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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 컨트롤러가 가장 큰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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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헤드마운트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 킥스타터가 시작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습니다. 프로토타입에서 DK(Developer Kit)1, DK 2, 그리고 크레센트 베이까지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는 동안 상당히 많은 기능들이 추가됐죠. 해상도 향상은 물론 사용자의 걷는 움직임까지 포착하는 ‘포지셔널 트래킹’도 더해졌고요. 그렇게 조금씩 여러 부분을 보완해 나가더니, 드디어 소비자 버전 발매 시기가 2016년 상반기로 정해졌습니다.

소비자 버전 출시일이 발표된 후, 머릿속에 떠오른 건 ‘크레센트 베이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작년 말에 크레센트 베이가 공개됐었는데, DK2보다 월등히 좋아진 모습이어서 상당히 흡족했었거든요. 궁금증이 커지던 와중, E3 2015에서 소비자 버전을 시연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큘러스VR에서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으로 내놓을 예정인 신형 컨트롤러도 함께 즐길 수 있었죠. 

크레센트 베이와 큰 차이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은 크레센트 베이와 거의 비슷합니다. 특별히 화면이 더 선명해졌다거나, 색깔이 깊어졌다거나 하는 변화는 느끼지 못했죠. 크레센트 베이에서 워낙 놀라운 변화를 보여줘서일까요? 그래픽이 격자무늬로 깨지는 현상은 대부분 사라졌고, 멀미도 감소했지만 세부적인 부분이라 큰 차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 실물

데모는 총 10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중 3인칭 액션게임인 ‘크로노스’와 ‘럭키 테일’, 1인칭 시점을 채택한 ‘이브: 발키리’, 그리고 ‘에어 메크 VR(Epic Mech VR)’를 체험했습니다. 이들 중 3인칭을 채택한 게임은 이제 거의 멀미 현상이 없다고 봐도 됩니다. 눈앞에 그럴싸하게 꾸며진 미니 세트장을 앉아서 바라보는 느낌이라, 특별히 멀미가 생길 일도 없고요. 해상도야 크레센트 베이와 동일하니, 여전히 선명하고 색감도 쨍한 편입니다. 

특히 ‘럭키 테일’과 ‘에어 메크 VR’은 게임 자체도 워낙 아기자기하고, 지켜보는 맛이 있어 미니어쳐 장난감을 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에어 메크 VR’에 등장하는 로봇이 헬리콥터로 변신하거나 외형을 바꾸는 모습이 꽤 귀여워서 괜히 계속 변신 버튼을 누르게 되죠. ‘럭키 테일’은 게임 진행 도중 갑자기 시점이 확 당겨질 때가 있어서 가끔 불편하긴 했지만, 요리조리 피하는 여우 캐릭터의 움직임은 시선을 계속 잡아챕니다. 인형을 원격조종하는 기분이랄까요.


▲ '에어 메크 VR' 영상 (영상출처: '에어 메크 VR' 공식 유튜브 채널)

다만 1인칭 시점의 데모를 플레이하다 보면, 멀미가 살짝 생깁니다. 시선과 화면 움직임에 갭은 거의 없어졌으니 지연율에 의한 멀미는 아니고, 아마 게임 속 캐릭터에 깊게 몰입하다 보니 생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브: 발키리’는 우주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까만 하늘과 별, 적군 우주선밖에 없어 방향 잡기가 좀 힘들어서 더욱 그랬습니다. 이렇게 몇몇 데모를 체험하다 보니, 의외로 가상현실 게임에는 1인칭보다 3인칭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달라진 부분이라면, 외형 정도겠네요. 크레센트 베이는 포지셔널 트래킹을 위해 헤드셋 곳곳에 센서를 붙여놓은 게 보였지만 소비자 버전은 그런 것 없이 매끈합니다. 그리고 안경을 쓴 사람도 오큘러스 리프트를 좀 더 편하게 이용하도록 눈과 렌즈 사이의 공간을 크레센트 베이보다 조금 더 띄우고 천으로 마감했더군요. 기자는 안경을 쓰지 않지만, 평소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의 말로는 이제는 안경 위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써도 불편하지 않다고 합니다.

정말 기대되는 건 신형 컨트롤러 ‘오큘러스 터치'

사실 하이라이트는 오큘러스VR에서 내놓은 전용 컨트롤러 ‘오큘러스 터치’입니다. 이전에 언급된 데모들은 Xbox 컨트롤러로 플레이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콘솔에 맞게 나온 패드라 헤드마운트 헤드셋으로 눈을 가리고 뭔가 플레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버튼을 찾아 눌러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오큘러스 터치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손 움직임을 전부 인식하니까요. 가상 세계에 놓여 있는 물건을 잡아 던지거나, 쌓고, 누르는 것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 오큘러스 터치의 모습
플레이 중 떨어지지 않도록, Wii 리모콘처럼 팔목에 거는 스트랩이 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오큘러스 터치 모양을 보면 대충 파악이 되죠. 레이피어 손잡이처럼 생긴 컨트롤러를 양손에 쥐면 엄지손가락으로는 조이스틱을, 검지로는 트리거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나머지 세 손가락은 손잡이를 잡기 때문에 그쪽에 배치된 큰 버튼을 자연스레 누르게 됩니다. 컨트롤러를 꼭 쥐면 플레이어가 주먹을 쥐고 있다고 컴퓨터가 인식하고, 손을 떼면 손바닥을 편 상태가 됩니다.

이 원리를 적용해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죠. 앞서 설명한 것처럼 블록이나 장난감을 쥐는것부터 시작해서 던질 수도 있습니다. 인형을 쥐고 흔들거나 블록 위에 쌓고, 자동차를 밀고, 책상 위에 놓인 버튼을 누르는 등 웬만한 활동은 전부 할 수 있습니다. 감압과 손과 팔의 궤적까지 인식하니, 새총처럼 무언가를 당겨서 쏘는 것도 됩니다. 이걸 조금만 더 응용하면 활 조작도 가능하겠죠.


▲ 이렇게 양손에 쥡니다


▲ 엄지손가락은 조이스틱 위에, 나머지 손가락은 손잡이 안에 넣고


▲ 저는 지금 새총을 쏘고 있는 겁니다

트리거 버튼이 있으니, 총도 쏠 수 있습니다. 손을 펴서 총 쪽으로 가져다 대고, 다시 컨트롤러를 꼭 잡으면 총이 들어올려집니다.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준하고 트리거 버튼을 누르면 발사됩니다. 이번에 경험한 건 오큘러스 터치용 데모라 효과음이 그리 현실적이진 않았지만, 이를 활용해 슈팅게임이나 FPS를 만들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사격 훈련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거고요.

물론 아직 프로토타입이라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인식 범위가 좁은 편이고, 가끔 원하는 대로 조작이 안 될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오차 범위를 줄이려고 오브젝트들을 꽤 크게 만든 듯합니다. 하지만 오큘러스 터치는 아직 프로토타입이고, 좀 더 다듬어서 출시된다면 다양한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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