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김유라 이사 ‘빛나는 용단, 분위기 쇄신 성공’
지스타 행사장에서 한빛소프트 김유라 이사를 만났다. 최근 한빛소프트의 상황 상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인터뷰가 진행될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 기자와 대면한 김 이사는 “사진 이상하게 찍지 말아 달라”는 첫 마디로 넉살 좋게 웃어 보여 먼저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냈다. 기자의 여러 질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열정적으로 답변에 임하던 김 이사는 한빛소프트의 비전과 향후 목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인력 재편성으로 분위기 쇄신 성공
“한빛소프트가 지스타 B2C에 참여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선보인 작품들이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 당연히 참여했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아 팬들에게 게임 자체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 한빛소프트 김유라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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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이사는 한빛소프트의 근황부터 전했다. 사실 한빛소프트는 올해 상반기까지 어려운 상황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헬게이트’ 시리즈부터 시작해 ‘미소스’, ‘워크라이’, ‘그랑메르’ 등 내세운 라인업 대부분이 이런 저런 이유로 무너지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 덕분에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고전해왔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FC매니저’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주면서 무기력한 한빛소프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간 손실이 워낙 컸던 만큼, ‘FC매니저’의 활약이 한빛소프트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내부적으로 분위기 쇄신이 가능한 정도의 힘은 발휘해준 것. 한빛소프트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
김유라 이사도 ‘FC매니저’가 내부 분위기 쇄신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면서 ‘고마운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직원들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준 것도 전부 ‘FC매니저’의 힘이었다고.
“사실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지치기 마련이잖아요. 그간 작품들도 참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답답했어요. 직원들도 힘들어했고요. 다행히 FC매니저가 소리 없이 성과를 내주고 있는 덕분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FC매니저의 결과를 보고 다른 개발팀도 희망을 얻어 ‘다시 한번 해보자’ 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거든요.”
‘FC매니저’의 강진으로 힘을 얻은 김유라 이사는 올해 3분기가 ‘선택’의 시기라고 판단했다. 완전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일부 인력이 빠지고 새로운 인력이 보충되는 인력 재편성이 이루어졌다. 쉽게 말해 구조조정이 단행된 셈. 이와 같은 인력 재편성은 외부에서 평가되는 한빛소프트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 한빛소프트의 고착된 이미지를 고려해보면 이러한 선택 자체가 ‘용단’인 셈이다.
“보통 개발팀이 2~3년 정도 작업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치는 부류도 분명 있잖아요. 모두가 한 마음이 되지 않으면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정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용단을 내린 겁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한빛소프트의 향후 목표, 그리고 중견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에 맞물려 있기도 하다. 김유라 이사는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내부 운영을 더 강화해 조직 내 인력들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게임회사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에 있다고 봅니다. 디지털 시대가 될 수록 우리는 더 아날로그 적으로 끈끈해져야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년에는 모두가 큰 사람이 되자는 것과 직원들 간의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할 계획입니다. 게임은 또 실패할 수 있고, 시련이 올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잖아요. 간부와 직원들 모두 강한 정신력으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특히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해 임원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일반 사원들도 알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 김유라 이사 `게임회사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에 있다`
‘컨퀘스트’부터 ‘헬게이트2’까지, 완벽하게 간다!
내부 단결 외에 한빛소프트는 현재 진행 중인 게임사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갖춰진 게임 개발력은 전문 인력의 힘을 덧대 더 강화하고, 채널링 서비스와 음악 서비스 연계 등 신규 사업영역에도 손을 뻗쳐 더 활기차게 움직이며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
“현재 한빛소프트는 개발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특히 ‘삼국지천’이 팀워크가 좋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동접 대비 괜찮은 매출이 나와주고 있어요. RPG 장르는 한번 넘어지면 다시 올라서기 어려운데, 우리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적인 면으로 봤을 때 ‘삼국지천’ 팀이 안정적으로 세팅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FC매니저’도 꾸준히 성과를 내주고 있고, 최근에는 ‘오디션 잉글리시’의 콘텐츠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 FC매니저 스크린샷
우선 김유라 이사의 말대로 현재 한빛소프트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게임은 해외 수출을 위해 더 단단하게 다듬고,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기존 인력과 전문 인력과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내 기존과 다른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내놓겠다는 각오다.
특히 김유라 이사는 앞으로 출시될 라인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작년 지스타에 공개된 ‘스쿼드플로우’는 시장에 몇 종없는 TPS 장르로 설계돼 있는 것이 특징이며, 현재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 봄에 출시될 예정이다. 또, 한빛소프트 페이스북을 통해 최초 공개된 ‘컨퀘스트’는 국가간 정복 전쟁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으며, MMORPG 장르인 만큼 기존 ‘에이카’와 ‘삼국지천’의 노하우를 쏟아내 내년 여름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진짜 기대작은 따로 있다. 바로 ‘헬게이트2’다. ‘헬게이트’란 IP가 여러모로 한빛소프트를 힘들게 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직접 만들어 승부수를 띄워보겠다는 의도.
