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넥슨과 프로젝트 P3 유출 혐의로 소송 중이던 아이언메이스의 게임 '다크 앤 다커'가 스팀에서 삭제됐다. 이에 대해 아이언메이스는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 측으로부터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미국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페이지를 내린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크 앤 다커 스팀 페이지가 내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 분쟁에서 밸브가 넥슨 측 손을 들어줬다고 하는 반응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무슨 말이고 하니, 밸브 측에서 스팀 페이지를 삭제할 정도면 다크 앤 다커를 저작권법 위반 콘텐츠라고 판단하고 넥슨 측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을 짚어 보자면, 여기엔 약간의 오해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밸브는 이번 사건에서 발을 잠시 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앞서 이유로 든 미국 저작권법 DMCA에는 플랫폼 기업이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물리는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DMCA에 의거한 게시 중단(DMCA 테이크다운) 요청은 저작권 소유자에 대한 선의의 믿음을 근거로 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 플랫폼에 게시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 민원이 들어오면 즉시 게시 중단을 시행해야만 추후 처벌이나 배상에서 면제될 수 있다. 저작권 소유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 민원을 넣은 사람이나 기업이 진짜로 저작권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지 검증하거나 관련 피해사실을 입증하지 않고도 일단 DMCA에 의거해 게시를 중단하는 것이 관례다. 즉, 밸브 역시 다크 앤 다커가 정말로 저작권법을 위반했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판단했다기 보다는, 추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책임 소지를 없애기 위해 게임 페이지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팀에서는 DMCA를 이유로 한 페이지 삭제가 여러 차례 이루어진 바 있다. 지난 2월 '워커&리소스: 소비에트 리퍼블릭'은 특정 모드 개발자의 신고로 스팀 페이지가 삭제되었는데, 이 역시 DMCA 위반 혐의였다. 당시 해당 모드 개발자는 본인이 이전에 만들었던 모드와 게임에 정식 업데이트된 모드가 지나치게 동일하다며 스팀 공식 창구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고, 밸브 측은 해당 민원을 받아들여 게임 페이지를 삭제했다. 이 사건은 해당 게임 개발사인 3디비전 측이 소명 자료를 밸브 측에 전달한 후 이것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페이지 복구라는 결과를 맞았다.
즉, 이 사건에서는 모드 제작자 측의 표절 근거자료가 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밸브 측에서는 일단 저작권 관련 민원이 들어왔기에 페이지를 먼저 내린 후 나중에 양측 소명을 모두 듣고 페이지를 복구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밸브는 중단 요청이 아주 허황되지 않고 어느 정도만 근거가 있다고 판단돼도 일단 페이지를 내린다. 이후 소명 자료에 따라 페이지가 복구되는 방식이다. 이는 밸브 뿐 아니라 미국에 적을 두고 있는 대다수 플랫폼 업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 다소 손쉬운 테이크다운을 악용한 'DMCA 어뷰저'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다.
그렇다면, 다크 앤 다커 사례는 어떨까? 일단 밸브는 넥슨의 DMCA 위반 신고 자료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는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스팀 페이지를 내리는 임시 조치를 취했다. 만약 아이언메이스 측에서 법적 공정성을 갖춘 기관의 조사 결과 등을 첨부한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페이지가 복구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이대로 삭제된 채 남을 것이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상황을 볼 때 다크 앤 다커의 경우 앞서 워커&리소스 소비에트 리퍼블릭 사례처럼 빠른 시일 내 스팀 페이지가 복귀될 것 같진 않다. 실제로 지난 27일 아이언메이스가 디스코드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현재 DMCA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셋 도용, 장르 유사성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증명해야 할 내용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완벽하게 국내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밸브는 페이지를 복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모든 상황이 해결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크 앤 다커는 4월 앞서 해보기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스팀 상황을 보면 사실상 일정에 맞춘 출시는 어려워 보인다. 에픽게임즈의 경우도 미국 회사로 DMCA 적용을 받고 있기에 대체제가 될 수 없다. 즉, 당초 일정에 맞춰 추가 테스트나 출시를 위해서는 자체 서비스나 3사를 통한 퍼블리싱, 유럽 등 다른 지역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언메이스는 27일 디스코드를 통해 “가능한 시점에 테스트 관련 공지를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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