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비주얼노벨 제작은 패기있게!˝ 마기소프트 김환민 대표
앱숀가면 2013.05.04 16:55:24 | 조회 18134

▲ 케이스스퀘어에 참가한 마기소프트

"안녕하세요! 저 혹시 기억 하시겠습니까? 작년 지스타에서..."

"음... 아! 게임메카 기자님이시죠? 기억나네요. 수염을 너무 기르셔서 몰랐어요."

국내에 몇 안 되는 비주얼노벨을 제작 중인 마기소프트가 학여울 SETEC에서 열린 케이스스퀘어에 참가했다. 회사에는 본인(?)밖에 없어서 대표라는 호칭을 때고 직접 현장을 찾은 마기소프트 김환민 대표. 게임메카가 아닌 한 명의 팬으로서 인터뷰라는 딱딱한 형식을 벗어나 간단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


게임메카(이하 G):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김환민 대표(이하 김): 아. 매우 힘들었습니다. 오늘도 여기 오는 것 자체가 일이었습니다. 홍보 선간판도 아직 안 오고, 같이 나오기로 한 직원은 일이 생겨서 못 나오고. 공개하기로 했던 게임도 당일. 그것도 지금 막! 받아서 진열하고 있습니다. 죽겠습니다.

G: 네? 옆에 계신 분은 그럼...

: 아. 회사 근처에 식당이 있는데, 거기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분입니다.

G: 용병이군요

: 노예입니다.

G: (웃음) 전 이런 돌발적인 거 좋아합니다.

: 너무 돌발적이라 문제죠.

G: 오늘 굿즈로 '섬마을 이야기' 타올을 가지고 오셨는데, 장사 잘되나요?
*굿즈(グッズ/goods): [명사] 상품. 물품.

: 하나도 못 팔았어요! 기자님이 하나 사주세요.


▲ 현장에서 판매 중인 담요와 타올

G: 으악! 제가 하나 사드리고 싶은데, 얼마 전에 얼티밋 마도카를 구매하리라 돈을 다 썼네요.
*얼티밋 마도카: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히로인 카나메 마도카, 얼티메이트 마도카

: 저런, 일본에서는 물량이 남아돈다는데 비싸게 구하셨나 보군요.

G: 아픈 곳을 찔렸군요.

: 사실 왼쪽에 아트림미디어가 워낙 크게 부스를 열어서 우리는 티가 안 나네요.
아트림미디어: '프리징', '언밸런스X2' 등 임달영 작가 만화를 주로 출판하는 콘텐츠 기획 업체

G: '섬마을 이야기' 개발 진척도 어떤가요.

아. 힘듭니다. 아무래도 그림 하나에도 서로 취향이 다르고, 고객님들 지켜보는 것도 다르니 오래 걸리더군요. 원래 네이버 앱스토어로 발매 하려 했는데 벌써 6개월이나 지나고 말았지요.

G: 어쩔 수 없는 상황이군요.

선배와 일하고 있는데, 나는 미소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선배가 "너 오타쿠였냐?"라며 웃더군요. 일을 하는 과정에서 히로인 가슴 라인이나 얼굴 라인 조금 바꾸고 컨펌을 하면 일반인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역으로 따지더군요. 엄연히 차이가 있는데 말이지요!

G: 그렇죠! 중요한 겁니다. 대표님이랑 저랑 코드가 잘 맞는데요?

: 원래 변태끼리는 잘 맞습니다.

G: 그렇습니다. 팬티가 거기 있기에 우리가 가는 겁니다.

: 좋은 표현이군요.


▲ 어떤 약을 먹어야(?) 이런 동인지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G: 마기소프트는 원래 19금 성인게임을 제작하지 않았나요?

예. 그렇죠. 하지만 그 X의 아청법! 아청법 최대 피해자가 저희일 겁니다. 원래 윈도우 기반 19금 성인게임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아청법이 뻥! 하고 터지더군요. 그래서 타격을 입고 스마트폰으로 옮겼죠. 아청법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TCG를 서비스 중인 모 회사랑 안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G: 예? 아청법과 모 회사가 마기소프트랑 무슨 관계죠?

원래 우리(마기소프트)가 그 회사의 카드 일러스트를 담당하기로 했었거든요. 그래서 계약서에 사인 직전까지 딱! 갔는데 아청법 때문에 잘렸죠.

G구석에 '소드걸스' 부스가 있어서 하는 말이지만, 아청법이 여러 업체 힘들게 만드는군요.

: 같이 일하자고 다 이야기 했었는데 말이죠. 정말 아쉽습니다.


▲ 특전으로 들어갈 페이퍼 크래프트(왼쪽)


▲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G: 아무튼, 게임발매일이 6월인데 잘 되고 있습니까?