“헬게이트2는 2013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획 작업도 많이 돼 있고, 개발 팀 멤버 좋고, 엔진도 언리얼3를 쓰고 있어 내부에서도 기대가 많은 작품이죠. 알다시피 한빛소프트는 헬게이트에 한이 맺혀 있잖아요. 우리 회사를 ‘헬’로 끌고 갔으니까(웃음). 그래서 이번 헬게이트2는 ‘헤븐게이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제작해 보려 합니다.”
자체 개발 라인업 외에 채널링 사업에 대한 이슈도 있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9월 23일부터 게임포털 한빛온을 통해 웹게임 채널링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대제국’과 ‘칠용전설2’가 서비스되고 있다. 현재는 몇 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채널링 웹게임의 수를 10개까지 늘리고, 온라인 게임까지 붙여나가 추가 매출원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음원제작 프로젝트인 ‘A-Tracks’도 지켜볼만하다. 해당 사업은 ‘오디션’과 연계된 것으로, 인디 가수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음원을 게임에 제공하고, 한빛소프트는 이들에게 앨범 출시를 지원해 게임과 뮤지션(음악)을 동시에 알린다는 취지로 진행된다. 지난 10월 10일 첫 앨범으로 ‘태하’의 앨범이 공개됐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 이정 씨도 군 전역 이후 ‘A-Tracks’를 통해 신규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음원 프로젝트는 거창한 게 아니에요. 유라 엔터테인먼트 이런 걸 만드는 건 아니니까(웃음). 현재 세계적으로 K-POP이 열풍이라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형 업체에 한정돼 있잖아요. 그래서 아직까지 소개가 안 된 음악이나 뮤지션을 오디션을 통해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뮤지션은 자신을 알리고, 우리는 음악을 더 풍성하게 제공함과 동시에 해외 수출시 음원권리가 문제되지 않으니 서로 장점이 되는 게 많죠.”
▲ 내년 여름, 공개를 앞두고 있는 MMORPG `컨퀘스트`
힘들어도 유쾌하게 가겠다
사실 최근의 한빛소프트는 신작 흥행 실패보다 경영진과 개발진과의 마찰로 발생한 불협화음이 이미지 실추에 더 큰 영향을 줬다. 특히 ‘삼국지천’ 제작 과정에서 기존 PD가 경질되고, 김기영 대표가 직접 PD를 선언한 웃지 못 할 사건까지 외부에 공개되면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매 사건마다 김기영 대표의 오너십이 도마 위에 오르곤 했으니, 업계 내에서는 한빛소프트에 대한 ‘이상한’ 루머가 지금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김기영 대표와 남매관계인 김유라 이사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당연히 힘들고, 안타까웠죠. 사실 김기영 대표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편견과 오해가 많아요. 오너 사장인데다가 무뚝뚝해서 ‘이미지 메이킹’을 너무 못 하거든요(웃음). 시장에서 온갖 루머가 떠돌아도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예 대응을 안 할 정도니까요. 그 사이에 더 많은 소문이 퍼지니, 안타까웠던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김유라 이사는 최근 1~2년 동안 여러 사건을 겪으며 김기영 대표와 눈물을 쏟아야 할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졌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내년 목표로 잡은 것도 깨달음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되는 셈이다. 술 한 잔 마시지 않던 김기영 대표가 어느 순간 직원들에게 술자리를 권하고, 어쩌다 마주친 직원에게 은근슬쩍 농담을 건네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것도 ‘변화’의 첫 발걸음인 셈이다.
이와 함께 김유라 이사 본인도 더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특히 ‘오디션’을 해외 각지에 수출해 큰 성과를 올린 사업의 귀재인 만큼, 앞으로 해외 사업에 더 전념하겠다는 것. 특히 이번 지스타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면서, 더 힘껏 발로 뛰어 세계 각지에 이름을 알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며 많은 걸 느꼈어요. 지금까지는 파트너만 찾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주력했는데, 문득 ‘왜 이거밖에 못 팔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우리가 절실하지 못했다고 봐야겠죠.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앞으로 더 디테일하게 서비스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층 겸손해진 거죠.”
이야기를 듣고 보니 문득 김유라 이사가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가 떠올랐다. 지난 08년도 당시 김유라 이사는 각종 간담회 자리에서 꿋꿋한 모습을 보여 강단 있는 이미지로 업계에 각인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여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이미지가 되더라도 사람 좋은 김유라보다 일 잘하고 똑 부러진 김유라로 기억되고 싶었다”고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김 이사는 게임업종이 소위 말하는 ‘3D’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일이 없어 웃지 않는 게 아니라, 웃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명언처럼 본인 스스로 즐겁게 헤쳐 나가겠다고. 사실 공감이 됐다. 애써 감내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웃음과 유머코드 섞인 농담으로 스스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정도였으니. 이런 그의 ‘유쾌함’이 향후 한빛소프트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그건 지켜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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