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게임메카는 일련의 장편기획을 야심차게 시작했다. 바로 ‘괴작게임을 찾아라’라는 코너였다. 약 4개월 동안 게임메카는 이 기획을 통해 그 동안 널리 알려진, 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글쓴이의 뇌리에 ×침 박듯이 깊숙하게 각인된 괴작게임들을 선별해 소개해왔다. 반응이 어땠냐고? 물론 게임메카 회원 제현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골드 컨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하지만 워낙 특이한 게임을 다루다 보니 리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는가? 회원들의 기대와 관심이 클수록 글을 쓰는 우리 기자들의 어깨에는 자칭 ‘라커(락커가 아니다)’ 문 모씨의 머리만한 돌덩이가 하나씩 올려지듯 부담감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오죽했으면 게임메카의 수석기자인 헐크매니아가 괴작게임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피하기 위해 잠적했을 정도겠는가. 어쨌거나 17회째를 맞은 괴작게임 시리즈의 피날레는 본 필자에게 돌아왔고 ‘대체 어느 게임을 괴작게임 시리즈의 피날레로 소개하면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걱정 속에 식음을 전폐하길 무려 25,200초! 어려운 결단을 내렸으니, 바로 PS2용 액션게임 중 ‘불후의 명작’이라 평가받는(PS2 베스트 시리즈로 등장한 리뉴얼 패키지에 그렇게 써 있다) ‘모기(蚊)’다.
▲ 일련의 괴작게임 시리즈 기사. 이제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다 |
▲ 1주일만에 덧글 30만개 돌파의 주인공 문 모씨. 대단한 인물이다 |
蚊(문)이라
쓰고 か(카)라 읽는다
지금까지 소개한 대부분의 괴작게임은 그 놀라운 게임성과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인해 소수의 인간들에게만 사랑을 받아왔기에 제작비 회수를 자신하지 못한 제작사들은 속편을 꿈도 꾸지 않고 그냥 어둠의 저편으로 묻어버렸다(초형귀 시리즈만 계속 속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모기’는 놀랍게도 속편이 발매되었으며 작품 평가와 흥행면에서 모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렇다! 모기는 괴작게임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바로 그 타이틀인 것이다!!! 우선 「모기」가 어떤 타이틀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다음은 패키지 매뉴얼에 적혀 있는, 이 게임의 목적을 대변해주는 간결한 소개글이다.
당신은 ‘모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름이
되면 인간의 주위를 애∼앵하고 날아다니는
바로 그 모기입니다.
모기가 된
당신이 해야할 일…, 그건 흡혈입니다.
최대한 많은 피를 빨아 추운 겨울을 대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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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6월 21일 발매된 「모기」 |
▲ 2002년 6월 27일 베스트판으로 발매된 「모기」 |
▲ 2003년 7월 3일 발매된 대망의 속편 「모기 2」 |
그렇다. 게임의 컨셉은 아주 단순하다. 플레이어는 여름의 불청객 모기가 되어 사람들의 피를 흡혈, 추운 겨울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피를 빤다! 이 얼마나 독특하고 엽기스러우며 잔혹하고 한편으로 코믹한 설정이란 말인가? 이 설정 하나만으로 모기는 괴작의 반열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이만 설명을 마친다…고 글을 맺으려 하니 옆에서 팀장의 강력한 째려보기가 측두부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칫! 할 수 없군. 좀 더 썰을 풀어보기로 할까?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대리체험에 있다고 누군가 그랬다(누군지는 묻지 말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게임에서 추구한 대리체험은 다른 ‘인간’이 되어 그 사람의 역할을 연기함으로써 재미를 느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모기는 다르다. 위대한 영장류의 최고봉 ‘인간’이 미천하기 짝이 없는 ‘모기’가 되어 반대로 인간들을 공격해야 한다(개인적인 생각 다소 포함됨. 모기는 미천하지 않다며 태클은 삼가자).
자,
이제 모기로 변신!
어느 무더운 여름.
