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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앱구매 표기 취약한 구글, 애플 좀 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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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애플과 구글은 각각 수백억에 이르는 금액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유저들에게 보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정도의 금액을 다시 돌려줘야 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미취학 아동의 인앱 결제(In-App Purchase)로 발생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잦았던 탓에, 해외에서는 아동이 부모의 허락 없이 스마트폰에서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메일을 보내면 결제를 곧바로 취소해주는 조항을 마련했다. 

더불어 EU는 부분유료화 정책을 채택하고 있음에도 ‘무료’라고 앱을 광고하는 업체들 탓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하고 3월부터 관련 조항 입안을 준비하는 중이다. 가이드라인이 포함하는 내용은 ▲앱 제공자는 다운로드 정보에 인앱 결제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앱 사용 도중에 ‘바로 구매’ 혹은 ‘지금 업그레이드’와 같은 결제 유도 문구를 배제해야 하며 ▲결제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삽입한다는 것이다.

부분유료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대중화된 지금, 이런 문제는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한국만 해도 작년 12월 기준으로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된 부모 동의 없이 유료 결제를 한 아동의 사례가 600건 이상이다. 이에 따른 피해액은 작게는 5만 원에서부터 최고 340만 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위와 같은 피해 사례들의 대부분이 <구글 플레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는 한 건에 불과했다. 아무리 <구글 플레이>가 국내 앱 시장에서 95%에 이르는 점유율을 보유했다지만, 대체 어떤 이유로 <애플 앱스토어>와 격차가 발생하는 것일까.

직접 살펴보면, 현재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는 부분유료화 방식 게임일 경우 앱 상세 정보 화면에 ‘인앱 결제 제공’이라는 짤막한 문구를 의무적으로 삽입하도록 하고 있다. 인앱 결제 제공 표기는 각 마켓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 마켓에 모두 나온다. 유저들의 혼동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표기 방법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 <애플 앱스토어> 모바일 버전의 인앱 결제 정보 표기 방식


▲ '앱 내 구입' 메뉴를 누르면 자세한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는 각 앱의 인앱 결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PC버전에서는 앱 다운로드에 앞서 아이콘을 누르면 상세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이콘 하단 공간에 ‘인앱 결제 제공’ 문구와 함께 유료 아이템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다. 물론, 금액도 함께. 예를 들어 게임 내 화폐인 다이아를 10개 구매하는 데는 1.99달러, 30개는 3.99달러가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모바일마켓에서는 앱을 클릭한 후 스크롤을 밑으로 내리면 인앱 결제 항목을 보여주는 메뉴가 따로 있다.

반면 <구글 플레이>는 게임 아이콘 하단에 인앱 결제가 존재한다는 표기는 하지만, 어떤 상품을 판매하는지 설명하는 란이 없다. 게임 소개 문구나 상세 정보 메뉴를 눌러도 인앱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고, 구체적인 가격이나 항목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 


▲ 반면 <구글 플레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상품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 '상세 정보' 메뉴를 눌러도 인앱 결제를 제공한다는 내용만 확인 가능

모바일마켓에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게임 아이콘 하단이 아닌, 소개 스크린샷 등록 코너 가장자리에 작게 표기되어 있어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리고 여전히 유료 상품에 대한 설명도 없다. 

결제 전 비밀번호를 설정해 아동이 인앱 결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지만, 이마저도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아 많은 유저들이 모르는 상태다. 더불어 비밀번호를 설정해도 최초 로그인 후 30분 동안은 제약 없이 인앱 결제가 가능해, 실질적으로 이동의 무분별한 결제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비밀번호 설정과 관련한 논의는 올해 초부터 나오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변경이나 조항 수정과 같은 움직임이 없다.

<구글 플레이>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마켓이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이 안드로이드로 먼저 서비스되고, 기기 보급율도 iOS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그렇기에 위에서 언급됐던 결제 사고도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분쟁도 많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앱스토어>보다 인앱 결제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 유저와 개발사 간 혼동을 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왕지사 인앱 결제 정보를 표기하는 것,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현명한 소비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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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롬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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