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술 발전사가 수레와 가마, 자동차 등 탈 것에 그대로 드러나듯, 게임 속 탈 것들을 모아보면 게임의 변천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실제로 MMORPG 최초의 탈 것으로 알려진 '울티마 온라인'에 등장한 말은 본격적인 탈 것의 기능보다 과시용으로서의 역할이 강했다. 이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이동수단이 필요해지자 게이머의 발을 대신해줄 다양한 탈 것이 출현하게 됐고, 최근엔 이동수단을 넘어 없어선 안 되는 필수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그 수많은 탈 것 중에서도 날아다니는 탈 것, 일명 '날탈'은 그야말로 '탈 것'의 종착역이라 볼 수 있다. 이동수단으로도 과시용으로도 군더더기 없는 최고의 탈 것이다 보니 좋은 날탈 하나를 위해 몇 백 시간씩 게임에 투자하는 게이머도 있을 지경이다. 이토록 높아만 가는 날탈의 인기 때문에 많은 게임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날탈'을 선보이기 위해 예부터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날탈'의 역사 속 기묘한 날탈들을 모아봤다.
날탈의 시조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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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최고의 날탈 '천하무적'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MMORPG에 탈 것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와우'의 꽃은 탈 것이다", "와우하면서 남는 것은 결국 탈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까. 탈 것의 종류만도 수백개에 달하며 희귀 탈 것도 수십개가 넘는다. 탈 것이 즐비하다 못해 끓어 넘치는 와우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얻은 날탈은 역시 아서스의 애마 '천하무적'이 아닐까 싶다.
'천하무적'은 태어날 때부터 아서스가 돌보고 키워온 애마이다. 실제로 아서스는 서리한을 얻자마자 자신이 직접 목숨을 끊어었던 이 녀석을 해골마로 부활시켜 다시 타고 다녔다. 기본적으로 와우의 현존하는 모든 탈 것 중 유일하게 네임드 인물이 탑승했던 탈 것이고, 관련 퀘스트를 수행하더라도 드랍될 확률이 0.97% 밖에 안되다보니 와우 내에서는 그야말로 고인물의 상징으로 통한다. 최근엔 관련 퀘스트가 많이 쉬워져서 이 날탈을 얻기 위해 매주 퀘스트를 시도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라고.
카트라이더 말고 날탈라이더, '길드워2'
▲ '길드워 2' 그리폰 레이스를 모아놓은 영상 (영상출처: Tekkit's Workshop 유튜브 채널)
'길드워 2'는 기본적으로 웨이포인트를 이용한 빠른 이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굳이 탈 것이 필요하진 않다. 그래서일까 '길드워 2'의 탈 것은 평범하게 걷거나 날아다니지 않는다. 랩터가 등장해서 캥거루처럼 뛰어다니거나 늑대가 점멸을 하는 건 예삿일이다. 거대 가오리가 나와서 호버링으로 물이나 용암 위를 둥실 둥실 떠다니는 걸 보고 있으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물론 '길드워2'의 유일한 날탈인 '그리폰'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발매 당시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탈 것 답게 그리폰은 다른 탈 것에는 없는 비행능력을 지니고 있어 다른 어떤 탈 것보다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속도감이나 조작감이 어지간한 비행 슈팅게임 저리가라 수준으로 매우 훌륭하다. 오죽하면 그리폰을 타고 마을 여기저기를 휘저으며 날아다니는 레이스 콘텐츠가 따로 있을 정도. 최근에 출시된 게임 중에서도 '길드워 2' 그리폰 만큼 나는 맛이 확고한 날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으로 변신하는 날탈, '이카루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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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으로 변신하는 날탈인 '이카루스M' 주신 펠로우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이카루스'에선 필드에 돌아다니는 각종 몬스터를 직접 길들여 타고 다니는 것이 가능한데, 이 몬스터를 '펠로우'라고 부른다. 이 펠로우들은 각자의 기술이나 특성이 있어 전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공중에 있는 던전에 가기 위해선 펠로우를 성장시켜 비행 고도를 높여야 한다. 문제는 펠로우 강화를 위해선 다른 펠로우를 먹여야(?!) 한다는 것. 어떻게 보면 매우 충격적인 발상이지만 유저들은 더 높은 고도에 있는 던전과 강력한 펠로우를 위해 펠로우의 동족상잔을 쉼없이 강행했다고...
'이카루스' 모바일버전인 '이카루스M'에선 펠로우의 중요성이 더더욱 강화됐다. 원작처럼 공중 전투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며, '펠로우 레이스'나 '공중 레이드' 같이 '펠로우'를 활용한 전용 콘텐츠가 추가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예 인간형으로 변신하는 '주신 펠로우' 처럼 기존 탈 것의 틀에서 벗어난 날탈도 등장한다. 이 '주신 펠로우'는 기존 펠로우 보다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며, 인간 형태에선 플레이어와 함께 직접 전투에 나서기도 한다.
전투보조를 넘어서 폭격까지, '아키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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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키에이지'의 날다람쥐 날틀은 무시무시한 성능을 자랑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아키에이지'에는 날아다니는 생물이 아닌 기계, '날틀'이 출연한다. 단어 자체가 비행기의 순우리말인 만큼 '아키에이지'의 '날틀'은 글라이더와 비슷하게 하늘을 활강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 얼핏 보면 다른 날탈에 비해서 불편하고 쓸모도 없을 것 같지만 '아키에이지'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이 '날틀'에 달려있는 무적, 번개, 회피, 은신 등의 각종 스킬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폭과 '폭격'이 가능한 날틀도 존재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수많은 날틀 중에서도 '날다람쥐 날틀'은 그 생김새와 설정부터 남다르다. 실제 어린 날다람쥐로 만든 날틀이란 설정이 있어 평소엔 등에 맨 도토리 통에 숨어 있다. 그러나 한 번 날기 시작하면 화살도 쏘고, 불도 뿜는데다가 도토리 모양의 폭탄을 떨어트려 적에게 공성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 비행 속도도 빠르고 지닌 능력도 워낙에 출중하다 보니 온갖 날틀 중에서도 최상급 날틀로 평가받는다. 이쯤되면 날틀 뿐만이 아니라 모든 날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날탈이 아닐까 싶다.
캐릭터보다 자주 보는 날탈,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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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날탈이라기보단 전함에 가까운 '에어'의 비행선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블루홀에서 개발 중인 신작 '에어'는 기본 콘셉트가 '공중전'인 만큼 여러 종류의 비행선이 탈 것으로 등장한다. 이 비행선들은 하나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취급돼 외형과 색상, 성능, 스킬 모션 등 다양하고 디테일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며, 짐을 실을 수 있고 전투 부착물을 장비해 전투가 가능하다. 중무장한 비행선을 이끌고 공중선 외곽을 순찰하며 비행 괴물과 사격전을 벌이는 퀘스트가 따로 존재할 만큼 사실상 그냥 또 하나의 '나'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이 밖에도 여러 명이 함께 탈 수 있는 '거대 비행선'이 존재한다. 기존 날탈이 소총 같은 개인 화기라면 거대 비행선은 일종의 '전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수의 플레이어가 조타석, 사격 플랫폼 등에 나눠 탑승해 전투를 치를 수 있다. 타고 있던 비행선이 격추당하면 날개를 펴고 활강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다른 거대 비행선에 착륙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적의 비행선에 올라타 적과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이쯤되면 날탈이 아니라 전함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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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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