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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3차 CBT가 종료된 후 어느덧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공식 홈페이지의 테라헤럴드 코너를 통해 '테라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어요'라는 무언의 외침이 담긴 생존신고는 꾸준히 들려왔지만, 몇 장의 이미지와 짧은 텍스트는 '스스로 느껴본 것' 만큼의 감흥을 주진 못했다. 마치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끼리 몇달 째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전화 통화만 주고 받는 듯한 기분이랄까? 이 오묘한 긴장상태는 양자 모두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는 11월 15일, 지스타에 출품될 테라의 실체를 한발 먼저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비바체룸에서 진행된 '한게임 지스타2010
프리미어'가 바로 그 것. 지스타를 학수고대하며 달력만 바라보고 있을 테라 유저들을
위해, 밥 굶기도 불사하며 '달라진 테라의 모습'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보았다.
▲한게임
지스타2010 프리미어에 마련된 테라 시연장의 모습
지스타 버전과 동일한 솔로플레이/파티플레이
콘텐츠를 미리 확인해볼 수 있었다
▲시연장
바깥에 마련되어 있던 6모니터 테라의 위엄
테라가 가진 비장의 무기는 바로 포포리 여자?
테라의 지스타 버전 클라이언트에는 기존에 선택할 수 없었던 종족과 성별의 캐릭터들이 몇 가지 확인되었다. 프리미어 시연장에서 미리 생성된 캐릭터를 기준으로 엘린 남자와 아만 여자, 그리고 포포리 여자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포포리 여자 캐릭터는 깜찍한 외모와 귀여움으로 시연 플레이를 진행한 관계자 및 기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는 후문이다.
▲3차
CBT에서는 NPC로만 만날 수 있었던 포포리 여자 캐릭터를
이제 게임 상에서 실제로
조종할 수 있다!
▲지스타에서
포포리 여자 캐릭터로 시연하실 분들은
순순히 /춤 /고백 감정표현을 해주신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맞춰 같은 직업이라도 종족에 따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현재 준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종족 특성 스킬'이다. 이번 지스타 시연버전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게임 내 캐릭터들의 실질적 '성능' 및 종족별 유불리를 가늠하게 될 중요한 부분인 만큼 추후 진행되는 테스트를 통해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논타겟팅이 아니라니까, '프리타겟팅'이다!
이는 테라의 한 관계자가 논타겟팅을 언급하던 어떤 이의 발언에 혼을 담아 외쳤던 말이다. 하긴, 테라의 전투에서 느껴지는 타겟팅 시스템은 논타겟팅이라 하기도, 완전 타겟팅이라 단정짓기도 모호했다. 몬스터의 형체가 있는 면적과 범위를 기준으로 나의 공격을 맞춘다는 점은 마치 논타겟팅 같았지만, 락온 형태의 조준이나 근접 스킬의 제한적인(무기의 궤적에 따라 맞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효과범위를 기준으로 한) 공격판정, 특히 공격 도중 방향이나 타겟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없다는 점은 타겟팅 전투의 느낌에 오히려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마 테라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가장 많이 혼란을 느끼게 되는 부분도
바로 '프리타겟팅'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일 것이다
테라의 타겟팅 시스템은 논타겟팅이나 타겟팅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서로 다른 두 부류의 이종교배와 같은 존재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독특한 방식은 결국 '프리타겟팅'이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냈다. '타겟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타겟이 공격당하는 부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랄까? 타겟팅에 익숙한 유저들에게는 신선하나, 논타겟팅의 자유로움에 심취한 이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스페이스바 연속기와 개선된 목표 조준 판정(락온)!
테라의 조작방식이 가진 '난해함'은 많은 유저들이 참가한 3차 CBT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대두되었던 부분이었다. 화면에 표시되는 크로스헤어와 상관 없이 무조건 캐릭터 위치 기준 정면으로만 나가던 답답한 근접 스킬, 락온은 락온이나 움직이는 타겟을 정확히 조준한 상태에서 날려야만 했던 무늬만 락온. 프리타겟팅 전투를 게임의 핵심으로 지향해오던 테라 개발팀에게 이러한 피드백들은 거대 레이드 보스 만큼이나 풀기 어려운 난제였을 터.
그리고 결국 이러한 대표적 문제들은 8개월의 시간 동안 모두 해결점을 찾아갔다. 먼저 근접 캐릭터들의 공격 및 스킬 판정이 캐릭터가 서있는 방향에 상관 없이 무조건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게임 화면상 크로스헤어를 기준으로 하도록 바뀌어 근접공격의 난해함이 해소되었다. 그리고 '락온'방식의 마법 스킬들 역시 화면 위의 대상들을 조준점에 스쳐지나가게 하기만 해도 바로 목표물이 고정되어 다른 방향을 바라본 채 눌러도 스킬이 목표물을 추적하게끔 바뀌었다. 그 외에 마우스나 키보드 단축키를 누른 상태를 유지하면 자동으로 그 스킬이 반복 사용하도록 변경된 점도 모두 '조작방식의 개선'에 일조했다.
