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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에 놀랐다, VR계 다크호스 HTC '바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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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상현실(이하 VR) 시장은 오큘러스VR과 플레이스테이션 VR(이하 PS VR) 두 기기의 경쟁구도였다. VR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도 이 기기들이라, 미디어에서도 경쟁선상에 놓고 어느 기기가 시장 선점을 할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면에서 HTC ‘바이브’는 후발 주자다. 바이브는 밸브와 HTC가 협업해 만든 VR 헤드마운트 헤드셋으로, 지난 3월 첫 모습이 공개됐다. 과거 오큘러스VR과 협업했던 밸브가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데다, HTC 하드웨어 기술력이 합쳐진다는 것만으로도 화젯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그러나 일반인 대상으로 시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알려진 정보도 적다 보니, 선발주자인 오큘러스와 PS VR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그런 바이브가 '지스타' 엔비디아 부스에서 국내 최초로 시연됐다. 지난 8월 독일 게임쇼 ‘게임스컴 2015’에서 첫 시연된 데 이어, 두 번째 차례다. HTC 기술에 밸브 콘텐츠가 합쳐진다니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팀 포트리스’나 ‘하프라이프’를 VR로 즐길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바이브를 직접 시연해봤다.

진동으로 촉각까지 실현하다

바이브 데모는 주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심해 풍경을 묘사한 ‘더 블루(theBlu)’와 허공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틸트 브러쉬(Tilt Brush)’, 활로 과녁을 맞추는 데모 ‘더 롱보우(the LongBow)’, 마지막으로 ‘포탈’ 콘셉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고장난 로봇을 고치는 데모가 존재한다. 아쉽게도 '팀 포트리스'와 '하프라이프'는 없었지만, '포탈'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데모 수가 많지는 않으나, 이들은 바이브의 장점을 확실히 드러낸다. ‘더 블루’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깊고 어두운 바다의 느낌을 십분 살렸으며, 3D 사운드까지 지원해 먹먹한 고요함을 잘 살렸다. 시연 도중 등장하는 거대한 고래는, 절로 몸이 웅크려질 정도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틸트 브러쉬’에서는 보랏빛 밤하늘에 직접 선을 긋고, 그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다. ‘포탈’ 콘셉의 로봇 수리 데모에서도 공간의 깊이감은 확 다가온다. 바닥이 꺼지며 망가진 로봇이 떨어질 때, 기자도 추락할까 무서워 무심결에 뒷걸음질치게 될 정도였다.


▲ '바이브' 실물은 처음이다!
후방에 있는 스틱 두 개가 컨트롤러

흥미로운 부분은, 바이브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큘러스와 PS VR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화면 해상도는 오큘러스 리프트 ‘크레센트 베이’ 버전에 버금갈 정도라 격자 현상이 거의 없고, 착용감은 오히려 더 편안하다. 처음 착용했을 때는 살짝 무거운 듯 느껴지다가도, 무게중심을 맞춰 착용하고 나면 체험 도중 머리를 움직여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오큘러스는 얼굴에 닿는 프레임이 딱딱한 소재로 만들어져 코가 뜨는 현상이 있는데, 바이브는 그런 유격 현상 없이 얼굴 라인에 딱 들어맞는다.

게다가 첫 버전임에도 컨트롤러까지 준비된 점이 놀랍다. 후발주자이지만 먼저 공개된 VR기기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컨트롤러 외견은 닌텐도 Wii ‘위모콘’과 비슷하다. 손잡이 형태를 띠고 있으며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에는 터치패드가, 검지 부분에는 트리거 버튼이 배치됐다. 손잡이 양쪽 가장자리에는 물건을 쥐는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두 개 버튼이 설치되어 있다.

이 컨트롤러의 진가는 ‘더 롱보우’ 데모를 플레이할때 발휘된다. 왼손으로 활을 잡고 등 뒤에서 화살을 꺼낸 뒤, 활시위를 당기면 실제로 줄이 팽팽해지는 느낌이 난다. 과장 보태지 않고, 활시위를 당기면서 현실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다. 여태껏 오큘러스 리프트와 PS VR을 체험하면서 ‘촉감’을 느낀 적은 없었던지라 더욱 놀라웠다.

그 ‘촉감’의 원천은 바이브 컨트롤러의 진동이다. 시연자가 활시위를 어느정도 당기느냐에 따라 세밀하게 진동의 세기를 조절해, 실제로 활을 쏘는 듯한 느낌을 더한 것이다. 거기에 앞서 언급했듯 해상도나 공간감 구현 수준도 수준급이다 보니 몰입감은 더욱 높아진다. 사실,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바이브, 제대로 된 ‘물건’이다.

인상적이지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바이브는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감히 ‘VR계의 다크호스’라 평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프로토타입이다 보니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우선 바이브 데모가 시연된 PC는 하이엔드급 사양이다. 그래픽카드만 해도 지포스 GTX 980 Ti를 사용했고, SSD도 장착했다. 가상현실 멀미 현상의 원인인 ‘화면 지연율(Latency)’를 최소화하려면 그래픽카드가 좋아야 하는데, 이 스펙을 맞추지 못할 경우 지스타 데모에서처럼 환상적인 경험을 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 인터뷰에 응해준 엔비디아 제프리 옌 시니어 테크니컬 마케팅 매니저

더불어 기동성이 떨어진다. 물론 오큘러스나 PS VR 모두 기동성을 목적으로 한 기기들은 아니지만, 바이브는 개중에서도 범용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 이유는 레이저 센서 때문인데, 바이브는 오큘러스 리프트처럼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스캔하지 않고, 방 내부에 설치된 레이저 센서를 통해 행동을 잡아낸다. 덕분에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넓은 범위에서 활동이 가능하지만, 벽에 레이저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 탓에 자유로운 설치가 힘들다.

다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바이브는 선발 주자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밸브의 콘텐츠가 더해지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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