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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블리자드와 게임위, 거짓말쟁이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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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관련 기사: 디아블로3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분류 결정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장본인 ‘디아블로3’가 오늘(13일) 어렵사리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 처음 심의를 신청했으니 무려 40일 가까이 소요된 셈이네요. 사실 기자도 답답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게임위 측이 이유는 배제한 채 심의를 차일피일 미뤄왔고, 블리자드 측은 무작정 게임위의 답변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으니 충분히 그럴 수밖에요. 물론 이 과정에서 정말 답답했던 건 아무래도 게이머 분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간 ‘디아블로3’ 심의와 관련된 뉴스에 등록된 독자 분들의 의견만 봐도 그 심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정황상 게임위 측이 워낙 답답한 태도로 일관해 왔으니, 1년 욕먹을 거 이번에 다 먹은 거 같네요.

이번 심의 통과에 대해 게임메카 독자 분들은 기쁨 반, 허탈 반으로 분위기가 갈리는 모양새입니다. ‘디아블로3’를 접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기쁘기도 하지만, 이렇게 쉽게 될 일로 그간 열을 냈으니 허탈한 감정이 꿈틀거리기도 하겠죠. 이해합니다. ID kcmcta “휠윈드, 벌써부터 기대된다”, ID 생마 “후 참, 게임 하나로 이게 무슨 꼴.”

결과적으로 심의는 통과됐지만 아직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게임위가 심의에 그렇게 고심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죠. 그간 ‘사행성 문제 때문이다’, ‘게임위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게임산업의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게임위의 오지랖이다’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는데요, 마침내 오늘 이유가 밝혀진 거 같습니다. 결국 사행성 문제였네요.

▲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디아블로3`


게임위 측은 오늘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전했습니다.

-금일 진행된 4회 등급분류 회의에서 ‘디아블로3’를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분류했다.
-게임위는 이번 등급분류와 관련하여 이용자간 아이템 현금거래기능은 실제로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법률검토 및 유관기관의 유권해석을 참고하여 추후 서비스 과정에서 내용수정(업데이트)을 통해 이용자간 아이템 현금거래 기능이 구현되는 경우에는 내용수정신고 대상이 아닌 재분류(등급분류 재신청)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다.

현금거래에 대한 내용을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보아, 그간 게임위가 고심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죠? 그러나 두 번째 내용은 짚어봐야 합니다. 이번 ‘디아블로3’ 심의 버전에 현금거래기능이 실제로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대상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은 ‘화폐 경매장’ 자체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게임위 관계자에 말에 따르면 “배틀코인은 구현돼 있었지만 이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화폐 경매장이 작동하지 않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지금까지 게임메카가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디아블로3’의 심의 버전에는 ‘화폐 경매장’이 포함돼 배틀코인(캐시화폐, 포인트)을 활용한 거래는 가능했고, 현금 환전 기능만 빠진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혹시, 잘못 취재했던 걸까요?

다행히도 그런 건 아닙니다.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해 블리자드와 게임위의 말에 서로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일단 게임위 측은 지난 해 12월 블리자드로부터 전달받은 ‘디아블로3’ 수정 버전에 ‘화폐 경매장’ 기능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배틀코인 자체는 구현돼 있었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어 사실상 심의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UI 구성상 추후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잔재가 남아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는군요. 그간 특별한 사유 없이 질질 끈 이유가 여기 있었다는 의미. 이후 면밀한 검토 끝에 당장은 ‘화폐 경매장’ 이용이 불가능하니 심의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표현을 하면서, 이후 블리자드가 이를 추가하고 싶으면 한 번 더 심의를 받으라는 내용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블리자드의 말이 게임위의 입장과 조금 다르다는 점입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심의버전에 ‘화폐 경매장’이 분명히 도입돼 있고, 배틀코인을 활용해 아이템을 사고파는 실험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하거든요. 실제로 한 관계자는 “디아블로3의 경매장은 골드와 배틀코인 용으로 명확히 분류돼 있고, 심의 버전에 화폐(배틀코인) 경매장 기능 자체가 빠진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아, 이거 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만약 블리자드의 말이 진실이라고 가정하면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환전을 떠나서 배틀코인 자체의 활용을 봉쇄하기 위해 게임위가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뒤바꿔 억지로 꼼수를 부린 거니까요. 이번에도 심의를 연기하면 여론의 분노가 폭발할 거 같으니 일단 통과부터 시키고 보자는 행태로 비춰질 가능성도 충분하겠죠. 물론 블리자드의 실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가 안 됐을 수도 있고, 게임위를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게 할 정도’로 뭔가 애매한 버전을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다음 주 게임위가 블리자드가 제공하는 결과를 보면 됩니다. 심의에 대해 정확한 내용이 다 나올 테니, 그때 어디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겠죠. 부디, 큰일은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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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디아블로 3'는 전작 '디아블로'와 '디아블로 2'의 스토리라인을 계승한 작품이다. 야만용사, 부두술사, 마법사, 수도사, 악마사냥꾼 등 5가지 직업을 지원한다. 무시무시한 악마 및 강력한 보스들과의 전투와 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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