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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열전] 인류의 질주 본능, 가상현실서도 주목받는 '레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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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남자의 가장 비싼 장난감’이라는 농담이 있다. 실제로 많은 운전자들은 나만의 ‘드림 카’를 타고 뻥 뚫린 도로를 마음껏 달려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생각하면 꿈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물론 스포츠로써 레이싱이 존재하긴 하지만, 비용이나 안전 등의 이유로 누구나 즐기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람들의 '질주'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게임장르가 바로 레이싱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은 레이싱에 대한 대리만족을 목적으로 개발된 장르로, 업계 최신 기술을 가장 빨리 받아들이며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현실과 거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이르렀다. 스피드에 대한 인류의 갈망을 대변하는 레이싱 게임의 발전사를 살펴보자.

* 본 연재는 NHN과 제휴로 네이버캐스트 [게임대백과]에 함께 게재 됩니다

컴퓨터 게임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레이싱게임

레이싱 게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자동차, 혹은 오토바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보면 말이나 보트, 스키, 미니카, 심지어 두 발로 뛰는 레이싱 게임도 있다. 레이싱 게임의 핵심 가치는 무엇을 타는지 보다는 스피드 경쟁으로, 다른 사람이나 인공지능보다 더 빠르게 결승 테이프를 끊거나, 자기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탈 것을 운전하며 스피드를 즐기는 게임이더라도 경쟁이 없거나, 액션 등 타 요소를 주로 삼을 경우 순수 레이싱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트레일러를 싣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실제 전투기를 조종하는 느낌을 주는 ‘H.A.W.X’, 행인의 차를 뺏어 타고 오픈 월드를 누비며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그랜드세프트 오토(GTA)’ 등은 레이싱 게임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이러한 레이싱 게임의 원조에 대해서는 약간 의견이 갈린다. 먼저 부분적인 원류를 찾아 보면 1973년 발매된 아타리의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나 타이토의 ‘아스트로 레이스(Astro Race)’ 등이 꼽힌다. 이는 세계 최초의 상업적 성과를 거둔 게임기 ‘퐁(PONG)’ 발매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현실 레이싱의 대체 매개체를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또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스페이스 레이스’나 ‘아스트로 레이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레이싱 게임의 모습은 아니었다. 굳이 현대 기준으로 장르를 분류하자면 로켓을 상하로 움직이며 유성을 피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탄막 피하기' 액션에 가깝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조종하여 상대방보다 먼저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레이싱 게임의 핵심 명제와 궤를 같이 한다.


▲ 1973년 발매된 ‘스페이스 레이스’ (사진출처: giantbomb.com)

조금 더 레이싱의 형태를 갖춘 게임은 1년 후인 1974년 등장했다. 아타리의 ‘그란 트랙 10(Gran Trak 10)’은 1인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탑 뷰(top-view) 형태의 레이싱 게임이다. 자동차를 몰고 S자 커브와 U턴 등이 산재한 트랙을 질주하는 것이 주가 되며, 직선과 곡선 코스에 맞춰 속도를 조종하여 빠른 코스 기록을 내는 것이 목표다.

같은 해 출시된 타이토의 ‘스피드 레이스(Speed Race)’ 역시 레이싱 게임의 토대를 다지는 데 한 몫을 했다. ‘스피드 레이스’는 일직선 트랙 위의 수많은 인공지능 차를 추월하며 달리는 게임으로, 다른 차와 부딪히는 순간 라이프가 소멸된다. ‘그란 트랙 10’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이 역시 레이싱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란 트랙 10’과 ‘스피드 레이스’의 독특한 점이라면, 현실에서의 레이싱을 컴퓨터 게임 속으로 옮긴 최초의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위 두 게임 기기를 보면 실제 운전의 시뮬레이션화를 위해 핸들 형태의 조종간과 엑셀레이터 페달, 변속 기어 스틱(그란 트랙 10)이 달려 있어, 실제 운전하는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을 알 수 있다.

위 두 작품은 초창기 컴퓨터 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아케이드 기판으로 출시되어 술집과 카페, 휴게소 등에 설치됐는데, 운전경험자뿐 아니라 여성이나 학생에 이르기까지 열광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 게임들 이후 비로소 레이싱 게임이라는 장르가 확립되었고, 수많은 후속작이 등장하며 장르적 발전이 시작되었다.


