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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은 삼국지를품다로부터! 김태곤 상무의 꿈
역사를 영상으로 수놓다, '삼국지를 품다' 시네마 팀
▲ 엔도어즈의 신작 '삼국지를 품다' 시네마 홍보영상
근래 '삼국지'의 존재는 많이도 빛이 바랬다. 책은 여전히 고전의 영예를 누리고 있으나 게임에서는 그렇다. 정통 삼국지게임 대부분은 아류작에 그쳤고, 퓨전을 더했다는 삼국지는 발음을 이해할 수 없는 프랑스 국적의 영어 선생님처럼 수상했다. 삼국지 장수를 여성화한 게임이 등장한 순간은 마치 삼국지를 활용한 창의적인 게임의 사망 선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더는 삼국지를 활용한 게임이 나올 수 없다, 혹은 나오지 말아 달라는 일부 팬들의 염원에도 삼국지 게임이 또 나왔다. 하지만 응용작이 아닌, 그저 자연 그대로의 삼국지를 옮겨 놓은 모습으로 말이다. 바로 엔도어즈가 개발한 웹모바일 연동 MMORPG ‘삼국지를 품다’가 그것이다.
코에이의 '삼국지'를 넘어서…
역사게임의 거장 김태곤 상무가 개발한 '삼국지를 품다'(이하 삼품)은 개인의 창작력 혹은 문화적인 퓨전을 철저히 배제하고 만든 게임이다. 있는 그대로를 고증했더니 그게 되려 '삼품'의 창의성으로 자리 잡았다.
창의성의 핵은 게임 시네마 팀에서 나온다. ‘삼품’은 내부 영상만 제작하는 게임시네마 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게임 드라마의 비중이 크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보다 ‘삼품’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는 사용자와 시대를 공유함에 있다. 시네마틱 영상을 통해 기존 게임이 만들지 못했던 현장감을 유저에게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코에이 ‘삼국지’를 통해 우리가 삼국지의 전체적인 얼개를 이해했다면, '삼품'을 플레이 한 유저는 당시 상황, 인물 간 갈등 그리고 그들의 세세한 감정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 칠성검을 들고 동탁을 암살하려는 조조
시네마 팀을 이끄는 김도영 팀장은 처음 김태곤 상무로부터 받은 지시사항이 삼국지 자체가 가진 정통성에 충실할 것, 그리고 절대 재해석하지 않을 것이었다고 말했다.
"책처럼 만들어라. 이것이 시네마 팀의 첫 지침 사항입니다. 따라서 저도 팀원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사견이 들어갈 수 있으니 언제나 조심하라고 강조할 정도였죠.”
이 때문에 시네마 팀원은 두 가지의 시험을 봐야 한다. 삼국지에 대한 지식을 묻는 일면 ‘삼국지 고사’와 한국어 능력시험이다. 특히 삼국지 고사는 개발진 전원이 무조건 봐야 하는 테스트로, 시네마 팀에겐 더 높은 점수가 요구된다. 게임 내 제공되는 '오답 선생'이라는 콘텐츠도 바로 이 삼국지 고사에서 착안한 것이다. 물론, 게임에 등장하는 오답선생은 허무맹랑한 난이도지만, 실제 시네마 팀이 보는 삼국지 테스트는 상당한 지식을 요구한다.
대사를 통해 묘사하는 인간 삼라만상
게임이라는 특성상 영상 제작에서 강약을 조절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영상이 너무 길면 지루하고, 너무 짧으면 영감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네마 팀은 작업 대부분 시간을 이야기의 얼개를 맞추고 영상의 전체적인 길이와 밸런스를 조정하는데 소진한다.
▲ 이 영상을 완성하기 위해 시네마 팀이 흘린 눈물은 대단했다 (영상 제공: 넥슨)
▲ 먼저 다양한 포즈의 영상을 촬영하고
▲ 이에 맞춰 게임 캐릭터의 신체 부위 별 조합을 딴다
▲ 영상에 맞게 실감나게 움직임을 조합하면?
▲ 제대로 탐욕스러운 동탁 완성!
시나리오가 결정되면 작가가 콘티를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게임 소스를 이용해 장수들을 움직이게 만들면 된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은 게임에 구현된 조합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아직 김도영 팀장은 목표치까지 갈 길이 멀다고 입장이다. 총 연출, 시나리오 작가, 레이아웃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모두 영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에 능한 인재가 모여 시나리오를 짜고 영상만 만들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고비가 있었다는 것.
