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02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 '피안도'가 최근 400회를 맞았다. 초반엔 나름 진지한 흡혈귀 호러만화였지만, 중반 이후로는 왠지 모를 개그풍 만화가 되어버린 그 피안도 말이다. 최근 스토리들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니 뒤로 미뤄두고, 이 만화의 최고 아웃풋은 역시 '통나무'가 아닐까 싶다. 피안도를 잘 모르는 사람도 거대한 통나무 기둥을 수수깡처럼 들고 괴물들을 후려치는 장면을 보면 '아, 이 만화!' 라고 알아볼 정도니, 그야말로 통나무의 대중화(?) 일등 공신이 아닐 수 없겠다. 그래서인지 400회를 기념해 유명 만화가들이 보낸 축전들도 죄다 통나무 투성이다.
게임 쪽에서도 통나무 대중화에 힘쓴 사람들이 있다. 피안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통나무 기둥을 휘두르며 적을 쓸어버리는 이들 말이다. 일단 겉보기부터 묵직하고 무게감이 있는 데다, 리치와 파괴력도 매우 높기에 파워 무기로는 대검이나 망치 등을 능가하는 임팩트를 자랑한다. 오늘은 이런 통나무 유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나무가 아니라 돌로 만든 기둥까지도 포함시킨 점은 애교로 봐 달라.
TOP 5. 사무라이 스피리츠 왕푸
왕푸는 이 목록의 최고참이다. 첫 등장은 1993년 사무라이 스피리츠 1편이었으나, 당시엔 거대한 도를 든 중국풍 힘캐였다. 그러나 이듬해 나온 2편에서는 도를 버리고 어디서 뽑아온 것인지 모를 커다란 돌기둥을 휘두른다. 이후 무기를 철추나 도 등으로 계속 바꿔가며 참전하지만, 역시 이 기둥의 때리는 맛이 가장 좋았는지 최신작 '사무라이 쇼다운(2019)'에서도 기둥을 들고 복귀한다. 피안도의 주인공들이 맛 본 통나무 기둥 때리기의 맛을 훨씬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셈이다.
왕푸의 기둥은 피안도의 그것처럼, 대충 닿기만 해도 치명적이다. 휘둘러 때리는 것은 물론, 공중에서 무게를 실어 내리꽂기도 하고, 피안도처럼 들고 달려 찍어버리기도 한다. 가끔 열받을 때는 기둥에 머리를 쿵쿵 찧어 분노 게이지를 가득 채우는 무시무시한 기술도 있다. 실제로 어스퀘이크나 나인하르트 지거, 가후인 가이라 등 힘캐들이 늘상 등장해 온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에서도, 기둥을 든 왕푸는 역대급 힘캐로 이름을 날린다. 역시 기둥이야 말로 최강의 무기가 아닐 수 없겠다.
TOP 4. 마비노기 영웅전 카록
국산 게임에서 기둥을 쓰는 이를 한 명만 뽑으라면, 고민할 여지 없이 마비노기 영웅전의 카록이다. 리시타와 피오나, 이비에 이어 마비노기 영웅전에 네 번째로 참전한 전사로, 거대한 몸집과 그만큼 거대한 기둥을 휘두르며 적과 싸운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파이터 밥 샙을 모티브로 개발됐는데, 실제로 밥 샙을 공식 홍보모델로 삼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카록의 상징은 단연 거대 기둥이다. 이 기둥은 웬만한 마비노기 영웅전 캐릭터들보다 길이와 굵기 면에서 훨씬 크다. 카록도 큰데 기둥까지 크다 보니, 파티에 카록 한 명 섞여 있으면 존재감이 다른 이들의 4~5배는 된다. 실제로 2010년 지스타에 카록 홍보를 위해 참석한 밥 샙도 어마어마한 기둥을 가지고 왔는데, 그 기둥 사이즈가 같이 나온 이비 모델보다 훨씬 거대했다. 카록이 피안도에 등장해 이 기둥으로 흡혈귀를 후려쳤다면, 아마 피안도는 조기 완결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TOP 3. 진삼국무쌍 맹획
삼국지에 등장하는 남만의 왕, 맹획. 사실 그는 인기가 없다. 삼국지 소설은 물론, 각종 만화나 게임에서도 철저히 비인기 캐릭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히려 그의 부인 축융이 훨씬 인기가 높을 지경. 진삼국무쌍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진데, 원주민 복장과 거대한 덩치에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미남미녀가 널려 있는 가운데서 인기 최하위를 쭉 유지해왔다. 그래서인지, 맹획은 무기와 콘셉트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다양한 이미지 체인지 시도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진삼국무쌍 5 엠파이어스와 7 엠파이어스에 등장한 기둥맹획이다.