▲크로스헤어
주변에
표시되는 정보(적의 레벨, 거리)를 활용하는 것만 익숙해지면
테라의 조작방식과 타격판정은
난해하지 않다
▲크리티컬
대미지는 폰트 주변에 피가 튀기는 이펙트가 추가되어
좀 더 명확하게 크리티컬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맞는 스킬들을 똑똑하게 찾아서 '스페이스바'만 누르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킬 연속기 시스템'도 이번 클라이언트를 통해 새롭게 공개되었다. '스페이스바'는 그 구조적 위치상 마우스로 시점 조작하랴, 방향키로 이동하랴 바쁜 전투 속에서 움직임을 포기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할 수 잇는 유일한 단일 단축키다. 상황에 맞는 '스킬'을 선별해서 보여주는 AI만 잘 구현된다면 테라의 전투 조작법에서 이보다 더 편리한 방식은 없을 터.
▲캐릭터의
우측에 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킬 연속기'다
락온 스킬 사용 시 해당
기술을 '스페이스바'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이동 중 조준이 용이하다
하지만 근접 캐릭터의 경우 거대한 보스 몬스터와 대결할때 그 몸집에 시야가 전부 가려져 정작 중요한 '몬스터의 리액션 혹은 스킬사용 징후'를 원활히 포착할 수 없는 문제는 여전했다. 시점 상 어쩔 수 없는 한계라면, 다른 FPS류에서 활용되곤 하는 '동료간 시점 공유'같은 방식으로 원거리 시점에서의 보스몬스터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보스몬스터의 크기가
커질 수록
근접 캐릭터는 보스의 모습을 확인하기 힘들어 괴롭다
있을 건 다 있는 인터페이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테라의 인터페이스는 전투에 필요한 가장 최소한의 정보들을 게임 화면 내에 보여준다. 액션성이 강조된 만큼 화면 상에 무리하게 많은 창이 떠있다면 전투 중의 시야 확보에 방해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ESC나 ALT키만 누르면 게임 내의 모든 메뉴를 확인할 수 있는 [메인메뉴바]가 뜨고 이를 마우스로 손쉽게 선택할 수 있어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또한, WOW와 같은 별도의 애드온을 지원하진 않지만 ALT키를 누른 상태로 다른 전투 UI들의 위치를 드래그하면 원하는 위치로 이를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평상시에는
이런 모습의 화면이지만
▲ESC나 ALT를 누르면
숨겨져 있던 세부 인터페이스가 나타난다!
파티플레이를 위한 UI도 개선되었다. 일단 기존 3차 CBT에서는 큰 마을에서만 확인 및 사용할 수 있어 유저들에게 외면받았던 [파티모집 게시판] 기능이 게임 내 기본 UI로 녹아든 부분이 확인되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WOW와 아이온 등 기존의 인기 MMORPG들에서 유저들에게 환영받은 '파티찾기 시스템'을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몬스터에 '징표'를 찍거나 플레이어가 미리 설정해둔 메세지를 빠르게 뿌릴 수 있는 '퀵메뉴' 기능도 테라만이 가진 독특한 장점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키보드 Q키나 E키를 누른 상태로 마우스를 상하좌우 이동시켜 선택하면 빠르게 해당 동작을 수행할 수 있기에, 급박하게 진행되는 전투 흐름상 매우 유용했기 때문.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편하게 파티모집을 할 수 있다!
▲몬스터에게
박는 징표는 총 3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퀵메뉴의
메시지 기능은 옵션에서 자유롭게 설정해줄 수 있어 편리했다
허나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파티원 소환' 혹은 '파티 초대' 메세지가 여전히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 해당 메세지는 전투중일 때 특유의 '효과음'과 함께 화면 구석에 메세지가 표시되는데, '화면 중앙'에 가장 시선을 집중하는 일반유저들의 특성상 이를 놓치기 일쑤였다.
▲A:파티초대좀
받으세요! 구석에 메세지 뜬거 안보여요?
B:아 죄송.. 제가 스피커를 안듣고 있었거든요
ㅠㅠ
▲세부
인터페이스를 확인하기 위해 ESC를 누르니 중앙에 파티초대 메뉴가 팝업된다
이러한
차이점은 전투 중 UI를 불러올
경우 시야를 최대한 가리지 않기 위한 배려지만
사람의 취향 및 익숙함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될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필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테라의 그래픽 효과, 특히 캐릭터 주변 필드와 구조물 등의 환경요소들은 항상 볼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사막 지역에 서있노라면 뜨거운 태양 아래 이글거리는 아지랑이 위로 거친 모래바람이 지나가고,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내 눈 앞을 스치듯 지나가는 눈발들 사이로 캐릭터의 발자국이 눈 위에 남아있다 서서히 지워지곤 했다. 그리고 적과 전투할 때 그 혈흔들이 땅에 뿌려지는 효과 역시 여전했다.