야마다 씨 집에 한
마리의 모기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작은 모기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선
여름
동안 최대한 많은 피를 빨아두어야만 합니다
야마다 집안 사람들은 자신의 피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가려워지지 않기 위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생사를
놓고 벌이는 두 생명체의 뜨거운 혈투와 이를 통해 그려지는 모기의 성장.
그리고
모기 VS 인간의 피를 둘러싼 투쟁 속에 피어난 한 떨기 사랑.
그 애절한 여름의
사연을 당신께 바칩니다….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점, 양해바랍니다)
이상은 「모기」의 공식 스토리 라인이다. 게임이 워낙 독특하다보니 게임과 관련해 소개하는 글에도 유머와 위트가 가득하다. 특히 마지막의 ‘과장이~’라고 스스로 밝힌 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 이 게임에는 가려워지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왼쪽). 살충제 등을 사용할 때에는 사용법을 확인하고 정해진 사용법을 반드시 지켜주십시오(오른쪽). 이처럼 곳곳에 위트 넘치는 제작진의 배려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모기의 특징 |
나비처럼 날아 모기(?)처럼 빨자
1.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전장이 되는 스테이지를 골라야 한다. 침실과 거실은 물론 부엌과 목욕탕까지 배틀 스테이지는 실로 다양하다. 물론 한 번 살아남은 전장은 이후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스테이지를 고르면 가족들간의 대화가 이어진다.
2. 가족들의 대화를 자세히 들어보면 야마다 가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흡혈 대상이 되는 인간들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중국의 한 병법가가 말했다. 가족회의를 통해 최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전투에 임하자.
▲ 안타깝게도 자막은 전혀 흐르지 않는다. 일본어 청해 능력이 필수 |
▲ 모기의 로딩 대기화면. 모기향이 타들어간다 |
3. 회의가 끝나면 표적이 스테이지에 자리한 채 본격적으로 게임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흡혈 포인트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주변의 사물을 적절히 이용하면 흡혈 포인트가 나타나므로 그때까지 들키지 않게 표적의 눈을 피해다니자.
▲ 스테이지 시작! 침대에 누워있는 저 아가씨가 이번 표적이다 |
▲ 흡혈 포인트가 나타나면 맹렬히 돌진! |
4. 만약 표적의 눈에 발견될 경우 전투가 시작된다. 표적은 플레이어(모기)를 잡기 위해 손바닥 또는 도구를 이용해 맹렬하게 공격해오므로 최대한 요령있게 인간의 공격을 피하자.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릴랙스 포인트라 명명된 인간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 화면상에 표시되는 릴랙스 포인트를 공격하면 표적은 마음이 차분해지며 플레이어(모기)를 쫓는 행위를 멈춘다. 릴랙스 포인트를 공격하는데 성공한 시간에 따라 모기의 컬러를 바꿀 수 있으므로 다양한 모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빠른 시간 내에 릴랙스 포인트를 공격하는 것이 좋다.
▲ 인간에게 발견되면 배틀이 발생한다. 서둘러 릴랙스 포인트를 공격하자 |
▲ 릴랙스 포인트를 얼마나 빨리 공격했는지에 따라 새로운 모기의 새로운 컬러를 얻을 수 있다 |
5. 어쨌거나 위기를 무사히 넘겨 흡혈 모드에 들어가면 남은 건 피를 맛있게 쪽쪽 빨아주는 것뿐. R3 버튼을 이용해 침을 박아넣은 후 R 스틱을 빙글빙글 돌려 규정된 양까지 피를 빨아주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표적에게 들킨 경우 서둘러 도망가야 한다. 스테이지를 날아다니다 들켰을 때완 달리 피를 빨다 공격을 당하면 한 방에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규정된 흡혈양을 채우면 그 스테이지는 끝나고 다음 스테이지가 이어진다.
▲ 무사히 흡혈 포인트에 착지한 우리의 주인공 |
▲ 너무 많이 피를 빨아 배가 통통해졌다 |
꽤나 본격적인 게임인 걸?
