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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태초에 게임이 있었고 그리고 오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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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자동사냥프로그램)를 완벽히 막기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 의견이 있을테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라인 게임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온라인 게임이 있지 않았더라면 오토가 존재할 리 없을 테니까요. 물론 이런 문답은 넌센스입니다.

최근 이런 딜레마에 빠진 업체가 하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소비자보호원이 이용자들이 제기한 민원 ‘로그데이타 없고 특이사항의 기억여부만으로 이용제한(수동제재)’에 대해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말하자면 GM이 게임 내에서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캐릭터를 소환해 특이사항 연출 등으로 비정상적인 플레이임을 확인하고 이용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제재’라는 일부 이용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객관적인 증거(로그 데이타)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GM)의 판단으로 계정정지 같은 제제를 내리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발끈 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보면 1~2분 안에 오토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고 로그데이타를 삭제할 수 있는 오토 프로그램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오토 제제에 대한 손발을 묶는 처사라는 것이지요. 엔씨소프트는 ‘오토 척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4일 4만 5천명에 달하는, 오토를 사용했다고 판단되는 ‘리니지’ 유저들의 계정을 제한합니다.

하지만 이런 강한 반발과 대규모 계정블록 조치도 일부에게는 ‘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쓴 글들이니 오해의 소지가 없게 전문을 다 실어 보겠습니다.

ID Optical은 “오토사용에 대한 법적 제재는 정확히 명시 되어있지도 않고 또한 법률상 상당한 취약합니다. 이것에 대해 법적 해석보다는 게임사가 게임 내에 명시하는 계약 약관에 따른 규정을 근거로 게임사 임의로 제재 혹은 처리를 할 뿐 이에 대해 약관을 어긴 유저가 소비자로서 권익을 내세우며 법적 절차를 밟을 때 따로 오토 제한이라는 규정이나 전례가 없으니 소보원은 저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 기사를 볼 때 ‘소보원 결정에 엔씨 강하게 반발’은 그냥 엔씨의 언론 플레이로 밖에 안보이네요 지금까지 약관에 따른 소비자와 기업 간의 법적 충돌이 있을 때 대부분이 기업이 이겼습니다. 게임 내 약관은 그 게임에 있어 다름 아닌 ‘법’이니까요. 고로 ‘우리는 이 만큼 오토 잡느라 고생한다’라고 보여주려는 언론 플레이로 밖에 안되지요. 오토가 돌아갈 수 밖에 그리고 오토의 유혹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게임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오토 잡는다라는 쇼를 아주 대놓고 하는걸 보면.”이라며 엔씨의 이런 반발에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ID menya 역시 “오토 유저를 기술적으로 완전하게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오토로 인한 이익과 폐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다. 와우를 보면 답이 나오잖아. 와우도 오토 돌아간다. 특히 사냥꾼으로 하면 잘 돌아가지. 그렇다고 와우가 오토를 막기 위해 특별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아이온처럼 오토신고 게시판을 만들 정도로 오토신고에 대해 편의를 봐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오토가 다른 게임에 비해 적은 걸까. 그건 오토를 돌림으로 인해 얻어가는 이익이 매우 한정적이거나 유저가 직접 플레이 하는 것에 비해 뒤쳐지게 구성되어 있는 게임 자체의 시스템이 첫 번째이고 게임 외적으로는 오토사이트와 오토 유저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그 두 번째이다. 그래서 와우에선 유저들 자신들도 오토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 자체를 거의 안 하지. RvR의 원조라는 워해머를 봐도 그래. 역시나 오토에 대한 특별한 기술적 제제를 하지 않더라도 게임의 바탕 자체가 오토가 필요없게 만들어져 있잖아. 게임을 이런 식으로 만들라는 소리지.”라며 애초에 오토유저를 양산하게 만드는 게임시스템에 분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ID coolsnow는 “종족불문 서로간의 경쟁을 요구하는 체계는 사회에도, 스포츠에도 모두 있습니다. 도핑 테스트해서 적발됐다고 약물 복용을 조장한 올림픽에 책임을 묻진 않습니다. 학점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 시험이 컨닝을 조장한다고 책임을 묻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모든 가치는 원래 한정적입니다. 역으로, 한정적인 수록 높은 가치를 가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사회가 가치에 대한 투쟁으로 경쟁을 합니다. 물론 이런 경쟁사회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정당화되진 않죠. 그런 경쟁시스템이 도입되어서 어쩔 수 없이 오토를 사용했다는 건, 자신의 의지로 오토를 구매하고 부당한 행위인걸 알면서도 사용해서 경쟁에 우위를 점한 이들은 자유의지가 박탈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건가요? 부당한 방법에 대한 유혹은 세상천지에 널려있습니다. 중고등학생 이라면 보호받아 할 대상이니 그들에게 오토를 판 사람들을 처벌해야겠죠.”라고 의견을 펼칩니다.