게임발매라는 건 신만이 알고 있습니다. 아주 치명적인 오류가 빵! 빵! 터지면서 말이 아니네요. 엔진을 아예 새롭게 제작하는 수준입니다.

G: 아주 현장감 넘치는 대화가 오가는군요.

: 이번에 시드 사운드까지 넣고 의욕적으로 열심히 했는데 사방에서 빵! 빵! 터집니다.

G: 어이없는 상황이군요.

: 직원이 다섯 명뿐인데 서로 멘붕 당하고 미칩니다.

G(웃음)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타 매체에서 인터뷰 하셨잖아요? 제목부터 패기 있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국내시장에서의 비주얼노벨 잘 될 것 같은가요?

: 큰 기대는 안 합니다.

G에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고….

음. 그림을 예쁘게 그려도 게이머마다 니즈가 다르다 보니 잘 안 먹히더군요. 잘 안 될 거 같습니다.

G: 포기하시면 안 되죠. 저 같은 덕후를 위해 힘내셔야죠.

정말 많이 팔려야 만장? 그래. 제 월급까지 깎아가며 팔천 장까지 팔리면 많이 팔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G: 스마트폰 게임인데 패키지 판매를 하실 거라고?

: 지금 판매 중인 타올이 패키지 특전으로 들어갈겁니다. 아마 '초차원게임 넵튠'처럼 말이지요.
*초차원게임 넵튠: 아이디어 팩토리가 제작한 RPG. 게임기 의인화로 유명하다.

G: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네요.




▲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을 직접 설명해주시는 김환민 대표

이번 행사가 오타쿠를 위한 행사라서 많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작년 지스타 때보다 안 오네요.

G: (웃음) 그런가요?

그때 유일하게 B2B 가운데에 혼자 있었지요.

G네 기억납니다. 그래서 이 회사 정말 패기 있다며 편집장님께 이야기하곤 했지요.

혼자서 대화와 홍보를 겸하니 힘들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가 야한 동인지나 이상한 동인지도 많이 내곤 했습니다. 낼 때마다 과연 이런 걸 누가 사겠느냐는 생각 많이 했는데, 뜻밖에 많이들 구매하시더군요. 역시 이 바닥(?)에 계신 분들은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G혹시 좋아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있습니까?

: (웃음) 아니요! 없습니다! 전 만드는 걸 더 좋아합니다.

G: 신작 소개 짧게!

신작 소개요? 짧게 못 합니다! 2010년부터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지만, 정부 지원도 못 받고 이런 재미없는 게임 왜 만드느냐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너희가 만들지 말라는 게임 더 만들 것이다!"며 미소녀게임을 만들었지만 잘 안되다가 이제야 사람을 만나 제작을 하고 있죠. '확산성 밀리언 아서'를 보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발매 되었구나 라는 생각 많이 했죠.

G자 그럼 마지막으로! 대표님에게 비주얼노벨이란?

'비주얼노벨'을 한마디로 정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기자님에게 삶이란? 이라고 물어보는 것이랑 똑같을 겁니다. 사실 저는 중학생 때 '코코로'를 하고 자란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나쁘게 안 자랐지요. 게임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코코로: 1998년 아이루에서 출시한 성인게임, 각종 복잡한(?) 엔딩 덕분에 일본 최초로 전량회수 당한 바 있다.


▲ 대화가 끝날 때 즈음에 도착한 선간판

G: 패키지 가격은 얼마 정도 생각하세요?

초회판 가격을 45,000원 혹은 55,000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게임치고는 비싸지만 패기있게! 팔아볼 생각입니다. 비싸 보이지만 안에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타올을 시작으로 O.S.T, 페이퍼 크래프트, 화보집까지 들어가고 하드 케이스에 담겨질 계획 입니다. 정말 막 나가는 겁니다. 아마 '그녀의 기사단' 이후로 이런 미친 짓은 처음일 것 같습니다.
*그녀의 기사단: 별바람이 만든 RPG

G: (웃음) 그녀의 기사단!

: (웃음) 저희 사무실 메인을 장식 중이죠.

G: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제가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중요한 걸 대충 보고, 대충 볼 걸 중요하게 보거든요. 예를 들어 캐릭터 얼굴이 10할이면 눈을 7할로 보고 눈을 제일 잘 그려야한다! 거나 몸을 그릴 때도 남자는 가슴이랑 배 부분만 보니 그곳만 잘 그리라고 명령을 내리곤 하죠. 그 이상은 괜찮습니다. 생각해보면 완전히 벗고 있는 것보다는 살짝 가리고 있는 게 더 좋잖아요.

G: 정말 패기 있습니다. 6월에 출시되면 제대로 인터뷰를 하러 찾아 가겠습니다.

: 회사가 바로 옆이잖아요? 한 번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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