하지만 화려한 세계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그 본연의 아름다움이 아닌 게임 전반에 자연스럽게 덧칠해지는 '스토리'이다. 똑같이 생긴 폐허라도 이 지역에 담겨진 게임 내 NPC들의 이야기, 사건, 역사에 따라 배가되는 감동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점을 돌려 찍은 스샷
하나하나가 전부 바탕화면감이다
▲페가수스
이동 도중 공중에서 발견된 정체 불명의 거대 생명체는 무엇?
지스타 시연 버전의 솔로 플레이에서는 접속한 캐릭터의 레벨에 맞춰 35/40/45지역 필드의 퀘스트를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스토리'의 완성도와 몰입감을 느껴보기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한게임 지스타 프리미어2010 행사를 통해 게임 내 메인 퀘스트들의 컷신 영상이 공개되었지만, 이미 다른 게임들을 플레이 해오며 이러한 영상 이벤트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 얼마나 '뭉클함'을 선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른 부분이다.
▲테라
지스타2010 공식 트레일러
인게임 컷신을 통해 미리 아름다운 테라의 세계를 감상해보자
맵이 너무 넓어 지친다고? '탈 것'이 있잖아!
지스타2010에 선보일 '솔로플레이' 버전의 캐릭터들에서는 공통적으로 '탈 것' 스킬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사냥터로 달려가는 시간이 퀘스트 수행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 만큼 테라의 한 지역이 가진 어마어마한 맵크기를 고려해봤을 때,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탈 것'의 추가는 정말 눈물겹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탈 것'의 존재 확인!
맨발 달리기보다 확실히 빠르다
스킬의 형태로 구현되어 있는데다 '탑승/해제
시간'도 없어 신속한 이동이 가능!
흔히 지금까지의 MMORPG 내 '탈 것'이라 하는 존재들은 항상 레벨 대비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책정되어 유저들의 '골드 회수'를 부수적인 목적으로 취해왔다. 하지만 테라의 '탈 것'은 20레벨 초반, 간단한 연계 퀘스트를 통해서 습득할 수 있기에 '탈 것을 가질 레벨이 되었지만 돈이 없어 그림의 떡'이 될 걱정은 없다. 단, 탑승 도중 몬스터에게 공격당하거나 모종의 이유로 '전투상태'가 된다면 '탈 것'이 자동 해제되기에 '회피' 혹은 '도망'의 용도로는 부적합했다. 단, 이는 시스템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즉시시전 스킬'로 구현된 테라의 '탈 것'이 운명처럼 가져가야 할 '의도된 패널티'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모든
종족의 '탈 것' 룩이 똑같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매우 만족스러웠다
뜸들이기를 선택한 테라, 게임에도 통할까?
우리나라의 음식 조리법 중에는 '뜸들이기'라는 것이 있다. 가마솥에 지은 밥을 뜸들이면 누룽지가 만들어지고, 고등어 조림에는 그 양념맛이 더 깊게 배인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 대신 더욱 은근하고 담백한 맛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뜸들이기'다.
테라가 선택한 길도 이와 같다. 8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테라 개발팀은 스스로의 내실을 다지고 모자른 부분을 채워넣는 '뜸들이기'를 진행해왔다. 3차 CBT때 지적당했던 '특색이 없다'는 뼈아픈 지적을 만회하기 위해 걸어온 길. 그리고 그 동안의 노력을 검증받기 위한 시간이 이제 바로 눈 앞에 잡힐 듯 가까워진 셈이다.
▲지스타2010을
시작으로 테라는 2010년 연말을 장식할
숨가쁜 서비스 일정을 밟아나가게 될 터
사실 한게임 지스타2010 프리미어에 선보인 시연버전은 테라가 가진 수많은 변경점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테라헤럴드를 통해 공개된 문장 시스템, 아이템 합성강화를 비롯하여 업적, 전장, 길드, 정치 등 더 굵직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콘텐츠들이 교묘히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존 CBT에 참가했던 유저들 입장에서 지스타 버전 클라이언트가 보여주는 콘텐츠는 다소 아쉬울지도 모른다. 허나 엄연히 지스타에서 선보이는 모습은 막 뚜껑을 연 가마솥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밥'에 불과하다. 지스타 행사가 끝난 직후인 11월 26일부터 진행되는 서버부하테스트를 시작으로, 테라가 그 동안 뜸을 들여온 이유라 할 수 있는 '황금빛 누룽지'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블루홀 스튜디오의 오랜 뜸들이기 끝에 선보이는 테라의 실체. 과연 그 맛이 상상했던 만큼 고소할지, 아니면 텁텁한 탄 맛이 날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전에 씹어본 밥알의 맛을 음미해볼 때, 8개월 간 공들인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현재, 테라라는 게임이 계속 하고싶어 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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