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디센던트가 이번 지스타에 시연작으로 출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걱정이 앞섰다. 당장에 지스타가 열리기 2주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단위로 테스트를 진행했던 게임인 만큼 이번 지스타 현장에서 새로 보여줄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연대가 항상 만석을 이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찾았고, PS5 버전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상 데모 버전임에도 적응형 트리거를 비롯해 PS5의 주요 기능을 다수 담아낸 점이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게임이 출시된 건 아니지만, 넥슨게임즈의 도전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가운데,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하고 있는 이범준 PD와 만나 개발 현황을 비롯해 게임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PS5 버전 최적화가 잘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PS5 버전 개발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10월 말 스팀 베타가 끝난 뒤 바로 이어서 지스타를 바로 준비해야만 했다. 지스타에서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해 제시한 것이 PS5 버전과 한국어 더빙이었다. 베타 때 지적받은 최적화와 사운드 문제를 짧은 시간 내 빨리 잡아냈고, PS5도 햅틱 피드백 같은 기능을 살리기 위해 신경 썼다. 아무래도 언리얼 엔진 5로 구동되는 PS5 게임이 많지 않다보니 개발과 최적화에 있어 많은 팀원 모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PS5 적응이 굉장히 잘 됐다. 다이나믹 4K 화질에서도 40프레임 이상을 지원하며, 성능 모드로 하면 120프레임도 가능하다. PC 빌드도 스팀 테스트 때 보다 최적화가 잘 됐다.
Q. 앞으로의 개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충분한 완성도와 볼륨을 갖추고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테스트 진행 중에 커뮤니티에서 이대로 출시하면 망한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추가할지에 대해선 정해져 있는 상태다. 충분히 개선해서 나갈 것이고, 라이브 서비스를 충분히 대비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다. 조직도도 빠른 업데이트, 라이브 운영이 잘되는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Q. 국내에선 드문 장르인 루트 슈터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루트 슈터를 만들려면 세 가지가 요소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하나는 슈터 전투, 다음은 RPG, 마지막은 온라인 서비스다. 이 세 개를 처음부터 모두 갖추고 시작하는 개발팀은 전 세계에 없는 것 같다. 슈팅 게임을 만들던 회사가 MMORPG를 만들거나, RPG 만들던 회사가 슈팅 게임을 만들게 되는 식이다. 저희는 슈터 쪽 경험이 부족했다. 표절 시비도 많이 나왔지만 다른 게임 참고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고, 개발 경력이 있던 분들을 모셔와서 도움을 받았다. 어려울 거라 예상했지만, 정말 어려웠다.
Q. 현재 가장 먼저 개선하려는 부분은 무엇인가?
최적화를 제외하고 제일 많이 받은 지적이 점프 모션의 어색함과 달리는 중에 재장전이 불가능 하다는 점이었다. 그래플링 훅도 체공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를 지적 받았다. 이는 우선순위로 두고 교정 중이다.
Q. 이번 빌드를 기준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완성도에 도달했다고 보는가?
완성도에 대해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겨우 턱걸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완성도를 높이면서 콘텐츠의 양도 늘려야 하는 시기다.
Q. 게임의 엔드 콘텐츠는 무엇인가?
엔드 콘텐츠는 캐릭터를 수집하고 키워서 높은 난이도의 요격전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금은 연구의 깊이를 늘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스킬 갯수가 적다 보니 여러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맛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 재미를 늘리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Q. 그래플링 훅은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가?
그래플링 훅 사용 이후 체공 시간을 길게 만든 이유는 있었는데, 불편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개선할 생각이다. 목표 지점 도착 시 파쿠르 액션 추가에 대해서도 요구가 많았는데, 땅에 사용하면 착지 후 미끄러질 수 있다거나,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 등 선택의 여지를 만들 생각이다. 더불어 그래플링 훅을 적에게 맞추면 근접 공격을 연동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플링 훅의 중요성은 매우 잘 알고 있고 훨씬 재밌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듀얼센스 진동이 약해서 아쉬웠다. 개선할 의견이 있는지 궁금하다
패드 조작성과 관련해선 현재 100% 완성된 상태는 아니다. 총 쏘는 맛 등을 살리기 위해 세팅을 여러모로 바꾸고 있다. 다만, 이 게임이 높은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보니 소리나 진동 같은 감각적인 피드백이 지나치게 강하면 피로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 때문에 더 섬세하게 세팅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Q. 그래픽도 좋고 필드도 넓은데, 막상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전투밖에 없었다.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가?
오픈월드를 탐험하는 게임을 지향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게임의 비주얼 대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다. 비주얼적으론 최신 기술을 많이 넣었는데, 알맹이는 확실히 부족하다고 본다. 이걸 어떤 식으로 풍부하게 만들지는 숙제다. 구체적인걸 여기서 말했다간 내부적으로 꼬일 수 있기 때문에, 미션의 종류도 넓히고, 그래플링 훅을 활용해 통과하는 구간 같은 것도 고려하고 있다.
Q. 슈팅 감각이 중요한데 그것이 좀 부족해 보였다.
FPS만큼의 슈팅 감각을 요구하거나 거기까지 파고 들어가진 않을 거지만, 눈높이를 못 맞추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특히, 슈팅과 스킬 액션 사이의 밸런스를 계속 체크하고 있다. 모든 미션이 총기만으로 파훼 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기에 밸런스 잡기가 어렵긴 하지만, 총기 사용 감각은 높이면서 너무 캐릭터를 앞서가지 않게 만들고 있다.
Q. 다른 루트 슈터 게임과 차별점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단계에선 차별화 이전에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많은데, 이런 스타일의 게임 자체가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우선순위로 두고 있진 않다.
Q. 아이템 파밍 부분이 좀 약하다고 생각된다. 추가될 여지가 있는가?
아이템 파밍은 제가 뿌리는 걸 좋아해서 많이 넣었는데, 불필요하게 인벤토리가 가득 차고, 이를 개조하고 분해하는 과정이 없다 보니 파밍의 재미가 약했다고 본다. 당연히 여러 가지가 추가될 것이고, 나중에는 능력이 붙어 있는 무기 등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캐릭터를 여러 개 모아서 성장시켜야 한다면 피로감이 클 것 같은데?
세팅과 캐릭터 성장에 직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여러 부분을 바꿔보고 있다. 모든 캐릭터를 1레벨부터 키우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그것 또한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Q. 플랫폼별로 콘텐츠 제공에 차이가 있는가?
크로스 세이브와 글로벌 원빌드를 지향하고 있다. 그걸 기준으로 소니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소니뿐만 아니라 콘솔 홀더에게 기민하게 대응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별개 이야기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만 7개 언어를 지원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이것만 가지고도 한 시간 동안 힘듦을 토로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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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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