▲ 최초의 레이싱 휠 탑재 게임 ‘그란 트랙 10’ (사진출처: atariage.com)


▲ 다른 차를 추월하며 달리는 레이싱 게임 ‘스피드 레이스’ (사진출처: giantbomb.com)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의 황금기와 혁명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레이싱 게임의 장르적 발전을 이끈 개발사로는 세가, 미드웨이, 남코, 카네코, 닌텐도, 아이레무, 스퀘어, 코나미, SNK 등이 존재한다. 이들 개발사들이 70년대와 80년대 출시한 레이싱 게임들을 쭉 살펴보면 흑백 화면에서 컬러로, 투박한 도트 그래픽에서 원근법을 살린 2.5D 그래픽으로, 탑 뷰 에서 오버헤드 뷰나 1인칭 시점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이 보인다. 이는 게임 기술의 발전사와도 일맥상통할 정도로, 당시 레이싱 게임은 게임 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1976년, 세가는 3인칭 숄더뷰 시점에서 자동차를 조작하는 ‘로드 레이스(Road Race)’를, 같은 해 아타리는 1인칭 시점을 도입한 ‘나이트 드라이버(Night Driver)’를 출시했다. 위 작품들은 레이싱 게임에서 탑 뷰가 아닌 1, 3인칭 시점을 도입한 최초의 사례로, 카메라가 차체의 진행 방향을 향하고 있어 속도감을 배가했다. 비록 검은 공간 안에 찍힌 하얀색 점이나 미리 액정에 그려진 이미지를 조작하며 주어진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기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게임 내에서 운전자의 시점을 구현했다는 점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는 컬러 액정을 활용한 2.5D 그래픽 게임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2.5D란 평면적인 2D 그래픽을 몇 겹으로 겹치거나 라인스크롤 기법 등을 활용해 원근감을 표현한 것을 뜻한다. 이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게임은 세가의 ‘터보(Turbo, 1981)’, ‘아웃런(Outrun, 1986), 남코의 ‘폴 포지션(Pole Position, 1982)’, Epix ‘핏스탑(Pitstop, 1983)’, Accolade ‘테스트 드라이브(Test Drive)’ 등으로, 동시대 타 장르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래픽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초기 2.5D 그래픽 형태를 띈 남코의‘폴 포지션’ (사진출처: cargamingblog.com)
더욱 부드러운 2.5D 그래픽을 선보인 세가의 ‘아웃런’ (사진출처: trustedreviews.com)

차근차근 발전해 오던 레이싱 게임은 80년대 중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쳐, 스즈키 유라는 천재 개발자에 의해 두 번의 혁명을 맞이한다. 첫 번째 혁명은 1985년 출시되어 아케이드 게임센터의 풍경을 바꿔 놓은 세가의 ‘행 온(Hang On)’이다. 이전까지 레이싱 게임은 기기 앞에 서거나 의자에 앉아서 엑셀레이터와 핸들 등을 잡고 플레이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행 온’은 실제 오토바이와 거의 동일한 기기 위에 앉아 실제로 몸을 기울여 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일명 풀 바디 체감 컨트롤러의 도입이다.

풀 바디 컨트롤러는 ‘행 온’을 시작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갔으며, 의자와 핸들만이 존재하던 아케이드 게임센터에는 점차 레이싱 의자와 오토바이형 컨트롤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3년 출시된남코의 ‘릿지 레이서(Ridge Racer, 1993)’에 이르러서는 마쯔다 사의 실제 스포츠카 유노스로드스터를 개조해 만든 조종석과 6m x 3m 초대형 스크린이 선보여지기도 했다.


▲ 풀 바디 컨트롤러의 시대를 연 ‘행 온’ (사진출처: blogs.sega.com)
실제 스포츠카를 도입한 ‘릿지 레이서’ (사진출처: theisozone.com)

두 번째 혁명은 3D 폴리곤 도입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5D 그래픽만으로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 다수 존재했지만, 레이싱에서 중요한 수십 분의 1초를 표현하기에는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게임에 3D 폴리곤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1983년 최초의 3D 풀 폴리곤 게임 ‘I-Robot’ 등장 이후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레이싱 게임 업계에서도 1984년 테크노소프트의 우주 비행 게임 ‘플라즈마 라인(Plazma Line)’을 시작으로 남코의 ‘위닝런(winning run, 1988)’, 아타리의 ‘하드 드라이빙(Hard Drivin, 1989)’ 등이 물꼬를 텄다. 그러나 위 게임들은 3D 폴리곤을 사용했을 뿐, 3D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게이머들은 어설픈 3D보다는 화려한 2.5D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3D 레이싱 게임이 대세가 된 것은 1991년 출시된 세가의 ‘버추어레이싱(Virtua Racing)’부터다. MODEL-1 기판으로 제작된 ‘버추어레이싱’은 2.5D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프레임과 섬세한 그래픽, 자유롭게 전환 가능한 카메라 시점 등을 지원해 입체적 가상 공간 속을 누빈다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 1988년 출시된 3D 레이싱 게임 ‘위닝런’ (사진출처: giantbomb.com)
본격적인 3D 레이싱 게임 시대를 연 ‘버추어레이싱’ (사진출처: elpixelilustre.com)

