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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엔씨-블루홀, ‘누가 이기느냐 보다는 무엇을 배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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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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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개발자를 작업자가 아닌 동반자로 대하는 회사`

이번 주 게임메카에서는 테라의 개발사 ‘블루홀’을 찾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블루홀은 ‘리니지3’의 전 개발진들이 주축이 된 개발사입니다. 블루홀과 엔씨 사이에 얽힌 사연을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기사를 참고 하시면 됩니다.

[이구동성] 테라를 둘러싼 상황, 드라마 써도 되겠네!  

불루홀의 김강석 대표는 게임메카와의 만남에서 ‘기업에 대한 개발자들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개발자들은 지인이나 인맥에 의해, 프로젝트에 의해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가치나 생각에 공감해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블루홀은 개발자를 기술자나 작업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원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보통 때면 그냥 넘어갔을 이상적인 발언이지만 블루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엔씨소프트와 여러 문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엔씨소프트가 개발자를 기술자나 작업자로 다루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었죠. 말이란 것이 원래 좀 그렇습니다. 아무 의도가 없더라도 상황에 따라 의미가 덧붙여지기도 빠지기도 합니다.

ID 그레이스리 - “엔씨에서 얼마나 시달렸으면. 엔씨 같은 개발자의 무덤에서 나와 좋은 게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특히 사장실을 말단 사원들과 같이 쓴다니, 감동 먹었습니다. 엔씨나 일부 큰 회사 같으면 상상도 못할 파격적인 자리 배치죠. 아무쪼록 그 초심이 계속되길 바라겠습니다. 테라가 블래이드앤소울 보다 파이팅 하길 빌겠습니다.”     

Id hayare - “사장님이 올바른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는 군요. 사실 개발자뿐이겠습니까. 요즘 직장인들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그러니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계속 악순환만 되는 것이지요. 전 직장 엔씨에서 처절히 느끼고 오셨다면 블루홀은 앞으로 상당히 발전하는 개발사가 될 겁니다. 구글을 보십쇼.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한국 개발사들처럼 마치 톱니바퀴 나사 돌리듯 쥐어짠다고 좋은 게임 나오긴 틀렸습니다. 제가 보기엔 블루홀은 정말 한국 아이티 기업으로 실험대에 올랐다고 보고 싶네요. 사장님 마인드가 너무 이상적이라 불안하지만 적어도 저런 회사가 성공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한국 기업문화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테니까요.”

아마도 김강석 대표는 엔씨의 기업문화를 비하할 의도로 말하진 않았겠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입니다. “얼마나 엔씨에 시달렸으면…”이란 의견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측도 있습니다.

ID 므프래 - “불만이 있어서 나온 사람들은 어딜 가든 마찬가지죠. 결국 좋은 회사는 돈과 복지 및 팀웍입니다. 100이면 100, 이직 후 하는 말이 ‘그 사장에 그 사장’이죠. 같은 직원일 때야 이상을 얘기하지만, 막상 사장이라는 자리에 앉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기 마련이죠. 그게 또 현실입니다. 엔씨 욕하시는 분.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닌 대기업에서 일일이 사람 하나하나 기분 맞추기가 쉽나요? 어느 그룹이든, 그 그룹에 불만은 있기 마련입니다. (중략) ‘대우가 나빴다’라는 것이 변명이 된다고 보십니까? 블루홀이 정말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이런 기사가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테라가 실패한다면 ‘대우가 나빴던’ 이유만 제공하는 셈이 되니까요.”

ID 바이오지나 - “하지만 전 블루홀이란 개발사가 자칫 게임개발업체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 합니다. 블루홀의 현실은 일부 개발자가 엔씨로부터 소송이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런 비도덕적인 행위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요즘 개발사의 현실은 개발자를 부려먹는 과거 독재정부시대의 노동착취라는 식으로 오도한 내용은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이상과 현실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에서 이상을 보지만 만드는 사람은 그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개발자 지망생이 블루홀을 보고 ‘게임개발사는 저렇게 자유로워야 되’ 라고 생각하다 막상 진짜 개발사에 들어가면 얼마나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고 절망하겠습니까. 엔씨의 현실이 싫어서 나간 건 좋지만 그렇다고 엄연한 현실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입니다.”

블루홀을 응원하는 한편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배신의 아이콘’으로 보는 한편도 있습니다. 여기서 참고할만한 의견 하나 더 보고 넘어가죠.

ID 생마 - “쌓여있는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동반해서 나온 사람들도 다 자기 지각을 가진 똑똑한 개체들이고요. 게다가 IT 업계의 생리는 상식 이하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정말 일개 부품의 인생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고로 님께서 `범죄`라고 지칭하시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느 그룹이든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바꿔 말하면 그것을 잘 이끄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님처럼 따지고 들어가면 김택진 사장도 죄인이 되는 겁니다. 잘 따라오던 식구들의 뚜껑이 열리게 만든 배신자이기도 한 거고요.”

언젠가는 엔씨와 블루홀 개발자 사이의 법적 공방도 결론이 날 겁니다. 법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더 지워지냐는 사실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지요? 엔씨 블루홀의 몇몇 개발자들 모두 아마 배신감을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을 겁니다. 당사자들이 겪은 일 중 법적으로 잘잘못을 가릴 수 없는 부분도 많겠지요.

아마 양쪽 모두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을 겁니다. 인간이 부속이 되는 사회 혹은 조직은 그 끝이 좋을 리 없습니다. 블루홀이 밝힌 사람에 대한 철학도 아마 이런 상황을 겪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니다. 엔씨와 블루홀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한국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타산지석이 돼,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보다 인간미 넘치고 따듯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게임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만큼 결국 사람이 최고의 희망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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