어디서 뽑아온 건지도 모를 돌기둥을 휘두르는 덩치캐의 모습은 카록의 그것과 겹쳐 보이지만, 사실 카록보다 1년 반 정도 먼저 나왔으므로 맹획이 원조격이라 볼 수 있겠다. 게다가 맹획은 땅에서 야자수까지 뽑아 휘두르는 등 보다 '피안도'에 가까운 무기를 쓰기도 한다. 다만, 무기도 수없이 바꾸고 원작 비중 대비 나름 힘을 실어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여전히 없다. 이번 기회에 피안도를 읽고 보다 통나무를 더 활용하는 방향으로 수련하면 어떨까?
TOP 2. 선즈 오브 더 포레스트 통나무
작년 출시된 후 올해 2월 정식 출시로 전환한 선즈 오브 더 포레스트는 수상하리만치 통나무에 진심인 게임이다. 물론 생존 크래프팅 게임이기에 통나무가 유용한 재료임은 확실하지만, 유독 통나무를 이용한 액션이 많다. 그 중에는 통나무를 두 개씩 짊어지고 다니다가 적에게 던지는 경우도 있는데, 무게와 강도가 어마어마한 통나무를 무슨 종잇장처럼 다루는 캐릭터들의 괴력은 가히 피안도급이다.
실제로 선즈 오브 더 포레스트 플레이어들 중에선 한 손으로 통나무를 두 개씩 짊어지고 다니다가, 적을 만나면 마구 던져대서 해치우는 이들도 있다. 건조되지도 않아 무게가 어마어마할 통나무를 던져대는 괴물 앞에서, 고작 투창 같은 무기나 가지고 다니는 식인종이나 뱀파이어보다 훨씬 못 한 신체조건의 돌연변이들은 아무 힘도 못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 주인공의 존재 하나만으로 이 섬의 불쌍한 식인종들은 피안도에서 통나무에 맞아 숨진 순박한 민간인 뱀파이어 희생자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TOP 1.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자유도를 논할 때 빼놓았다간 게이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경을 친다는 그 게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젤다 왕눈)에도 통나무가 등장한다. 전작에선 뗏목을 만들거나 다리를 놓는 재료로서 역할이 컸지만, 왕눈에선 이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 통나무에다 나무 봉을 콕! 하고 박아넣으면 핫도그처럼 생긴 통나무 봉이 나온다. 이걸 한 손으로 잡고 휘두르면 된다.
사실 통나무 봉 자체는 퓨즈로 만든 아이템 중에선 그다지 활용도가 높진 않지만, 통나무 로망을 실현시켜준다는 면에서 일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피안도 작가 마츠모토 코지가 젤다의 전설 왕눈을 하며 통나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도 이 무기가 등장했다. 작품 속에서만이 아니라 정말로 통나무를 좋아하는 느낌이라 조금 무섭다. 어쨌든 파란 옷을 입은 젤다가 통나무 봉을 들고 아리따운 링크 공주를 구하러 가는 여정을 상상하면 언제나 미소가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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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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