위력 병기이기에 개인용 화기로 배급되지 않으며, 후폭풍까지 수십 미터까지 뿜어지기에 매우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게임에서 이러한 파괴력을 그대로 살린다면? 싱글 미션에서 스토리에 따라 간헐적으로만 사용한다면 몰라도 PvP에서는 사용하는 순간 주변 전체가 초토화되는 게임 폭발무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파괴력을 대폭 줄여 대인용으로 바꿨는데, 특히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서는 센서로 자동 격발되는 대신 파괴력이 거의 코 앞까지만 들어가는 수준으로 대폭, 아니 태(太)폭 너프됐다. 하긴, 게임에서처럼 실내에 크레모아 설치하면 우리 다 죽자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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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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