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의 바싸 기행기 (프롤로그-입문편)
내 이름은 김지영, 평범한 대학교 1학년생이다. 지금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저 김지영이라는 여자애의 얼굴이 얼마나 이쁠까, 몸매는 어떨까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남자다. -_-; 어릴 적에는 이름 때문에 놀림도 많이 당했다. 그리고 그건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 교수님들은 출석을 부르다가도 내가 대답을 하면 대출로 착각하고 한번씩 쳐다보곤 했다. 그렇다고 드라마처럼 이름이 여자 같다는 이유로 여자 기숙사에 배치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그런 생각 많이 했지만, 역시나 드라마는 허구일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헛 이제 보니 내가 왜 이곳에다 이런 글을 쓰는 거지? -_-;; 잡설은 그만 하고 내가 이 게임을 접하게 된 계기부터 말해 보겠다. 난 FPS(1인칭 슈팅게임의 약자란 건 알겠죠?)는 극도로 싫어한다. 내가 처음 고등학교 2학년 때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FPS 광이었다. 얼굴도 예뻤고 마음도 착했다. 1년 가까이 사귀며 정말 우린 잘 지냈다. 하지만 너무 게임을 좋아한 나머지 클랜원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더니 결국 나를 차버렸다. 제길! 그래서 난 FPS만 봐도 치가 떨린다.
▶ 퀘이크 |
▶ 언리얼 |
암튼 내가 FPS를 사랑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멀미였다. 처음 레인보우식스가 나왔을 때 정말 신기한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난 목구멍 가득 쏠리는 무언가 때문에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정신없이 뛰고 날아다니고, 쏘고 하다 보면 멀미가 나고 구토 증상까지 보인다. 대체 이렇게 정신없는 게임을 왜 재미있다고 난리인지 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퀘이크니 언리얼 같은 게임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했다. 옆에서 구경만 해도 쏠리는 그런 거지같은 게임을 어떻게 한다는거지? 솔직히 난 어릴 적에 오락실에서 많이 하던 2D 슈팅게임도 멀미가 나서 못할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아는 선배가 이런 게임을 권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선배는 둠 씨리즈부터 해서 FPS라면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의 FPS 광에다가, 클랜도 여러 개 거느린 경험이 있는 선배였다. 이런 선배가 군 면제라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할 뿐이다.
“형, 난 FPS는 쏠려서 못해요!”
“빙시! 건 니 생각일 뿐이야. FPS가 얼마나 재밌는데”
“그래도 난 싫어요!”
“야야, 이건 15세 이용가야. 피도 없어. 그리고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라서 너라도 적응 할거야. 내가 베타 때부터 해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얼마나 재밌으면 너한테까지 이러겠냐? 내 여동생도 요즘 푹 빠져서 하더라니까”
“하죠!”
난 그렇게 선배의 꼬임에 빠졌다. 그 선배의 여동생은 엄청 예쁘다. 그 애와 공통점을 하나라도 만드는 것이 나중에 유리하겠지. 후후후~
선배가 가르쳐 준 주소로 가보니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지 얼마안되는 게임이 보였다. 클라이언트 다운로드를 하고 나니까 파일이 세 개 나왔다. 그 중 하나는 내 컴이 게임 사양에 맞는지 보는 것이었다.
음핫~ 무사 통과닷! 그런데 생각보다 게임 플레이 사양이 낮다. 저런 정도의 사양이면 기껏 레인보우식스 수준인데 저런 사양으로 퀘이크 같은 그래픽과 스피드를 가진 게임수준이 될까? 뭐 어차피 내가 알 바 아니다. 어차피 내 컴은 펜4 2.4기가니까. 캬캬캬~
▶ 뽀대나는 로그인화면 |
본격적으로 게임에 접속하자 메인화면이 나타났다. 이미 회원가입을 했기에 로그인을 하고 들어가니 캐릭터 선택이 튀어나온다. 호오~ 재미난 캐릭터가 정말 많다. 헛 저건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 아닌가! 어라? 저 애는 성격 파탄자인가?
▶ 뭐, 뭐냐~ 매트릭스냐? |
▶ 당신도 마찬가지잖나 |
한참을 고민하다 드디어 캐릭터를 골랐다. 물론 여자 캐릭터다. 탱크탑을 입고 헤드폰을 낀 귀여운 여자애가 한쪽 발을 들고 나를 유혹한다. 흐흐흐 이름은 무엇으로 지을까? 잠깐 생각을 하던 나는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 많이 쓰던 아이디인 ‘이쁜걸’을 쓰기로 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여자인척 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과연 정신없는 FPS에서도 그럴까?
조인을 하고 들어가자 서버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다. 그 중 하나에 들어가니 마치 포트리스와 같은 게임들에서 보이던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보인다. 흠 생각보다 쉽겠다. 대기방을 누르고 빈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면 되겠군. 이리저리 제목들을 살펴보다가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서 들어갔다.
▶ 처음… 옥상에서 한판! 음 무엇을 한판? -_-; |
오호, 어째 므흣(^^)한 느낌이 드는 제목이다. 조인을 해서 들어갔더니 채팅창에서 레디 하라고 난리다. 얼떨떨한 마음에 레디를 누르고 보니 옆에 조그만 창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데모화면인가보다 하고 구경하는데 느닷없이 게임이 시작되었다. 들고 있는 총은 구식 기관총처럼 생긴 것이다. 난 재빨리 옆에 있는 녀석들에게 총알을 쐈다. 모두들 계단 위로 달아난다. 푸하하~! 생각보다 쉽군. 죽어랏 이 녀석들!
▶ 노란 세모야 받아랏! |
▶ FPS는 내게 맞지 않아 ㅠ_ㅠ |
난 머리에 노란 세모가 달린 녀석들에게 열심히 총알을 날렸다. 하지만 잘 죽지 않는다. 왜 이리 안 죽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채팅창을 메우는 우리편의 채팅.
‘저거 뭐야? 왜 같은 편에게 총 쏘는 건데?’
‘이쁜걸님, 우리 같은 편이에요’
‘이쁜걸 장난하셈?’
‘초보인가?’
헉 그랬구나. 머리에 세모를 단 사람들은 우리편인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사용자 가이드라도 읽고 올 걸 -_-;; 순간의 쪽팔림을 무마하려고 적을 찾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뭔가가 휙 날아왔다. 헉 수류탄? 어디론가 날아가는 내 몸을 느끼며 난 그대로 CTRL+ALT+DEL 을 눌렀다. 역시 FPS는 내게 맞지 않았던 것일까?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지영. 왠지 밀려드는 멀미를 뒤로 한 채 무심결에 컴퓨터를 다시 켜고 바이탈사인에 접속했다. ‘자식들 다 죽었어~!!’
- 지영의 바이탈싸인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2회 개봉박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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