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이의 클랜에 가입하자!
난 그 후로 일주일 간 식음을 전패하고 게임에 매달렸다. 이제 곧 기말고사도 다가오지만 지금 기말고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인생의 반려자가 생길 지도 모르는 판에…… 쿨럭! 아…아무튼 난 이제 바싸맨이므로 꼭 여자를 꼬시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내 아이디는 제법 상위권으로 치솟게 되었고, 내 플레이에 감동한 몇몇 클랜들이 가입할 것을 제의했지만, 난 냉정하게 거절했다. 내 실력은 특히 HOW 맵에서 많이 발휘가 되었는데, 팀플에선 순식간에 수류탄에 죽는 경우도 있어서 실력이 발휘될 틈이 없었지만, 죽고 죽이는 개인전에서는 서로간의 실력차가 확실한 순위를 매겨주곤 했던 것이다. 비록 점수는 낮았지만 날을 새면서 하다 보니 내 순위는 갈수록 상위권으로 치닫고 있었다.
▲암흑속의 그녀 |
▲@#$!@$%% -_- |
개인전에서 선배와 붙게 된 나는 비록 지긴 했지만, 선배에게 4점이나 따내는 쾌거를 보였다. 선배는 소연이가 있다는 길드원 중에서 선배에게 3점 이상을 따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실력의 향상이라고 날 추켜세웠다. 후후, 당연하쥐! 내가 이 날을 위해 얼마나 죽을 고생으로 연습했는데 -_-+(으쓱!)
선배는 곧바로 소연이가 클랜장으로 있는 클랜으로 날 데려갔다. 한가한 채널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명한 클랜인지 다른 사람들이 방문해서 게임을 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소연이는 날 잘 몰랐지만 난 소연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것을 빙자해 선배 집에 잠입한 이후 선배의 앨범 속에서 소연이의 사진을 있는 대로 머리 속에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또 몇 개의 사진을 살짝 뽀려서(헉, 선배가 이 글 보면 죽음인데-_-) 내 품에 항상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_-;;;;; 혹시라도 날 스토커나 편집증 환자로 보지는 말길 바란다. 난 그저 꿈많은 4춘기 청소년 시절을 잠으로 보내고 뒤늦게 5춘기(?)를 맞아 그 순수함을 불태우는 것 뿐, 조금의 사심도 없다.
아무튼 첫 인사가 끝나고 클랜원이 되는 테스트를 하기 위해 클랜원들끼리 조를 이루어서 게임을 하기로 했다. 선배는 너무 강해서 팀플에서 제외되었고, 소연이와 다른 세 명, 그리고 나와 다른 세 명이 짝을 지어 4:4 팀플전을 했다. 그러고 보니 팀플을 해본 지도 꽤 되었다. T키를 눌러서 그룹원들 끼리 대화를 하는 것 역시 그랬다. 기껏 그룹채팅을 하는 경우라고는 짱 박혀서 나오지 않는 적의 위치를 알려줄 때나 썼었나?
맵은 할렘가!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었다. 뛰쳐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난 재빨리 아래쪽 지하로 내려갔다. 여기서 저쪽 지하로 재빨리 향할 경우 적의 뒤를 치게 된다. 예상대로 지하로 내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흐뭇한 미소를 띄며 앞으로 튀어나왔을 때, 적의 뒷모습이 보였다. 우선 레이저로 조준해서 쏘니 살짝 스친 것 같다. 하지만 레이저는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는 스쳐도 체력의 90%는 닳아 버린다. 이제 샷건이나 기관총으로 한 번만 긁어주면 된다. 막 뒤쫓아 가는데, 느닷없이 앞쪽에서 두 명이 뛰쳐나왔다. 이런, 두 명이었군. 재빨리 한 명을 샷건으로 보내고 1:1로 대치했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 레이져의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난 거꾸러졌다. 하필이면 소연이가 쏜 총알이다.
▲살려줘요~ 항복ㅠ,ㅠ |
▲왜 침 뱉구 구래;; |
“수거요~ 우리 파이팅 해요! ^^”
웃으며 말은 했지만 속이 쓰렸다. 대체 내가 뒤로 돌아갈 동안 우리편 셋은 뭘 했는지…… -_-+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번에도 지하로 내려갔다. 가속점프까지 써가며 최대한 빨리 다가가자 이번에는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었다. 그대로 레이저로 헤드샷을 날리며 재빨리 턴을 하니 역시나 쫓아오는 소연이의 캐릭이 보였다. 안타까웠지만, 그 애를 죽여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멋지게 샷건으로 마무리를 했다. 탭키로 확인을 해 보니, 아직 한 명이 남았다. 후훗, 한 명 정도는 쉬웠다.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지하에서 지상으로, 다시 지하로 움직이며 상대방의 발소리를 감지했다. 후후, 내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소연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힘이 났다. 그리고 결국 상대의 뒤를 잡을 수 있었다. 우선 샷건으로 날리는데, 제대로 맞지도 않았는데도 곧바로 죽는다. 벌써 한 대쯤 맞았나보다. 하하, 멋지군. 가장 많은 킬수인 3이 내 캐릭의 아이디 옆에 달려 있다.