심플하고 유머러스한 설정과 달리 모기의 컨트롤은 상당히 시리어스하다(쓰다 보니 갑자기 이상한 영어로 도배됐다). 게임의 특성상 모기를 직접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어지간한 플라이트 슈팅게임 못지 않게 세분화된 버튼 조작을 요구하는 것. 왼쪽 스틱이 상승과 하강, 좌선회와 우선회를 맡고 있으며 오른쪽 스틱은 시점 그대로 모기의 평행이동을 담당해 마치 플라이트 슈팅게임의 기체조작을 방불케한다. 또한 R1 버튼에 의한 가속과 L1 버튼에 의한 감속 역시 유명 슈팅게임 「에이× 컴×」의 그것과 동일하다.
조작이 조금 복잡하긴 해도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게임 자체는 흡혈 포인트를 찾아, 착지→흡혈 과정의 반복이라는 아주 간단한 사이클로 진행되니 말이다.
어디를
빨까∼
여름에 모기에 한두 번 물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기는 대체 어떤 공정을 통해 사람을 찾아내고 피를 빠는 것일까? 그리고 모기에 물리면 왜 가려운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네×버 검색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모기가 피를 빤다는 그 사실에 초점을 맞춰보자.
“모기를 조작해 사람의 몸에서 피를 빤다고 했으니, 그럼 아무 곳이나 피를 빨 수 있다는 건가?” 물론 아니다. 만약 사람 몸 아무 곳이나 침을 박아넣을 수 있다면 ○○한 곳이나 △△한 곳, 심지어 □□한 곳의 피를 빨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는 바로 당신!), 게임에서는 피를 빨 수 있는 곳이 강제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흠흠….
▲ 분명 이런 요상한 곳만 집중적으로 빨려 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사진은 모기 2) |
하지만 피를 빨 수는 없다 쳐도, 보는 것까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카메라 시점을 잘 조작하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므흣흣~♥ 곳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게임이 2001년에 발매된 게임이다 보니 표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폴리곤 모델이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 또한 고등학생 딸 레나야 그렇다 쳐도, 레나의 어머니 카요네는 어지간히 특이취향이 아니고서는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음….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DOA 수준만 되었어도 분명 「모기」는 밀리언셀러를 달성했을텐데…라며 혼자 망상에 잠겨본다.
솔직히 생각해보자. DOA 캐릭터들의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피를 빤다는 건…. 웃흥~♥ 생각만해도 게임을 구입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SCE는 유저들의 이런 바람을 받아들여 「모기 3」에서는 쭉빵 언니들을 등장시켰으면 한다.
▲ 음, 이런 미인의 피를 빨 수 있다면 한 번쯤 모기로 태어나는 것도 좋을지도…(사진은 모기 2) |
▲ Oh, NO! 절대 빨고 싶지 않다(사진은 모기 2) |
본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는 ‘괴작게임’이란 말이 반드시 ‘쓰레기 게임’, ‘저질 게임’, ‘3류 게임’ 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특이한 설정과 독특한 센스, 남들이 생각지 못한 신선한 전개로 우리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면 훌륭한 괴작게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모기」를 쓰레기 게임, 저질 게임, 3류 게임이라 평가하는 게이머들은 없다. 오히려 참신한 작품 또는 명작이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모기를 괴작게임의 마지막 편에 소개하는 건 플레이어가 모기가 된다는 상식을 깨는 참신한 설정과 인간들의 피를 빤다는 생각지 못한 전개를 게임메카 회원 여러분께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바퀴벌레를 소재로 한 영화 ‘조의 아파트’를 본 적이 있다. 바퀴벌레 4만마리가 등장해 주인공을 골탕먹이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인데, 하는 행동들이 코믹하고 익살넘쳤다고 기억된다.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만은, 의외로 그 영화를 본 후 바퀴벌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귀엽다며…).
▲ 조의 아파트 포스터. 이 바퀴벌레들이 보고 정말 귀엽다는 소리가 나올까? |
▲ 모기의 주인공 '모기(위)'와 모기 2에서 라이벌로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때려잡는 모기도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우리의 눈을 피해 최선을 다해 피를 빨려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더욱 모기에 대한 연민이 강해진다. 가끔은 모기에게 헌혈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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