말하자면 엔씨를 성토하는 주장, 즉 ‘오토를 양산하게 만든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 문제다’라는 지적은 오토의 근원을 따져가다 보면 게임이 존재한 것부터 이니 게임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주장과 같다는 소리입니다. 오토가 있어도 안 쓰면 그만인데 유혹에 빠져서 쓰고는 ‘게임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이런 논쟁을 어떻게 보시나요? 함부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겁니다. 분명 인기가 있음에도 오토가 크게 문제시 되지 않는 게임도 있습니다. 반대로 엔씨소프트의 MMORPG처럼 출시 때마다 오토로 홍역을 겪는 게임도 있습니다. 이 지점을 보면 확실히 오토가 활성화 되는 측면이 강한 게임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이야기 할 거리를 툭 던져 보죠. “개발자들이 설마 ‘이렇게 만들면 유저들에게 ‘돈 버는 게임’으로 받아 들여질 거야’라며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을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가요?

소비자보호원에 결정에 대해 엔씨소프트가 반발하는 명분은 뚜렷합니다. ‘게임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오토를 블록 하는 만큼 거기에 대해 대처하는 사용자들의 기술도 날로 화려해집니다. 로그 기록을 남기지 않는 프로그램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중계로 오토플레이를 녹화해 나중에 ‘몇 월 몇 시 몇 분 GM이 말을 걸었을 때 대답을 못한 건 전화를 받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 때 게임 내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한다’라는 기발한 논리를 대기도 합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게임을 해보신 분이면 오토를 돌리지 않았는데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계정블록이 된 경우는 아마 거의 없다는데 동의하실 겁니다.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는 오토를 사용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플레이 하는 게이머가 되겠죠.

한편 소비자보호원의 결정을 다른 시각에서 우려하는 게이머도 있었습니다. ID 생마는 “소보원은 정작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야 할 부분인 `오토프로그램 사용 제재 시 이용요금을 환급해주지 않는 약관규정의 불공정성`, ‘이용자의 BOT사용환경을 조장/방임행위`, `운영정책의 세부 기준 중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쫄쫄이, 힐/버프를 지원하는 경우 상이한 제재기준(영구제재 또는 기간제한)의 정당성 및 근거`는 각하시켜버리고 GM의 정상적인 오토 제재 행위에는 제동을 걸어버리는 천인공노할 결정을 내려버렸습니다. 시대에 뒤처지는 소보원입니다. 소보원이 각하시킨 세 가지 쟁점들은 너무너무 중요한 부분들입니다. 소보원이 각하시켰다고 해서 관심에서 제외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기사 내용에는 엔씨가 반발한다고 나와 있고 모 상무님께서도 나름의 사자후를 토하고 계시지만 이대로 소보원이 멍청한 결정을 반복하게 된다면 엔씨는 오토를 적극적으로 잡지 않아도 괜찮게 되고 엔씨에게 불리할 수 있는 중요한 쟁점 세 가지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ID 생마의 보충설명을 곁들이자면 “물론 오토 사용자들의 잘못은 큽니다. 하지만 "판돈에 손 대지 말고 지금 당장 꺼져버려" ← 이런 뉘앙스와 "남은 베팅 금액은 돌려 드릴 테니 그만 좀 나가주세요. 저희 게임장에 피해가 됩니다." ← 이런 뉘앙스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하략)”입니다. 제재를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일리가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결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는 ‘아니 국가가 오토 제재에 태클을 거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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