▲언제나 최고로 좋은 집 |
▲밝은 빛을 쏘이며; |
“수고여~”
“ㅅㄱㅇ”
“샷!”
“수고요~ ^^;;;”
우리편 클랜원들로부터 쏟아지는 찬사에 난 어깨가 으쓱해졌다. 소연이도 보고 있었겠지? 다시 같은 작전을 쓰기로 했다. 돌아나가면서 하나씩 처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상대편 진영에 와서 보니 상대방의 인원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차례로 뜨는 우리 팀원의 사망메시지…… 탭키를 눌러보지 않아도 4:1의 상황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대체 뭘 했길래 세 명이 몰살을 당할까? 정말 어이가 없는 클랜이군. 내가 이런 클랜에 가입을 해야 하나? 정말 소연이만 아니면……-_-+”
중얼거리면서도 열심히 돌아다니며 두 명이나 죽였다. 하지만 애초에 네명을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아마 그 선배라 할지라도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판에서도 우리 편은 맥없이 쓰러졌고, 난 상대의 다굴모드에 전사해야 했다. 우리 편은 점차 말이 없어졌고, 가끔 이겨도 ‘수고요’ 라는 단어도 쓰지 않았다. 스코어 역시 9:2로 가고 있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난 지하로 가지 않고 재빨리 옆으로 빠져서 달렸다. 그리고 이층으로 올라가 스나이핑을 했다.
▲따끔한 로켓포 |
▲나도 한방 |
우리 편을 보고 달려드는 적 편에게 정확히 스나이핑을 성공했고, 그렇게 두명을 죽인 다음에 바로 내려와서 샷건으로 다른 한 명마저도 마무리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편은 모두 죽었지만 어차피 상황은 1:1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상대를 찾아 레이저로 멋지게 뚫었다. 올킬이다! 클랜원들을 상대로 올킬은 처음이었기에 난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결국 10:3으로 게임은 끝났지만, 이미 내 활약상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줬을 것이다. 평균 2명 이상의 킬을 했으니까.
▲내 광선검을 받아라(?) |
▲숨어봤자 소용없지 |
“오빠, 이분은 도저히 클랜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소연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난 술취한 사람에게 사타구니를 걷어 채인 느낌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너무 잘해서인가? 하지만 소연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앞을 다투어 내가 클랜원의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소연은 자기 오빠에게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도 그랬다.
“이분은 팀플은 전혀 몰라요. 클랜원으로서 자격이 없어요. 자기만 잘난 줄 아니까요. 작전을 하려고 해도 항상 자기 혼자서 마음대로 움직이죠.”
“맞아요, 같이 행동하자고 해도 전혀 듣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해요. 우리는 항상 4:3으로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혼자만 킬 수 올리면 뭐하나요-_-”
▲슈류탄의 압박 |
▲땡벽에 레이져질 하기 |
그때 난 느낄 수 있었다. 난 게임에 몰입하면 사람들의 채팅을 잘 보지 않는다. 누가 죽었다는 메시지만 간간이 확인할 뿐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팀이 뭐라고 채팅을 계속 날렸나 보다.
“야야, 너무 그러지 마. 이 친구 이제 배운지 몇 주 안돼서 팀플을 몰라서 그래.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칠 테니까 1, 2주만 시간을 주라.”
선배가 소연이와 클랜원들을 달래는 동안 난 슬그머니 그곳 채널을 빠져나왔다. 창피했다. 가끔 팀플 하다가 우리편 사람들이 내게 욕을 했던 것은 그런 이유였나? 난 단순히 내가 너무 잘하니까 샘이 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앗! 뜨거워라 |
▲물바다 |
다음날 일찍 난 선배를 불러내 피씨방에 갔다. 팀플이 뭔지 확실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그 클랜에 들어가고 말리라! 흑 소연아 ㅠ.ㅠ
지영이의 바싸 팁! 1. 수류탄은 벽을 향해 던지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또 반대편 벽에 맞을 경우 숨어 있는 적 근처에 떨어져서 의외의 효과를 볼 수 있다. 2. 로켓런쳐 역시 벽에 쏠 경우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는 빗나갔다고 방심하지만 그 스플레쉬 효과와 충격이 상대의 조준을 흐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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