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법학회 최승수 학회장
게임과 법, 2가지를 묶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규제다. 그러나 규제 말고도 다양한 이슈가 있다. ‘애니팡2’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표절이나 최근 화두로 떠오른 개인정보 보호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더 실질적인 사업 영역으로 들어가면 인수∙합병이나 유통사와 개발사 간의 출시계약, 회사 간의 소송 등이 있다.
게임법학회는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 흩어져 있는 관련 법적 이슈를 한데 모아 총체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로, 법무법인 지평의 최승수 변호사가 학회장을, 이규호 중앙대학교 로스쿨 교수와 신창원 김앤장 변호사가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외에도 게임업체 사내변호사를 비롯한 관련 법률가 20인이 속해 있다.
게임법학회 최승수 학회장은 “가능하다면 게임에 관련한 법적인 내용을 모두 담은 ‘게임법 백과사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즉, 법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자문역’을 맡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법적인 이슈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해외 사례를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거나, 아직 조명되지 않은 새로운 이슈를 찾아내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계획을 잡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법적 이슈를 조명한다
게임법학회는 1년에 총 4번 게임법 세미나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 심포지엄은 3월 19일에 열리며, 주제는 ‘게임산업 규제의 한계’다. 최 이사장은 이번 세미나가 무조건 게임규제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업계에 닥친 정책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돕는 자리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학회장은 “우리 학회는 순수한 학술집단을 추구하고 있으며, 게임규제에 반대하거나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한다”라며 “따라서 게임산업 규제를 주제로 잡은 세미나 역시 게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책 이슈를 풍부한 자료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음 이슈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지적 재산권 보호’다. 최승수 학회장은 게임법학회에는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법률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학회장은 “게임 표절의 경우 미국에 관련된 판례도 많고, 표절 판단 기준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업계 사람들에게 소개할 내용이 있다”라며 “나중에는 ‘게임 개발자를 위한 표절 기준’을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출시 직후 표절시비에 휘말렸던 '애니팡2(좌)'와 '캔디크러쉬사가(우)' 비교 이미지
인수∙합병 역시 주 관심사다. 최승수 학회장은 기회가 된다면 게임업계의 M&A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세미나 주제로 다룰 생각이라 말했다. 최 학회장은 “인수를 하는 회사는 이 가격에 이 회사를 사들이는 것이 맞는지, 이 가격이 정당히 평가된 금액인가를 따져야 한다. 반대로 인수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인수하는 회사가 불합리하게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시도가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라며 최승수 학회장은 “이 외에도 M&A의 여러 가지 기법을 사례별로 분석하거나,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임업계만의 독특한 인수합병 형태에 대해서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산업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 중 최승수 학회장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게임등급분류다. 최 학회장 본인이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법률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등급분류는 이 제도의 필요성이나 운영방식, 헌법적인 부분에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라며 “현재 등급분류는 각 연령등급 간의 경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추상적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 게임 등급분류와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내부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와 블루홀 스튜디오 간에 발생한 ‘리니지3’ 소송으로 대표되는 퇴직한 개발자와 전 회사 간의 법적 분쟁, 개인정보 보호나 계정삭제 조치 허용 범위와 같은 이용자 보호에 관한 부분, 특허권이나 상표권, 영업비밀보호제도 등 완성된 게임물의 지적 재산권을 지키는 방법을 비롯해 게임과 관련된 법적 이슈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루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최 학회장은 “1년에 한 번씩 결과물을 책으로 묶어서 낼 예정이다. 발제나 요약 형태가 아니라 풀 버전으로 만들어 차근차근 게임법 대계를 완성할 생각이다”라며 “또한 지스타 때는 다른 나라의 법 전문가를 만나 게임 법제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는 국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외국 법조계와 서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비즈니스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변호사가 존재한다
게임과 법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지만, 업계에서 느끼는 거리감은 상당하다. 지난 지스타 2013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부스를 마련했을 때 이를 신기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대해 최승수 학회장은 스타트업 창업이나 개발사를 도와주는 법률지원은 필수라는 의견을 전했다.
최승수 학회장이 대표적으로 꼽은 것은 수출계약이다. 최 학회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라이선스 계약서를 무료로 자문하는 역을 맡은 바 있다. 당시에 대해 그는 “특히 저작권에 대한 국제조약이 활성화되면 저작권 침해 요소가 있는 게임은 수출할 수 없다”라며 “따라서 게임 안에 숨은 지적 재산권 위반 요소가 있는지, 이 외 독소조항이나 계약 시 불합리한 조건은 없는가를 법률 전문가를 통해 살펴보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법적 자문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영세 사업자에 대해 국가가 무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것은 조금만 신경 써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학회의 직접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꼭 활성화되길 바라는 분야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최승수 학회장은 게임법학회가 게임을 잘 아는 법 전문가를 양성하는 통로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최 학회장은 “학회가 활성화된다면 법조계에서 게임에 종사하는 사람은 물론 이 분야에 관심이 높은 변호사들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멀리 보면 게임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 전문가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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