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에 있어 ‘경량화’는 확실한 체감요소다. 특히 손에 들고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무게가 손 혹은 손목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다양한 휴대용 기기들이 경량화를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한 바 있다. 다만 독특하게도 마우스만큼은 무조건 ‘가벼운’ 것이 선호되는 기기가 아니었는데, 움직임에 있어 무게감을 중요시하는 게이머 또한 많아 몇몇 마우스에는 오히려 무게를 더할 수 있는 ‘추’가 삽입되는 기능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듯, 기계 또한 ‘증량’은 쉽지만 ‘감량’은 어렵다. 덜어낸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것을 없앤다는 것과 같기에 더욱 그렇다. 게이밍 기기 업계는 이런 ‘더 가벼운 마우스’를 원하는 게이머들을 공략하기 위해 위해 다양하고 과감한 경량화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상상을 넘어선 것들이 많다. 게이밍 기기 업계는 마우스 경량화를 위해 어떤 시도를 해왔을까. 실제로 판매했거나 판매 중인 제품을 살펴보며 기술의 발전을 체감해보자.
배터리가 무거우면 빼버리면 되잖아?
‘맘바 하이퍼플럭스 마우스와 파이어플라이 하이퍼플럭스 마우스패드(MAMBA + FIREFLY HYPERFLUX WIRELESS POWER)’는 무선 마우스 경량화에 있어 도전적인 시도였다. 마우스가 아닌 마우스패드에 마우스의 리시버와 충전패드 기능을 삽입해, 무선 마우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배터리를 빼버린 것이다. 무선 마우스에서 무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사라진 마우스의 무게는 96g. 아래 소개할 제품들과 비교하면 무거운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마우스지만, 출시년도인 2018년 당시 무선 게이밍 마우스는 110g 정도만 되어도 가볍다는 평을 들었고, 건전지를 넣는 무선 마우스도 건전지 없이 100g은 기본이었으니 확실히 획기적으로 줄어든 무게였다.
하지만 이 마우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마우스와 마우스패드가 반드시 함께 있어야만 작동한다는 것이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가격이었다. 특히 마우스패드에 마우스의 기능을 집어넣었기에 사실상 마우스패드와 마우스가 모두 '마우스'인, 독특한 마우스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가벼움’을 추구하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었지만, 아쉬움을 크게 남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SIMPLE IS BEST
경량화는 크게 잡다한 기능을 모두 다 빼버리는 기능적 경량화와 마우스의 프레임을 가볍게 만드는 디자인적 경량화, 두 부류로 나뉜다. 위에서 소개한 맘바 하이퍼플럭스는 가장 큰 무게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덜어내는 기능적 경량화를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반푼짜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가벼움’에 대한 도전은 어떤 경쟁의 계기를 만들었고, 게이밍 장비 업계는 마우스의 ‘경량화’를 위해 치열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 중에서 ‘기능적’ 경량화에 가장 집중한 마우스로는 ‘G프로 x 슈퍼라이트(G PRO X SUPERLIGHT)’, 통칭 지슈라가 있다. 오직 ‘가벼움’을 목표로 삼았기에 마우스의 본질에 충실한 곳을 제외하면 불필요한 모든 기능을 치워버렸다. 지슈라는 원래의 틀에서 내부 디자인과 재질을 조절해 외적으로는 큰 차이를 두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듯 게이밍 마우스 내에 들어간 부품 중에서 무게를 줄이기 가장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배터리’인데, 이 배터리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대신 내부 구조를 최대한 경량화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실제로 이 제품은 불필요한 버튼을 제거하고, 구조를 정제해 최소한 필요한 양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게이밍 마우스에서 빠지면 섭섭한 라이팅도 치워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일반 사무용 제품과 외형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획기적으로 무게가 줄어든 게이밍 마우스가 탄생했다. 본질만 남아버린 지슈라의 무게는 63g, 그러면서도 70시간의 배터리 타임을 확보해냈다. 'SIMPLE IS BEST'라는 말은 무엇보다 확실히 추구한 게이밍 마우스라 볼 수 있겠다.
심플도 좋지만 뺄 수 있는 게 아직 많은데?
기능적 경량화 대신 디자인적 경량화에 집중한 마우스도 속속 등장했다. 게이밍 장비 특유의 LED 라이팅과 디자인 가능한 버튼 등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 기능이 아니라 외부의 프레임을 깎아낸 것이다. 이들은 판 형식의 구조가 아닌 그물 형식 구조를 이용해 무게를 줄였다. ‘에어록스 3 무선형 2022’가 그런 제품이다.
‘에어록스 3 무선형 2022(AEROX 3 WIRELESS 2022)’는 마우스를 감싸고 있는 케이스에 타공을 더해 무게를 줄이면서 LED 라이트를 보존하고 버튼 수도 줄이지 않았다. 타공으로 인해 유입될 수 있는 먼지와 수분, 땀 등은 내부 회로를 보존할 수 있도록 방수 방진 스프레이 처리를 해 IP54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런 디자인적 경량화를 시도한 에어록스 3 무선형 2022의 무게는 68g으로, 이 무게로도 2.4Ghz 연결에서 80시간, 블루투스로는 최대 200시간의 연결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판이 외부에 노출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꺼리는 유저들도 있었다. 이런 유저를 고려해서인지 두께의 반 정도만 타공을 준 마우스도 출시됐다. ‘콘 프로 에어(KONE PRO AIR)는 마우스 상부 프레임을 그물망 모양으로 깎아내고 부품의 무게를 줄이는 방식으로 경량화를 진행했다. 이로서 다른 마우스에 비해 비교적 무거운 75g의 무게를 가지게 되었으나, 완전 충전 상태에서 100시간 정도의 사용시간을 보여줘 무게와 기능, 편의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을 들었다.
앞으로의 경량화는 어떻게 될까
사실, 경량화의 기본은 사이즈 축소다. 이는 디자인적 경량화와 맥은 통하지만, 사람의 손에 맞춘 크기로 써야 하는 만큼 마우스의 크기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이 문제점을 좌우로의 확장으로 해결한 마우스도 있다. ‘타이탄 GE 에어(TITAN GE AIR)’는 사이즈를 줄이고 타공을 더해 디자인적, 사이즈적 경량화를 모두 적용했다. 마우스의 길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신 가로를 늘려 안정감을 더해, 59g의 무게로 36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탄생했다.
이렇듯, 게이밍 장비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마우스 경량화를 위해 여러 시도를 진행 중이다. 모든 게이머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양립하기 어려운 ‘가볍고 오래가는 마우스’를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무선 게이밍 마우스의 경우 내구도까지 고려해 마우스 버튼을 교체하거나 내부 소재를 금속으로 변경하는 등의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음 경량화는 어떤 방향성을 띌 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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