고퀄리티레이싱 게임 시대 개막, 가정용 게임 시장 확대

‘행 온’과 ‘버추어레이싱’을 통해 레이싱 게임은 체감형 컨트롤러와 3D 그래픽이라는 두 개의 핵심 무기를 손에 넣었다. 이로 인해 1990년대 레이싱 게임 업계는 기존 개발사들에 더해 신흥 주자들까지 더해져 유례 없는 황금기에 돌입한다. ‘릿지 레이서(1993)’, ‘데이토나 USA(1993)’ 등을 시작으로 수많은 3D 레이싱 게임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레이싱 게임의 특징이라면, 아케이드뿐 아니라 가정용 콘솔이나 PC로도 활발히 진출했다는 점이다. 사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레이싱 게임의 주무대는 아케이드였다. 가정용 게임기의 성능에도 한계가 있었거니와, 핸들과 엑셀레이터 등체감형 컨트롤러의 보급률도 낮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초의 가정용 레이싱 게임인 아타리2600 런칭 타이틀 ‘인디 500(Indy 500)’을 시작으로, 레이싱 게임의 콘솔 진출 시도는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토미 턴인 터보대쉬보드(TomyTurnin Turbo Dashboard, 1983)' 등은 고품질 레이싱휠을 제공하며 가정에서도 그럴 듯한 레이싱 경험을 제공했지만, 고성능 기판과 묵직한 조작감을 갖춘 아케이드 게임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가정용 레이싱 게임은 아케이드의 하위 호환 개념이거나, 혹은 액션이나 캐주얼 요소를 강조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 최초의 가정용 레이싱 컨트롤러 (사진출처: gamasutra.com) 
가정용 고품질 레이싱휠 ‘토미 턴인 터보대쉬보드’ (사진출처: retroist.com)

그러던 레이싱 게임 업계에 1990년대 중반부터 탈 아케이드 바람이 분 원인은, 바로 게임 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1991년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아케이드 게임센터의 사업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대전 격투 게임은 기기 값이 저렴하고, 차지하는 면적이 적고, 유저 회전율이 빨라 등장과 동시에 아케이드 게임센터의 최고 인기 장르가 되었다. 이에 더해 94년 ‘버추어캅’을 기점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건슈팅 게임과 90년대 후반 등장한 리듬 게임으로 인해, 레이싱 게임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반면, 90년대 중반부터 PC 보급률과 성능이 눈에 띄게 성장했고, 이에 더해 세가 새턴과 PS1, 닌텐도64 등으로 대표되는 5세대 게임 콘솔 시장이 열리면서 가정에서도 아케이드와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가정용 게임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주변 기기 시장도 활성화 되었고, 아케이드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고성능 휠 컨트롤러도 서서히 보급되기 시작했다. 고품질 레이싱 게임을 더 이상 아케이드에서만 즐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결국 기존 레이싱 게임 제작사들은 아케이드가 아닌 가정용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994년 MS-DOS로 출시된 ‘니드 포 스피드’나, 1995년 PC, PS1, 세가 새턴 등으로 출시된 ‘와이프아웃’, 1997년 PS1로 발매된 ‘그란투리스모’, 1999년 PC와 콘솔로 발매된 ‘리볼트’, 2000년 PS2 전용으로 출시된 ‘SSX’ 등 많은 레이싱 게임들은 아케이드가 아닌 PC와 가정용 콘솔을 주 무대로 삼았다.


▲ 탈 아케이드 시대의 상징인 ‘니드 포 스피드’와 ‘와이프아웃’
(사진출처: identi.li, http://ppe.pl/)

이 시기 가장 큰 족적을 남긴 게임으로는 야마우치 카즈노리가 개발한 ‘그란투리스모(1997)’를 꼽을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는 리얼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는 캐치프라이즈에 걸맞는 극도의 사실성을 추구했다. 실제 존재하는 유명 차량 브랜드의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게임 속에 구현했고, PS1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 아케이드 기판을 초월할 정도의 그래픽 품질을 선보였다. 게임성 역시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것만이 아니라 정교한 물리 엔진을 동원해 스핀, 그립, 드리프트, 코스아웃 등 실제 레이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빠짐없이 재현했다.

