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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잘 나가는 블리자드, 망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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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다섯 번째 프로젝트 발표! WOW엔진으로 테스트 중 

블리자드가 가동 중인 프로젝트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블리자드는 현재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 ‘차세대 MMOG’ 더불어 새로운 MMOG 하나를 더 개발 중입니다. 총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는 셈이지요.

이번에 발표된 MMOG는 이전의 블리자드 게임들과 상관 없는 전혀 새로운 게임이랍니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왕국을 건설한 블리자드가 어떤 브랜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새로운 프로젝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엔진으로 테스트 중이라는군요. 어떤 형태를 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대강의 골격은 블리자드 개발자 머리 속에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이런 소식이 나온 가운데 좀 특이한 의견을 개진하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ID arclll의 의견을 일단 들어보시죠.

“블리자드 제발 좀 망했으면 좋겠다. 국내 온라인게임 OOO 같은 건 알지만 그래도 과거에 재미 좀 봤는데 이대로 사장되기인 뭔가 아쉽다. 최근 몇 년 개발비 많이 드는 MMO 몇 번 죽 쑤고는 결국 MO나 캐주얼로 전향하는 신세. 거기다 어디선가 한번씩은 본 것 같던 게임들. (중략) `우리게임은 공성전도 있어요`, `우리게임은 인기 있는 모 게임에 있던 시스템+@ 입니다` 이런 OOO 같은 생각 접고 우리의 아이디어로 순수 창작할 날이 오길 바란다. 국내 온라인계의 거인이라는 NC도 리니지 당시 울티마 온라인보다 수천 배는 뒤떨어진 게임성이었으나 MMO 초기에 시장에 잘 진입해 성곤하곤 그 후 발전 없이 그래픽만 볼만한 OO 같은 것만 보여준다. 부디 ‘WOW 로 국제 MMORPG 시장만 넓혀주고 찬란하게 사라진 블리자드, 한국이 배턴을 이어받다.’ 이런 기사 좀 떴으면 좋겠다.”

거의 국수주의에 가까운 발언인데요. 이런 울분에 찬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 뒤에서 밝혀집니다.  ID okekaki가 물었죠. “참 블리자드가 미우신 듯.. 우리나라를 위해 망해야 한다니...” ID arclll의 답변이 이어집니다. “밉죠 ㅠㅠ 근 5년간 즐긴 MMORPG 중 WOW 만한 것이 없기도 했고 게이머로서 질 좋은 게임이 나오면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만, 유저들의 눈높이를 높이는 엄청난 개발비의 블록버스터 급만 터뜨리니 그나마 게임개발 역사도 얼마 안 되는 국내에서 신생 개발사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것 같습니다. 게임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블리자드 게임을 비판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조금(많이) 주춤해서 국내시장에 다소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조금 거칠게 말했으나 ID arclll의 발언은 무력감에 빠진 국내 개발사들 특히 중소 규모 개발사들의 상황을 잘 대변해 줍니다. 누구나 인정할 멋진 게임을 만들자니 세계 A급과 격차가 크고 자잘한 게임을 개발하자니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것이죠. 물론 그 틈새를 잘 공략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규모 개발사들은 이런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할 겁니다. 게다가 정부는 지원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죠. 이래저래 길을 찾지 못하는 개발사들이 많습니다.

마인드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실력의 문제일까요. 둘 다일 수도 있겠군요. 종종 패배주의에 빠진 개발사나 개발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패배주의란 말이 너무 심했나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일찍 규정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눈은 필요합니다만, 그렇다고 ‘난 안 돼’ 라는 선을 그을 필요는 없겠지요. 한국 게임계도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외국의 관계자들을 만나면 모두들 입을 모아 온라인 게임에 대한 마인드나 인프라에 대해 칭찬합니다. 물론 립서비스도 있겠지만 그런 서비스도 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죠.

세상에 ‘난 놈’은 있습니다. ‘난 놈’은 그냥 잘하게 놔두면 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MO면 어떻고 캐주얼이면 어떻습니까. MMOG? 1등은 못해도 그 뒤는 따르고 있잖아요. 1등은 ‘언제 떨어질까’ 불안을 안고 있지만 2등은 언젠가 ‘1등이 될꺼야’ 희망을 품는 법입니다. 그것이 또 뒤따르는 자의 재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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