▲ '삼품' 게임시네마 팀 김도영 팀장 |
| 김도영 팀장의 표현을 빌리면, 깜짝 놀랄 정도로 불편했던 초기 프로그램 툴이 걸림돌이었다. 무엇보다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참조할 예가 전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달걀로 바위를 치면서 직접 툴을 수정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엔진이 제공하는 자체적인 툴이 없다 보니 프로그래머들이 따로 시네마 제작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어요. 처음 1막은 원시적이고 불편한 재료로 시작해서 갈수록 툴이 보완됐죠. 영상을 봐도 후반부에 갈수록 스타일이 섬세해지는 걸 볼 수 있어요." |
이 때문에 1막 초기 시네마는 대화 위주로만 진행했다. 대신 제약이 많았던 만큼 외적인 요소를 최대한 사용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김도영 팀장이 선택한 도구는 바로 대사. 가장 수고를 들인 장면으로 꼽히는 1막은 원소와 조조가 싸우는 장면으로, 인물 간 갈등을 그릴 수 있도록 최대한 섬세하게 대사를 작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역량을 시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죠. 그동안 영화 일을 하면서 현란한 카메라워크나 갖은 ‘꼼수’로 감출 수 있던 부분을 순수하게 이야기로만 풀어내야 했으니까요. 처음 삼국지를 토대로 하는 게임 시네마를 만들겠다고 뛰어든 이유도 바로 삼국지의 인간사가 주는 매력 때문이었어요. 삼국지만큼 인간관계의 삼라만상이 모두 표현된 소설이 없잖아요.”
하지만 이제 프로그램도 갖추어졌고, 적벽대전, 백마전투, 관우 장비의 죽음 등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할 일은 더 많아졌다. 특히 김도영 팀장은 영웅들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해주고 싶다는 염원을 강하게 내비쳤다. 여포, 장비, 관우 등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영웅들의 마지막 길을 잘 마무리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 '삼국지를품다' 시네마 영상 캡쳐영상
‘삼국지를 품다’에는 주인공이 없다
‘삼품’에는 주인공이 없다. 김도영 팀장은 ‘삼품’의 사실성이 어느 하나에 주력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삼국지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나 세력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삼품’의 시네마 영상은 화려하게 몬스터가 등장한다거나, 꼭 무찔러야 할 악당도 없어요. 사실 대부분의 삼국지 팬이 유비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삼품’은 유비를 주인공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계속 유비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죠.”
30년 전, 최고 필독서가 '삼국지'였고, 15년 전 최고 유행 역시 ‘삼국지’였다. 비록 책에서 게임으로 바뀌었지만. ‘삼국지'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죽기보다 힘들다는 질풍노도 사춘기 소년을 책상 앞에 앉히고 춘추전국시대를 여행시키는 유일무이한 아이템이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아이들에게 삼국지는 가슴을 불태우게 하는 소재다. 도원결의에 벅찬 가슴을 안고 동탁에게 치를 떨면서, 또는 관우의 죽음에 오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네마를 통해 삼국지 그대로를 전달하는 ‘삼품’은 남성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으로 쉽게 설명된다. 하지만 사실 '삼품'이 뛰어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대는 어린 청소년들일 것이다. 성인에겐 이미 여러 번 반복돼 지겨운 삼국지 영상이지만 청소년에게는 처음 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삼품’은 정치, 외교, 경제, 문화, 예술 등 수없이 반복되는 인류사를 옆자리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실감 나게 영화로 보여준다. '삼국지를 품다'는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가 게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도 리플레이, 즉 복습기능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이보다 훌륭한 책이 어디 있을까.
‘삼국지를 품다’를 만드는 시네마 팀에게 묻는다!
▲ 선솔지 사원 | 원래 독립 영화에 재직하셨다고 들었는데, 게임 시네마 제작과 영화 제작의 차이점이 있었다면? 영화 제작과 달리 게임 시네마는 모든 부분에서 제작자가 콘트롤할 수 있어 더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머릿 속에 그렸던 장면을 다 만들 수 있어 표현이 훨씬 자유롭죠. 다만 팀장님이 바로 뒤에 앉으시는 바람에 업무시간에 자유를 만끽하지 못한다는 것이 좀 마음에 안들 뿐이예요. 하하. |
▲ 최혜란 사원 |
삼국지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지, 콘티 작업 단계가 가장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얼마나 걸리나요? 한장 제작하는데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려요. 무엇보다 상황의 분위기나 인물의 감정을 콘티에 강조하는 편이예요. 삼국지 지식은 말하기 부끄럽지만 시험을 보면 70점 정도가 나옵니다. |
▲ 윤재일 사원 | 참고할 자료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우선 이런 팀에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영광이라는 걸 전하고 싶습니다. 자료는 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어요. 그래도 찾을 수 없는 부분은 직접 연기를 합니다. 처음부터 엔도어즈에 들어온 기쁨에 의욕이 가득찼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오버해서 했던 게 문제였달까요. 아무래도 게임에 이미 만들어진 인물의 동작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직접 연기를 해서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었죠. 이정도면 신입의 자세가 충분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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