‘그란투리스모’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해 오던 레이싱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레이싱 시뮬레이션이라는 하위 장르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란투리스모’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계속 발전했으며, ‘그랜드프릭스 3’, ‘F1 챌린지’,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포르자 모터스포츠’, ‘nKPro’, ‘그리드(Grid)’등 후발 주자들이 줄을 이으며 레이싱 시뮬레이션 장르를 화려하게 꽃피웠다.


▲ 레이싱 시뮬레이션의 시대를 연 ‘그란투리스모’ (사진출처: gran-turismo.com)

한편, 극한의 사실성을 추구하는 레이싱 시뮬레이션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경쾌한 면을 강조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들도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레이싱 시뮬레이션 계열의 정교함을 포기한 대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과장된 액션 요소를 강조한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닌텐도의 ‘마리오카트’ 시리즈를 들 수 있다. 1992년 SNES로 처음 출시된 ‘슈퍼 마리오카트’는 각종 아이템을 사용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무찌른다는 컨셉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으며, 훗날 ‘카트라이더’ 등장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레이싱 시뮬레이션과 액션 요소를 적절히 섞은 게임도 여럿 존재한다. 과장된 드리프트 표현이 백미인 ‘릿지 레이서’나 과격한 몸싸움을 자랑하는 ‘번아웃’, 경찰과 폭주족의 추격전을 다룬 ‘니드 포 스피드(시리즈 일부)’, 공도 레이싱을 소재로 한 ‘이니셜 D’나 배틀 레이싱 ‘완간 미드나이트’, 소셜레이싱 ‘드라이브 클럽’ 등은 실제 운전과는 거리가 있는 아케이드 성향의 레이싱 게임으로 분류되지만, 레이싱 시뮬레이션의 세밀함도 상당 부분 받아들여 각기 독자적 노선을 개척했다.


▲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와 반대로 캐주얼 분야의 극한을 지향하는 ‘마리오카트’
(사진출처: mariokart8.nintendo.com)

한편, 레이싱 게임은 PC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이라는 시대 변화에도 꽤나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대중성이 중요하기에, 실사형 그래픽을 강조한 게임보다는 카툰렌더링 기법 등을 사용한 캐주얼 게임이 대세를 이뤄 왔다. 자연히 게임성도 액션 요소를 강조한 경우가 많았는데,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비롯해 ‘시티 레이서’, ‘레이시티’, ‘스키드러쉬’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에서는 기존 인기작의 이식을 비롯, ‘아스팔트 8’, ‘리얼레이싱’, ‘GT 레이싱’과 같은 독자적 시리즈도 다수 전개되는 추세다.

3D를 넘어 4D 입체 시대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레이싱 게임은 게임 그래픽 기술의 척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장르 중 하나다. 특히 레이싱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차량과 코스는 물론, 빗물이나 진흙 같은 자연 환경과의 상호 작용, 차체가 입는 대미지, 광원 효과나 질감 등 실사와 분간이 안 갈 정도의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현재 레이싱 게임은 4D 입체 게임의 선구자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활성화된 가정용 레이싱 게임 주변기기 시장은 이미 수십 개의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4D 입체 게임 시대를 맞아 또 한 번의 개혁을 꿈꾸는 중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실제 레이싱카 좌석을 재현한 시트나 레이싱 휠 정도가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을 전달해 주는 장치에서부터, 차량의 상태에 맞춰 의자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장치까지 등장했다.


▲ 차량에 맞춰 의자가 움직이는 모션 디바이스

가상현실(VR) 기기 역시 레이싱 게임에 또 한번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시야각을 높이기 위해 모니터 3대를 연결하는 아이피니티(Eyefinity)작업 정도만이 이루어졌지만, 헤드마운트 기기를 장착함으로써 전후좌우 360도에 이르는 놀라운 시야각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아세토코르사(AssettoCorsa)’, ‘아이레이싱(iRacing)’, ‘프로젝트 카스’ 등 VR 기기를 지원하는 레이싱 게임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레이싱 게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제 운전과의 경계벽을 계속해서 허무는 중이다.


▲ 가상현실 레이싱 시뮬레이터 지향하는 ‘아세토코르사’ (사진출처: assettocor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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